[Review] 나와 만나고 싶어? 연극 < 네더 >

가상현실 네더에서 펼쳐지는 내면으로의 여행
글 입력 2017.09.0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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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연극 < 네더 >
The Nether

제니퍼  헤일리 작
이곤 연출



우리가 날마다 살아가는 현실이 때로는 싫고 무서울 때가 있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은 이미 우리 모두의 내면 어딘가에 생겨났을지도 모른다. 그리 머지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이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겪는 윤리와 자아의 문제에 대해 연극 < 네더 >는 매력적인 스토리와 연출로 이야기를 건넸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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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네더’는 본 작품 이야기의 중심부를 차지한다. 누군가에게는 도피처로, 누군가에게는 어떤 수완의 도구로 이용되곤 하는 네더 안에서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내면과 마주한다. 이처럼 실제엔 존재하지 않는 ‘네더’라는 공간을 극 안에서 창출하여 몇 가지 이야기까지 진행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소재 자체가 낯설어서 이에 대한 이해를 탄탄히 다져 주어야 하는 것은 물론, 무대 위에서 이를 시각화해야 하므로 이 소재의 특징을 관통하는 연출력이 관건이 된다. < 네더 >는 이런 측면을 정직하게 접근해 차근차근 이야기를 진행한다. 네더에 로그인하는 과정 및 정보를 열람하는 것 등을 무대 뒤를 가득 채우는 화면과 함께 나타내고, 취조실과 네더의 공간을 잘 구분하여 넘나들었기 때문에 복잡하지 않았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과하지 않은 연출을 선보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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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더 >를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그 안에 담긴 많은 양의 정보를 관객들에게 훌륭히 전달했다는 점이다. ‘네더’ 자체가 새로운 소재이기에 수많은 부연설명이 내용에 포함되었다. 또한, 단순히 그 배경설명에만 지나치게 열중한 것이 아니라, 캐릭터 개인의 이야기 역시 꽤 자세히 소개했다는 것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물론 한 명 한 명의 캐릭터를 깊게 파고들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중간중간 언급되는 도일 및 심즈의 개인적 이야기는 스토리의 개연성 관객의 이해도를 높이는 역할을 해주었다.

기억할 것은, 이 모든 정보를 온전히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물론 연출의 탁월함도 큰 몫을 차지하지만, 자연히 방대해진 양의 대사를 배우분들이 잘 소화했다는 것이다. 특히 사건 해결을 위해 극을 전개시키는 가장 큰 역할을 하는 형사 모리스는 거의 모든 기본 정보가 담긴 대사를 쉬지 않고 전달한다. 더군다나 스토리 자체가 취조실에서 시작하고 일어난 일에 대해 거꾸로 진행해 나가는 성격을 띠기 때문에 더욱 제대로 된 방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어떠한 대상을 두고 그것을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이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그것이 실제엔 존재하지 않는 그야말로 상상력의 산물이며, ‘연극’이기에 일방향적으로 알려주어야 하는 입장이라면 그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리스 역의 김광덕 배우분은 이를 관객에게 또렷이 전달했으며, 덕분에 무리 없이 극의 전개를 따라가며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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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더’에서 어떤 ‘나’일까? 내가 알던 나와 같을까?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나를 그곳까지 이끌었다면,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이 되어 얼마나 자유로워질까? 욕구가 해소될 수 있는 가상의 공간 안에서 우리에게 허락되는 정도에 대한 물음. 그것이 공연을 보는 내내 머릿속을 맴돈다. 과연 제재해야 할 것인가? 초반부엔 응당 모리스의 의견에 동의하던 내가 어느새 심즈의 입장이 되어서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만큼 극의 스토리텔링이 자연스럽고 일종의 호소력이 있었다. 잠시 고민이 되기도 하였으나 내 결론은 결국 모리스와 같다. 어디까지나 우리는 여기,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현실이 아무리 괴롭고 피하고 싶어도 허상에서 얻는 것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뿌리내린 곳은 실제 세상이고, 이것을 혼동하는 순간, 잡지 못하는 허상에 빠져 헤어나오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네더’는 참 매력적인 대상이자 우리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공간이다. 언제가 정말 우리 현실에서 ‘네더’가 등장했을 때, 사회가 이를 똑똑하게 이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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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및 사진 출처: 아트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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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게시물은 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의 문화 초대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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