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oject 당신 ] 00. 우리, 그리고 곧 당신을 스칠 질문과 답변들에 대하여

글 입력 2017.07.1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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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우리, 그리고 곧 당신을 스칠 질문과 답변들에 대하여





당신(當身)

1. 듣는 이를 가리키는 이인칭 대명사 
2. 문어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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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특집은 달리 가겠지만 기본적으로 아트인사이트를 구성하고 있는 가족 분들을 대상으로 한다. ‘한 배를 타고 있다’라는 말로는 우리들의 존재를 설명하기 부족하다. 통통배, 조각배, 나룻배. 누군가는 그냥 맨손으로 헤엄쳐 가고 누군가는 요트, 누군가는 잠수정을 타고 항해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아트인사이트는 우리 손에 쥐어진 여러 개의 ‘노’ 가운데 하나인 것이고. 각기 다른 속도, 각기 다른 깊이로 바다를 건너는 우리들. 인생은 바다라는 모습으로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졌을지라도 우리가 각각 다른 존재들인 이상, 시야에 들어오는 바다의 모습도 천차만별이다. 여기서, 세상에 대한 그 각기 다른 시선들을 향해, 그 시선이 품고 있는 뜨겁고 서늘한 이야기들을 향해 우리는 눈을 돌린다.
  
  ‘Project 당신’은 무수한 여러분들 가운데서 ‘당신’ 한명 한명을 호명하는 인터뷰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당신’에게 질문하고, ‘당신’을 기록할 것이다. ‘당신’을 둘러싼 시간, 공간, 사물, 사람. 어떤 것이든 좋다.
 
  ‘당신’을 알아가는 긴 여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작은 장(場)을 마련해 보았다. 세 명의 인터뷰어가 각각 만든 고정질문을 소개하고 그 3가지 질문에 대해 나름대로의 답변을 내보는 시간을 가져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번 글은 ‘당신’에게 다가서기 전, ‘나’를 먼저 소개하는 의미의 글일 수도 있겠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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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이라는 당신만을 위한 30일이 있다면?
김해서


  13월이라는 개념을 생각하게 된 이유는 사실 내게 가장 절실한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시간적 제약과 관계없이 오로지 나만을 위한 30일! 그 30일은 계절이 어떠하든 너무나도 귀중하고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어떠한 현실적인 조건에도 크게 휘둘리지도 않고 이런저런 계산이 필요하지도 않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혹은 오롯한 나 자신에게 돌진하듯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니. 마음껏 도전하고 마음껏 게을러져도 되는 시간! 누구나 다 바라지 않는가? 돈 걱정, 나이 걱정, 진로 걱정, 일 걱정에서 벗어나 훌쩍 떠나버리고 싶다거나 대책 없이 늘어지고 싶은 간절한 순간들이 있지 않나? 그래서 13월이라고 했다. 달력상에는 없지만 망상 속에는 사실 항상 펼쳐지고 있는 오래된 소망. 비현실적인 일탈을 꿈꾸는 것. 사실 그건 욕망이나 결핍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내면의 목소리. ‘난 이렇게 살고 싶어.’, ‘난 저렇게도 살 수 있는 사람인데,’, ‘난 진짜 조금만 더 여유가 있으면 더 발전할 수 있을 텐데.’ 항상 소망의 끝에서만 서성이고 맴돌다 도로 일상에 치여 쏙 들어가 버리는 목소리들을 꺼내보자. 허심탄회하게. 뜬구름 같은 소리라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로또 1등이라도 당첨된다고 가정해보는 거다.



:: 자기만의 답 ::

Q. 13월이라는 당신만을 위한 30일이 있다면? 
A. 해외도 좋지만 일단은 국내여행을 하고 싶다. 3일 간격으로 숙소를 바꾸면서 9~10개의 공간에 머물러보는 것이다. 아무리 마음에 쏙 드는 곳이 있어도 3일이 지나면 무조건 떠나야 한다는 룰을 정해놓고 돌아다니기. 한 숙소에서 너무 오랫동안 머물면 지나치게 게을러질 것 같고 그렇다고 하룻밤 정도만 잔다고 하면 장소에 대한 개인적인 감수성을 갖기엔 너무 짧은 시간인 거 같아서. 내가 챙겨가야 할 것은 옷 몇 가지와 신간 소설책과 애정 하는 시집 몇 권, 그리고 노트북과 카메라 정도일 것 같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내가 느낀 것들, 그곳의 날씨와 음식, 머물렀던 방에서 가장 마음에 들거나 혹은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 따위를 순간순간마다 기록하면서 보내는 거다. 그리고 13월이 끝나면 적은 것들을 엮어서 여행에세이를 내는 거지. 책 제목은 「13월의 000」. 완벽하지 않나.

