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케스트라 아시아에 매료된 시간 [공연]

글 입력 2017.05.2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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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국립국악단의 베스트 컬렉션을 관람하게 되었다. 하늘하늘한 바람이 이리저리 돌아다녀서 선선한, 내가 생각하는 국악의 느낌과 딱 맞는 기분 좋은 날이었다. 조율하는 소리부터 날카롭고 아름다워 여기저기서 뽑히는 듯한 첫 음을 들을 때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첫 곡이 시작되기 전 지휘자님의 등장으로 나는 무언가 사로잡힌 기분을 느꼈다. 이후 곡이 시작되자 연주자들 모두가 다 같이 고개를 끄떡끄떡하는 것이 하나가 된 것 같아 인상 깊었다. 특히 현악기의 소리가 두드러져 인간은 줄로 악기를 만들었을 때 이다지 아름다운 소리가 날 줄 알았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또 음악의 스토리가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교과서로만 접했던 청각의 시각화란 이런 걸까. 마치 선율이 그려내는 어떠한 동물, 또는 바람이 보이는 듯 했다. 지휘자님은 마치 춤을 추고 계시는 것 같았고 분위기가 반전되는 때가 있었지만 그 순간이 물 흐르듯이 이어져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관악기가 높은 음색을 낼 때에는 어떻게 이렇게 바람 소리 하나 없이 맑고 깨끗한 소리가 내는지 신기해했다가, 또 다시 지휘자님의 지휘봉이 너무나 빠르게 하얀색 면을 그려내는 것을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하곤 했다.

  두 번째 곡인 <흑토>에서는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도, 지휘자님도 모두 춤을 추고 있는 기분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천처럼 가볍고 나풀거리는 무언가가 하늘로 풀썩하고 치솟고 땅으로 내려오기를 반복하는 듯 했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무규범의 혼란과 자유로움을 느꼈고 왠지 모르게 숨을 참고 관람하게 되었다.

  세 번째 곡인 <원>에서는 몽골의 전통 악기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마치 전자기타처럼 혹은 벌의 날갯짓처럼 징징 거리고 울리는 소리가 났다. 협연자 나르쑤 선생님께서는 알아 들을 수 없는 주문을 읊는 듯한 노래를 하셨고 그 목소리가 또 다른 악기가 되어 조화를 이루었다. 되게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던 곡이었다. 악기가 2개였는데 하나는 사람이 없는, 사람과 동떨어진 온전한 자연 하나의 분위기였고 또 다른 하나는 사람과 사람, 혹은 사람과 동물, 또 혹은 동물과 동물.. 관계와 혼자가 아닌 그런 분위기의 음악을 들려주었다. 절정의 순간이 오래오래 이어지는 긴 곡이었고 지휘자님은 나풀거리며 춤을 추시던 지난 곡과는 달리 이번에는 절도있게 딱 딱 끊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소나무>에서는 한국의 협연자인 문양숙 선생님께서 등장하실 때 숨을 헙 하고 들이쉬게 되었다. 풍성한 한복치마를 몽실몽실 두르고 나오시는 모습을 보니 구름 속에 계신 것 같았다. 소나무의 그 얇은 솔잎 하나하나를 표현하고 그려내는 듯한 곡이었다. 하나의 나무가 진자 작은 부분에서 작은 부분까지 생겨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지휘자님은 선율과 호흡을 같이하였고 손이 공기 위의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가야금에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지휘자는 함께 연주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렇듯 나에게 너무나도 다양한 장면을 보여준 공연의 마무리는 앵콜 곡 2곡으로 이어졌다. 앵콜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나에게 관객과의 소통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관객과 연주자의 조화, 또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지휘자. 서로의 박자가 딱 맞았을 대의 떨림은 이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만 알겠지, 하고 생각하니 뭉클해졌다. 깊은 감동과 전율을 주는 마지막 앵콜과 좌중의 허밍을 나는 절대 잊을 수 없을 테다.

  프리뷰를 작성할 때 나는 확실히 국악이라는 장르가 사람을 깊이 매료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 힘을 이번 공연을 통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고 나 스스로가 국악의 선율과 박자와 하나되는 힘에 매료되었던 시간이었다.


[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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