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박종훈의 클래식 데이트

글 입력 2017.08.11 15:5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3.jpg
 
 
박종훈의 클래식 데이트를 관람하러 티엘아이 아트센터에 다녀왔다. 공연을 보러 이렇게 오전 일찍 나가보는 건 오랜만이었다. 평일 늦은 오전의 거리는 청명하고 녹음이 짙었다. 클래식 연주회를 관람하러 외출하는 길에 걸맞는 날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종훈이라는 연주자를 처음 안 건 드라마 ‘밀회’에 출연했던 모습 때문이다. 그 후 대중매체에 종종 등장하시는 모습을 보며 듀오 비비드에 대해 알게 되었다. 피아니스트 치하루 아이자와와 피아니스트 박종훈으로 구성된 포핸즈 그룹이라는 것만 알고서 무대를 감상했다. 알고 보니 두 피아니스트는 서로 부부였다는 사실을 듣고 나니 한층 더 흥미로웠다. 두 음악가가 부부가 되면 서로 의견도 잘 주고받고 서로의 음악세계에 대해 더 이해를 잘 해줄 것이라 생각해서 재밌는 생활의 연속일 것이라 막연히 짐작했다.

이런 대중들의 시선을 평소에 인식했는지, 피아니스트 박종훈님은 공연 중간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피아니스트끼리의 의견 차이와 자존심 문제로 힘들 때도 많았다고 말씀하셨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의견차이로 다투는 것 또한 서로의 세계를 넓혀가는 방법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국내외에서도 독보적인 호흡과 색다른 매력의 편곡으로 청중들을 사로잡는 그룹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소소한 사생활 에피소드도 중간 중간 얘기해 주시면서 음악회를 진행하니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는 공연 한편이 된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좌석 넘버 뽑기를 통한 이벤트 진행까지, 밀도 높은 공연이 아닐 수 없다.


1.jpg
 
 
본격적으로 연주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자면 가장 인상 깊었던 곡은 ‘라벨의 볼레로’였다. 원래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연주되는 곡인데, 듀오 비비드 만의 감성으로 편곡을 했다고 한다. 이 곡은 매 무대마다 빠지지 않고 쳤을 만큼 애착이 가는 곡이라 한다. 웅장한 심포니를 피아노 한 대로 나타내야 하는 만큼 건반이 부서질 정도로 힘을 줘서 쳐야하고 많은 수의 건반을 활용해야 해서 체력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힘이 많이 드는 곡으로 보였다. 비슷한 멜로디가 점점 고조되고 폭발하는 분위기가 자아졌다. 관객석은 일제히 숨죽여서 두 피아니스트와 함께 곡으로 빨려들어 가고 있었다.

무대 초반에 연주했던 ‘오솔레미오’는 성악으로 종종 들어봤던 곡인데, 듀오 비비드가 편곡한 버전은 마치 시냇물에 냇가가 흐르는 듯 한 인상을 자아냈다. 평화롭게 흘러가는 물줄기로 느껴지다가도 가끔은 세찬 물줄기로 느껴지기도 했다. 포핸즈 피아노의 매력은 피아노 두 대로 했을 때와 달리 서로의 팔이 겹쳐지기도 하고 손가락이 부딪힐 때도 있다는 것이다. 그 점이 더욱 네 손이 하나가 되고 서로 정서적으로도 교류하는 느낌을 주었다. 가끔은 두 피아니스트가 연주 중간에 자리를 바꾸면서 연주를 이어가는 모습도 보였는데, 퍼포먼스적인 면을 보여주기에도 포핸즈가 적격이란 느낌이 들었다.

'비발디 콘체르토 2번'은 뜨거운 여름과 어울릴 법한 정열적인 탱고 느낌의 음악이었다. 아스토르 피아졸라 특유의 탱고리듬이 느껴지면서 나도 모르게 리듬을 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두 피아니스트가 한 곡의 편곡을 진행하고 연주 합을 맞출 때는 때로는 굉장히 많이 싸웠다고 한다. 처음엔 서로의 가치관과 의견차이로 싸우다가, 별것 아닌 사소한 것으로도 싸우다가, 이젠 거의 싸우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오랜 기간 맞춰 온 연주와 더불어 서로 다른 점을 존중하면서도 닮아가는 부부의 모습이 보여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뜨거운 박수와 함께 ‘도라지’라는 곡을 앵콜곡으로 진행했다.

‘도라지’는 한국 민요를 그들의 감성으로 편곡한 곡인데, 간단한 민요 멜로디가 현란한 피아니스틱한 기교와 표현으로 톡톡 튀는 음악으로 재탄생 된 것이 신기했다. 이번 듀오 비비드 무대는 전문적인 피아노 포핸즈 영역을 그들이 선두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다. 이들의 향후 발자취가 매우 기대되는 연주회였다.


2.jpg
 

01702_tli_박종훈 포스터1수정7.jpg
 

[김윤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