Q. 내 자신을 색깔로 표현해 본다면? 
A. 색채용어에 대해 아는 바가 없지만, 자연의 이미지를 빌려보자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밤바다의 색깔이라던가 해가 거의 져서 아주 약간의 푸르스름함이 남은 검푸른 하늘색 정도? 너무 모호한가? 어쨌든 난 어두운 색상의 사람인 건 분명히 맞는 것 같다. 주변에서도 톤이 다운된 색상이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는 것도 있고 나 스스로도 그걸 지향하는 쪽이다. 요즘 유행하는 퍼스널컬러 이런 거 말고 그냥 어떤 한 사람에게 잠재되어 있는 분위기 같은 거. 흰색처럼 환하게 빛을 반사시키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보다는 스쳐가는 모든 빛을 흡수해서 수많은 색들을 내 안에 품고 그걸 들여다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야기가 많은 사람. 밤바다나 황혼을 멍하니 바라보면 어쩐지 계속 시선을 던지게 되고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을 어떻게든 말로 꺼내보고 싶어지지 않나. 그런 서툴고 불안정하고 망연한 움직임과 감각들을 가득 품고 있는 사람이 되는 건 멋진 일인 것 같다. 그런 시, 그런 글을 쓰고 싶다. 

Q. 인터뷰 오는 길에 가장 인상 깊은 장면과 인터뷰 끝나고 하고 싶은 일은?
A. 오늘은 종일 집에 있었다. 점심에 카레를 먹고 늦은 오후 무렵이 되어서나 밀린 설거지를 하는데 흰 그릇들이 노란 카레로 물들어 있는 것이다. 이걸 어쩌나, 싶었지만 수세미로 몇 번을 박박 문질러봐도 답은 없었다. 열심히 그릇을 씻었는데 하나도 개운하지가 않다. 카레가 그렇게 쉽게 물든다는 걸 모르진 않았는데. 그런 거 있지 않나. 알고는 있었는데, 결과도 뻔할 거라는 거 다 알고 있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거나 혹은 내버려뒀거나 문제와는 전혀 관련 없는 다른 일을 해버리는 거. 그래놓고선 새삼스럽게 ‘아, 낭패다.’, ‘내가 왜 그랬지?’, ‘내가 그럼 그렇지.’하고 자조적인 자책을 하는 거. 노래진 그릇을 보면서 별 생각을 다 했다. 요즘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다. 지금 최대로 몰입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마음만큼 잘 되지도 않고 의욕도 별로라 나 자신에게 조금 짜증이 난 상태다. 오늘 중으로 택배가 온다. 능률향상을 위하려면 새로운 자극이 필요할 것이라는 명분으로 책 5권을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시집과 산문집, 소설집. 이 글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하는 소박한 행복을 느끼고 싶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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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는 길에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과
끝나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은?
김마루


  사람이 어떤 것에 관심이 있으면 관심 있는 것만 보인다. 아이에 관심 있는 사람은 아이가 보이고, 고양이에 관심 있는 사람은 고양이, 꽃에 관심 있는 사람은 꽃, 다른 것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신고 온 신발이라거나, 자기 옷에 묻은 실밥 정도는 보이지 않을까? 그 사람이 현 시점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면, 인상 깊게 느꼈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그 이유를 곱씹다보면 평소 관심 갖던 대상이라거나, 장면 자체가 강렬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구구절절하지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인터뷰 시작 전과 끝날 때쯤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 자기만의 답 ::

Q. 인터뷰 오는 길에 가장 인상 깊은 장면과 인터뷰 끝나고 하고 싶은 일은?
A. 요즘 ‘아따맘마’라는 애니메이션을 찾아보고 있다. 어린 시절 봤던 그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그리웠다. 생각해보면 나는 별 것 아닌 서사를 좋아한다. 너무 거창하거나 위대한 서사가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을 통해 잔잔한 감동이나 작은 웃음을 선사해줄 수 있는 서사. ‘아따맘마’가 그렇다. 일본의 문화를 정확히 알지는 모르지만,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보면 익숙해졌을, 전형적인 4인 가족의 모습. 집안에서는 제멋대로지만 밖에서는 그게 창피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엄마, 말을 많이 하지 않고 때로는 귀여운 구석이 있는 아빠, 친구들 눈치를 많이 보는 고등학생 딸, 자기만의 섬세한 구석이 있어서 그걸 침범당하고 싶지 않아하는 중학생 아들. 누가 봐도 평범한 가정인데 그들은 누구보다 ‘평범함’이라는 기준에 속하고 싶어 한다. 그런 아이러니들이 재미있다. 인터뷰가 끝나면 술을 마시고 싶다. 밖에서 비가 세차게 내려 못나가고 있는 중이다.

