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

글 입력 2017.07.1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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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의 나는 술이 정말 맛있는 음료인 줄 알았다. 흔히들 생각하듯 와인에서는 포도주스 맛이, 막걸리에서는 아침이슬 맛이, 맥주에서는 사이다와 콜라 중간 쯤 되는 맛이 날 줄 알았다. 하지만 성인이 갓 되어 처음으로 맛본 술은 실망을 넘어서 절망에 이르는 수준의 맛이었다. 이 첫 체험 역시 술을 한 번이라도 입에 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허나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으며 나는 그 쓴 술이 때론 무엇보다 달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는 걸 발견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곧 또 다시 한 번 절망해야 했다. 수도 없는 시도 끝에 내 몸은 알콜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술과 별로 친하지 않은 삶을 택했다. 술을 별로 즐기지 않다 보니, 맛을 아는 술은 기껏해야 흔하디 흔한 소주, 맥주, 그리고 이것저것 섞은 칵테일 몇 가지에 불과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직도 어린 시절 그랬듯 술에 대한 로망이 조금쯤 남아있다. 가령 향기를 음미하며 마티니 한 모금을 홀짝이곤 올리브를 빼문다던지, 얼음들이 끼리끼리 청량하게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위스키 온더락을 마신다던지 하는 순간들을 상상하고, 그 순간의 맛 또한 상상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상상은 상상일 뿐, 나는 아직도, 그리고 아마 평생 동안 그 순간을 제대로 만끽해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대리 만족을 시켜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 이 책의 한 글귀를 발견했고, 곧 홀린 듯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목구멍을 넘어갈 때에는 우유를 먹는 듯한 감각이지만 잠시 지나면 위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면서 피로가 사라진다.”

 이름만 들어본 스코틀랜드의 스카치를 묘사한 글이다. 이 한 줄만으로도 어떤 맛인지 감이 잡히고 그 느낌을 함께 공유하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안주를 묘사할 땐 또 어떤가.

“눈앞에 놓여 있는 검붉은 라압을 집어 입 안에 넣는 순간, 귀 뒤쪽에서 불꽃이 터지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나는 서둘러 다른 접시에 담겨져 있는 오이, 양배추, 그리고 팍치를 입 안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즉시 메콩위스키를 입 안으로 흘려 넣었다.”

 입안에 군침이 절로 도는 세세한 묘사다. 얼마나 술과 음식을 좋아하면 이렇게 문장만 봐도 생생하게 상상이 갈 만큼 묘사를 하는 것일까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무려 40년 동안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온갖 술과 음식을 즐겨온 미식가다. 카메라맨을 업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술을 사기 위해 카메라와 렌즈를 팔 만큼의 애주가. 그가 소개하는 술은 당연히 믿음직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여름은 휴가를 못 간다. 그래서 난 이 책으로나마 대리휴가를 가서 대리식도락 여행을 다녀보고자 한다. 비록 덥고 습한 한국에서 기껏해야 맹물을 홀짝이며 읽겠지만, 마음만은 스코틀랜드 혹은 베트남에서 좋은 술과 음식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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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

 니시카와 오사무(西川治) 글․사진, 이정환 옮김
펴낸곳 나무발전소
발행일 2011년 3월 2일
분야 에세이
정가 13,000원
ISBN 978-89-962747-6-6  13980


[명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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