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낭만주의에 가렸던 야만의 재해석, 연극 「한 여름밤의 꿈」

셰익스피어의 4백년 전 대사에 집중하여 새롭게 번역하고 각색한 연극 「한 여름밤의 꿈」 프리뷰
글 입력 2017.07.13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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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seph Noel Paton - The Quarrel of Oberon and Titania 1849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 여름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은 제목마저 달콤하다. ‘여름 밤’, ‘꿈’과 같은 단어는 무던했던 마음도 괜히 설레고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요정과 두 쌍의 연인이 등장하고, 우여곡절 끝에 낭만적인 결혼식으로 막을 내리는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도 따로 또 손꼽을 만큼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 작품을 모티브로 기획한 특집이 방영된다든지, 유사한 제목의 사랑 노래가 차트를 오랫동안 점령하고 있는 등 400여 년 작품이라 하더라도 이것이 주는 느낌과 재미가 현대에도 충분히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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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lliam Blake - Oberon, Titania and Puck with dancing fairies 1786


  하지만 분명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은, '한여름 밤의 꿈'이 과연 낭만과 환상만을 담은 연인들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이냐는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이 작품을 집필했을 때 두 커플이 마침내 이루어지고 결혼이 성사되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만을 염두에 두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현대극이 우리에게 있어서 ‘현대’극인 것처럼 어쨌든 그가 사는 시대에 '한여름 밤의 꿈' 또한 당대의 사회를 비추어낼 수 있는 현대극이었을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로미오와 줄리엣을 원작으로 접해보았는데, 흔히 알고 있었던 절절하고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루긴 했지만 원작 텍스트에서는 풍자와 해학으로 감싼 비판적 시각이 작품을 꿰뚫고 있었다. 압축되어 구전된 단순 스토리만 가지고서는 셰익스피어가 어떻게 대문호가 되었는지 이야기할 수 없겠구나, 그 때 깨달았던 것이다.

  한여름 밤의 꿈도 마찬가지이다. 무언가 신나는 느낌을 주는 작품인 듯 하지만, 엘리자베스 시대의 억압을 ‘꿈’이 주는 느낌으로 감추어 은밀하게 드러내고자 하였다. 18세기 낭만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이 작품은 원작이 가지고 있던 보다 날 것의 느낌은 상실하고 동화적인 느낌을 풍기게 되었다. 5대 희극이라고 묶여 부르기 억울할 만큼 셰익스피어가 직접 썼던 텍스트에서는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모습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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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5일부터 30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펼쳐지는 연극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원작에 충분한 탐구와 해석을 거쳐, 현대극으로 재탄생한 작품이다. 낭만주의에 가려졌던 셰익스피어의 대사들이 재연되며, 지금 이 시대에 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사유할 수 있도록 도와줄 연극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보기 어려우나, 고전이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전해 내려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한여름 밤의 꿈'을 이 기회에 다시금 접해볼 뿐만 아니라 원작이 꿰뚫고자 했던 무언가를 발견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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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공연제작센터PCPA
010-4806-2341





[최예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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