Q. 13월이라는 당신을 위한 30일이 주어진다면?
A. 쉬고 싶다. 라는 대답은 지금도 쉬고 있으니까 취소하고. 경제적인 여유만 있다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들어가고 싶다. 앞의 대답이랑 비슷한가? 해외도 좋고, 국내에도 날 모르는 사람들만 있는 곳이 없겠는가? 숙소를 잡고 오롯이 혼자 저 기간을 살아보고 싶다. 별다른 계기가 있다고 하기 보다는 혼자 살아본 시간이 없는 것 같다. 대학교도 근처니까 가족과 같이 살고 있고, 군대는 가족과는 떨어져있었지만 더 많은 사람들 틈에 부대꼈으니까. 나는 혼자면 우울함이 땅을 파는 성격이라고 알고 있는데, 정말 그럴까? 문득 궁금해졌다. 나만을 위한 30일 나만을 데리고 살아보고 싶다.

Q. 내 자신을 색깔로 표현해 본다면?
A. 삶의 구절마다 본인이 달라질 텐데 한 가지 색깔만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을까? 싶지만, 굳이 생각해보자면 나는 칙칙한 노란색 같은 사람이다. 조금 이상한가? 칙칙한 노란색은 장식을 조금 달면 황금빛처럼 반짝일 수 있는 색깔이다. 나는 반짝일 수 있다. 특별히 능력이 된다거나하는 차원이라기보다는 마냥 밝을 때가 있다. 어떤 친구는 날 처음보고 ‘남자도 저렇게 밝을 수 있구나’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장식을 걷어내면 칙칙한 노란색은 그렇게 우중충할 수 없다. 분명 밝은 사람인데, 나는 어딘가 뒤틀려있다. 모순에 대해 고민하고, 경계에 대해 사유한다. 우울한 시즌이면 혼자 어디까지 땅을 파고 내려갈지 모른다. 내 우울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는 나는 불안에 시달린다. 나는 밝지만 장식을 떼어놓으면 밝지 못하다. 나의 근처에 있어주는 사람들은 칙칙한 노란색을 밝혀는 황금빛 장식이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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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신을 색깔로 표현해 본다면?
성지윤



  어디에 속하기 위해서는 일단 본인에 대해 소개를 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나는 어느 순간부터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게 느껴졌다. 지원서를 작성할 때 말고는 내 존재에 대해서 뜯어보고 탐구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럴 듯하게 포장된 나 말고, 진짜 일상 속 자신의 모습을 말이다. 비록 22년 밖에 안 되지만, 살아오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직도 가늠하기가 어렵다. 작년과 올해의 나는 조금 변해있다. 좋아하는 노래도 다르고, 싫어했던 연어도 곧잘 먹는다. 또 내년의 나는 어떨지 모르겠다. 어쨌든 스스로를 꿰뚫어 보는 게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고민들로 만들어진 엉뚱한 질문이지만, 자신을 색깔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사람마다 고유의 성향이나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지 않나. 그건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은데, 정말 단순하게 생각해봤을 때 본인을 무슨 색으로 표현할지가 궁금하다. ‘열정의 빨강, 쓸쓸함의 갈색, 에너지틱한 파랑’처럼 통속적인 이미지여도 상관없고, 마음대로 의미를 부여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어떤 색깔을 갖고 있는 사람이냐이다. 무겁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인생이라는 스케치북을 무슨 색으로 칠해왔는지, 그냥 나는 어떤 사람인지. 그것에 대해 잠깐이라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 자기만의 답 ::

Q. 내 자신을 색깔로 표현해 본다면? 
A. 가장 좋아하는 색이자 나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색은 ‘베이지’다. 공교롭게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물건이 누르스름한 톤을 띠고 있는데, 내 살색과 비슷해서 편안한 느낌이 들고 어느 것에도 자연스러운 색이다. 다른 것과 섞여있으면 튀지 않고 그럭저럭 조화롭게 어울린다. 한편으로는 떼놓고 보면 참 외로워 보이는 색이다. 꼭 트렌치코트가 쓸쓸한 가을 느낌이 나듯이 말이다. 나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어딘가에 속해있으면 잘 어울리려 하고 그 분위기에 동화되고자 한다. 그렇게 늘 자연스럽고 편안한 사람이고 싶다가도, 혼자만의 공간에서는 어쩐지 외로움을 많이 탄다. 겉으로 봤을 때 나는 밝고 순수하고 깨끗한 흰색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기엔 누런 끼가 많이 섞여 있다. 그렇다고 이리저리 표백해서 얼룩을 덜어내고 싶진 않다. 애써 숨기려다 더 얼룩이 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굳이 관리할 필요도 없고, 그냥 손길이 거쳐 간 그대로의 베이지가 좋은 것 같다. 
  
