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서미 스트리트로 가는 법을 가르쳐줄 수 있나요? [문화예술교육]

다양한 존재가 사이좋게 공존하는 삶을 보여주는 어린이 프로그램
글 입력 2017.07.10 15:15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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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png
어린이들에게 영향력이 강한 국내 애니메이션 < 뽀롱뽀롱 뽀로로 >의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캐릭터 루피

 
엄마 상어.png
기본형인 남자 상어와 분홍색 몸통, 속눈썹, 입술로 구별되는 < 핑크퐁 >의 엄마 상어


어린이들과 놀다 보면 남자아이들은 자동차, 공룡, 무기 등을 가지고 누가 더 힘이 센 장난감을 가졌는지 겨루고, 여자아이들은 예쁘고 날씬한 인형을 가지고 인형놀이를 하거나 아기 인형으로 소꿉놀이하고 노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이 아이들에게 고정관념을 심는다고 할 수만은 없더라도 애니메이션이 아이들의 사고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크기변환_세서미 다른 거.jpg

 
세서미 스트리트는 미국의 공영방송 PBS에서 제작되는 어린이 대상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40년 넘게 이어져 오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시작했던 70년대 미국은 인종차별이 매우 심했기에 세서미 스트리트는 모든 아이에게 가장 기본적이고 평등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 방송할 때부터 흑인, 히스패닉, 동양인 등 다양한 인종의 배우들을 적극적으로 등장시켜왔고 빈곤층이나 영어에 서툰 미국 이민자들을 교육하는데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 어떤 사회적·경제적·인종적 배경을 가진
아이라 해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자”


세서미 스트리트는 단순한 교육자 캐릭터들이 에피소드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형식에서 벗어나, 뉴욕에 위치한 가상의 거리를 배경으로 다양한 디자인과 개성 있는 모습을 지닌 현실적인 도심 거리 이웃들의 삶을 자세히 묘사한다. 실제 청각장애인 배우가 귀가 안 들리는 도서관 사서로 등장해서 손동작만으로 의사소통하는 모습은 아이들에게 수화와 청각장애에 대해서 인지하게 하며, 할아버지 캐릭터를 맡은 배우가 사망하자 아동학자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그의 죽음에 대해서 다루며 아이들이 죽음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을 돕는다. 그 외에도 이혼 가정, 파병군인, 교도소에 복역하는 환경의 부모와 아이들을 다루는 등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세서미 스트리트의 주요 시청 대상인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다양성과 공존에 대해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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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에이즈 감염 1위 국이고 에이즈약 공급 문제가 정치적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카미는 에이즈 감염으로 부모를 잃고 자신도 양성판정을 받은 소녀로 여느 아이들과 같이 놀기, 읽기,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캐릭터이다. 카미는 남아공 판 세서미 스트리트에 등장하며 어린이들에게 에이즈가 만연한 현실과 에이즈 감염자도 일반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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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세서미 스트리트 제작진은 수년간의 조사와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자폐증의 주요 특성을 나타내는 줄리아를 등장시켰다. 빅버드는 새로운 친구 줄리아에게 인사를 건네지만 줄리아는 이에 대답하지 않고 그림만 그려서 빅버드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친구들은 줄리아가 자폐증을 갖고 있어서 대답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해준다. 줄리아는 아이들에게 발달 장애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이해시키며 많은 발달장애인이 소외되고 차별받지 않고 함께 살아갈 길을 열어준다.


사본 -자리 지락.png

  
자리 & 지락

아프간은 여성의 24%만이 글을 읽고 쓸 수 있을 정도로 여성들에게 학습 기회가 주어지기 어려운 나라이다. 자리는 아프간 소녀들도 다른 아이들과 같이 배움에 대한 열정이 강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등장한 캐릭터로서 자리와 지락 남매가 함께 공부하고 노는 모습을 통해서 아프간의 어린이 시청자들은 남녀평등과 배움에 대한 가치를 배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시대가 흐르면서 새로운 에피소드도 감소하고 너무 정치적이고 교육적이라는학부모 단체의 항의에 정형적인 교육자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변화해가기도 했다. 그러나 최대 민영 방송사 중 하나인 HBO의 배급권을 확보하고 약자를 대표하는 다양한 새로운 캐릭터들을 등장시키며 세서미 스트리트 주민들의 삶을 재생시킬 가능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아이들에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갈등을 풀어나가는 공동체의 이상향인 세서미 스트리트가 단순한 이상향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모든 TV 프로그램을 비롯한 어린이 애니메이션이 고정관념과 편견을 타파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


"우리가 어떤 일을 거듭 반복하면
결국 그 일이 정상이 됩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거듭 목격하면
결국 그 일이 정상이 됩니다.

결국 우리는 무의식적으로라도
반장은 남자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만일 남자들만 계속해서
회사의 사장이 되는 것을 목격하면
차츰 우리는 남자만 사장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여기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치마만다 은고치 아디치 中



[최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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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yeonbeuil
    • 세서미 친구들이 이렇게 의미있는  친구들이었다니! 오늘 알았습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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