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잊어버리지 말아야 하는 것 - 동화 ‘몽당이와 채송이 그리고 통 아저씨’[문학]
글 입력 2017.05.29 12:37
-
버림받은 것
"푸른 댑싸리로 둘러싸인 쓰레기장 안에는잡동사니들이 모여 살아요.
모두 쓸모없다는 이유로 쓰레기장으로 가득 실려왔어요."망각은 축복이자 저주이다. 망각이 있기에 인간은 살아갈 수 있다. 동시에 망각이 있기에 우리는 많은 것을 떠나보낸다. 쓰레기장에 버림받은 물건들은 쓸모가 잊힌 것들이다. 몽당이는 종민이가 글씨를 쓰던 아이였고, 채송이는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아기 꽃이었다. 통 아저씨는 양식이자, 등 긁개로 쓰임 받았다. 각자의 모습에 맞게, 각자의 쓸모를 다하며 물건은 거기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의 쓸모는 망각되고, 쓰레기장에 모인 그들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더 이상 쓰임 받지 못하는 그들의 남은 삶이 얼마나 비참해 보였을까.소중한 것"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어요.
우리는 모두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어요"쓰레기장을 지나던 바람이 얘기한다. 쓸모없는 것은 없다고. 몽당이는 남은 연필심과 지우개를 발견하고, 채송이는 씨앗을 퍼트릴 수 있음을 깨닫는다. 통 아저씨는 남은 심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다. 완벽한 모습이었을 때의 쓰임새는 아니지만, 쓰레기장이라는 환경에서 그들이 다시 감당할 수 있는 쓰임새가 발견된 것이다. 그들은 깨달은 것이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우리는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간다. 소중히 여기던 물건, 소중히 여기던 사람, 소중히 여기던 시간, 소중히 여기던 삶. 망각이 있기에 제 정신으로 살아가지만, 망각이 있기에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계속 갖고 있기가 어렵다. 우리 자신을 소중히 여기기는 쉬운가? 나를 둘러싼 환경이 나의 쓸모를 부정한다. 나의 가치를 부정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를 소중히 여길 수 있을까? 쓰레기장에 가득 찬 물건들은 타자에 의해 쓸모를 부정 당한다. 그들의 자존감이 낮아진 것은 쓸모가 없다고 이야기한 손길 때문이다. 그 시선을 본인들도 견지했기 때문이다. 나를 부정하는 환경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때, 우리는 아름다워질 수 있다. 나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타인이나 사회에 편입되려 몸부림칠수록 우리는 스스로를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마음을 잊어간다. 잊어버리지 않는 일이 가장 어렵다. 잊어버리지 않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다시 아름다워질 수 있다. 우리는 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버림받은 것과 소중한 것, 잊어가는 것과 잊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동화 '몽당이와 채송이 그리고 통아저씨'는 시인 이상묵과 화가 임승현의 작품이다. 많은 것을 잊어가는 사람들과 행복해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이 시대의 어른들에게도 울림을 줄 수 있는 동화였다고 생각한다.[김마루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