Q. 13월이라는 당신을 위한 30일이 주어진다면?
A.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그런데 만약 내게 13월이 주어진다면, 그렇다고 어딘가로 훌쩍 떠나 특별한 30일을 보낼 것 같지도 않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게으르게 보내고 싶다. 흘러가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내가 꿈꾸는 하루하루는 거창하지 않다. 진짜 사소하게는, 새벽 동이 트는 것을 보고 이제 자야겠다, 하고 영화를 보다 끄는 일 따위 없는 제멋대로의 삶. 완전 행복할 것 같다. 그리고 어디든 조용하고 한적한 곳으로 떠나, 멋진 풍경 속의 고요를 잠시나마 온몸으로 느껴보는 거다. 거창하진 않아도 내가 꿈꾸던 휴식 같은 일상 속에서 더 큰 전율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Q. 인터뷰 오는 길에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과 인터뷰 끝나고 하고 싶은 일은?
A. 오늘은 여러 집을 구경하고 왔다. 곧 있으면 이사를 가기 때문인데, 집을 구경할 때마다 먼저 눈에 띄었던 건 벽지였다. 똑같은 집인데도 벽지 하나로 방의 분위기가 굉장히 달라보였다. 정말 방도 꾸미기 나름이구나 싶었던 게 벽지에 신경 쓴 주인은 방도 아주 깨끗했다. 그러다 든 생각인데 나의 질문에서도 그렇고, 평소에 내가 이미지나 분위기를 쓰는 사람인가보다 싶었다. ‘역시 안 보이는 곳 까지도 관리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지. 나는 잘 하는 편인 것 같은데.’ 하면서 집으로 돌아와 보니, 촌스러운 꽃무늬 벽지를 보고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그리고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머리카락과 아무데나 걸쳐져 있는 옷을 보고 절로 한숨이 나왔다. 내가 나를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나도 나를 잘 모르구나 싶었다. 그렇게 오늘은 청소를 해볼까 하다가, 또 금세 포기해버렸다. 아무래도 나는 화이트보다는 베이지스러운 사람이 맞는 것 같다.





4
후일담

.....



해서: 일단 저는 저희 고정 질문들을 보면서 스스로 답변을 내보면서 좋았던 점이 내가 어떤 사람이고(색깔), 내가 무엇을 원하고(13월), 오늘이라는 하루가 어땠는지(인터뷰 전후 생각) 짧게나마 정리하는 과정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적으면서 느꼈지만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하게 되면 생각보다 되게 다채로운 답변들을 얻을 수 있을 거 같아서 기대되는 지점도 있구요.
  
마루: 나도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들이었던 것 같아. ‘당신’이라는 주제에도 잘 어울리는 것 같고 아트인사이트 사람들을 소개하거나 생각을 나눈다는 취지에도 어울리는 것 같았고.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인터뷰 전의 생각이 나의 과거, 색깔이 나의 현재, 13월이 나의 미래와 관련된다는 생각도 들었어. 답변을 듣고 정리하거나 대화를 더 나누면 전반적으로 그 사람에 대해 얼핏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야 하나?
  
해서: 맞아요, 맞아요. 나 자신을 흥미롭게 또는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거 같아요. 물론 현장 인터뷰 같은 경우에는 우리 인터뷰어의 역량도 중요하겠지만! ㅋㅋㅋ
  
지윤: 저는 13월에 관한 질문을 되게 신선하다고 느꼈어요. 보통 인터뷰를 할 때는 인터뷰이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위주로 이어지는데 갑자기 13월이라는 비현실적인 시간 개념이 등장하니 재밌더라고요! 내가 평소에 어떤 부분이 결핍되어있었는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끌어내는 작업을 할 수 있었어요.
  
해서: 그런 의도이기도 했어요. 오히려 비현실적이니까 마음대로 상상해볼 수 있잖아요. 그럼 더욱 더 진솔하게 자기 욕망을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마루: 근데 배경이 비현실적이어도 실낱같이 현실에 닿아있었던 것 같기도 ㅎㅎ
  
해서: 저는 지윤이 질문은 좀 어려웠어요. 평소에도 항상 답을 내 보고 싶었던 거였는데 막상 딱 받아보니까 진짜 내가 무슨 색깔의 사람일까 고민도 되고 ㅋㅋㅋㅋㅋ
  
마루: 어 나도.
  
해서: 생각해보면 난 항상 흔들리고 불안하고 희미한 사람 같았는데. 그래도 이 질문이 좋았던 게 답을 내면서 내가 그래도 어떤 특징이라도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걸 정리할 수 있었달까?
  
마루: 사람들은 타인에 대해서는 그 사람은 이래요! 얘기하면서도 자기는 너무 다채로워서 콕 집어 말하기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대.
  
지윤: 맞아요, 맞아요. 저는 마루오빠처럼 사람들이 정작 '나 자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 않을까 싶어서 단순하게 질문한 거였는데, 다들 나름대로 스스로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만든 질문이 된 것 같아 뿌듯하네용 ㅋㅋㅋㅋ 근데 진짜 신기한 게 언니 오빠들 질문 보면서 제가 생각했던 평소의 언니 오빠 이미지랑 다르지 않았어요. 이게 겉으로도 보이는구나, 하고 신기했어요. 
  
마루: 감추는 방법을 몰라요 ㅋㅋㅋㅋㅋㅋ

해서: 아, 그리고 마루오빠 질문 같은 경우에는 사실 제일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해요. 그 사람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시선과 일상에 관한 질문이잖아요. 그래서 더 내용을 풍부하게 해줄 수 있는 거 같아요. 인터뷰이의 성격에 따라 재치 있는 답변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고.
  
지윤: 맞아요, 그 사람의 관점과 취향들이 은연중에 드러나니까 ㅎㅎ
  
마루: 응응, 맞아. 에피소드 풀어줄 인터뷰이 기다립니다....
  
지윤: ㅋㅋㅋㅋㅋㅋ 우리 질문들이 대체로는 추상적이지만 인터뷰이분께서는 그에 대해 구체적인 자기의 이야기를 많이많이 해줬으면 좋겠어요.
  
해서: 구체적인 일화와 구체적인 성격을 보여주면 좋겠죠. 그리고 지윤이의 13월 답변도 인상 깊었어요. 휴식 속에서 전율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재밌어요.
  
지윤: 맞아요, 저는 매일 바쁘게 살다가 한 번씩 딱 쉬어주는 게 그게 너무 크게 와닿더라구요. 맨날 쉬면서 노는 것보다는 ㅎㅎ
  
마루: 그런데 느낀 점이 이렇게 나오기에는 확실히 서면 인터뷰가 좋은 것 같아. 표현이 재치 있으려면 현장 인터뷰는 좀 어려울 수 있으니깐. 고정질문이야 미리 제공하기야 하겠지만.
  
지윤: 그쵸. 생각해 볼 시간도 많구. 근데 또 꾸며진 문장보다 소탈하게 이야기 나누는 것도 또 현장 인터뷰의 매력인 것 같아요. ㅋㅋㅋㅋ
  
해서: 그래서 웬만하면 인터뷰이가 편안하고 진솔할 수 있게 고정질문 뿐만 아니라 그분 개인과 관련된 몇 가지 질문들을 미리 준비해서 알려드리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예를 들어서 그분의 어떤 글 중에서 이런 글이 인상 깊었다 어디서 이런 발상을 하게 됐는가? 뭐 그런 식으로?
  
마루: 그러네. 그 정도는 하고 가야겠다.
  
지윤: 좋아요.
  
해서: 우리가 이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유 자체가 한 개인에 접근하는 거니까 대상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나 그의 콘텐츠 정도는 알아보고 가야겠죠.
  
지윤: 영감의 원천에 대한 이야기가 제법 나오겠네요!
  
마루: 재밌겠다. 영감의 원천. 남의 뮤즈 엿보는 거 같아. ㅋㅋㅋㅋㅋㅋ
  
지윤: 제법 손 많이 가고 고민도 많은 프로젝트긴 해도 진짜 재밌을 것 같어요. 하하하.

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아트인사이트 가족 분들 멋지고 다양한 분들이니까 수다 떨 거리들은 많겠죠?
  
지윤: 저희가 그런 답변을 이끌어낼 수 있게 잘 해야겠네요 ㅎㅎㅎㅎㅎㅎ
  
마루: 기다립니다…….
  
해서: 제발 ㅎㅎㅎㅎㅎㅎ, please……★




[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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