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저출산은 정말 '문제'일까? [문화 전반]

'여성 없는 여성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와, 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우선순위에 대한 이야기
글 입력 2017.05.2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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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시간에 교수님께 한 자료를 보여주셨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푸는 사회 문제집을 촬영한 사진이었는데, "다음중 저출산의 원인으로 바른 것은?"을 묻는 문제였다. 5지 선다였던 그 문제의 정답은 '일하는 여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에'였다.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 노인부양가능 인구의 감소, 경제 발전의 저해, 국가의 생산성하락... 저출산 '문제'가낳을 결과들로 익히 사용되는 표현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하는 저출산은, 바로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있는 것 같다.경기가 어려우니 안 낳는 것,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선호하는 것 등의 이유는 부차적인 이유일뿐이다. "출산은 감동, 육아는 보람, 가족은 행복!" 2015년 정부의 출산 장려 프로파간다중 하나인 이 표어만 봐도, 저출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출산의 주체인 여성들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에게 있어서 저출산이라는 문제의 해결을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여성들로 하여금 아이를 낳게 하는 것이다.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를 연금개혁이나 정부 재정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정부에게 있어서 치명적일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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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호호 아이둘셋 하하호호 희망한국"

"낳은 기쁨, 커가는보람, 젊어지는 대한민국."

- 2015년 출산 장려 표어 



  이렇듯 저출산의 해결이 궁극적으로 개별 시민의 행복을 불러온다고 가정할지라도, 해결을 위한 과정이랍시고 내놓는 대책이나 강요는 궁극적인 목표가 아닌 당장 경제발전의 저해 등 '국가의' 단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여기서 발생하는 더 심각한 문제는, 정작 출산의 주체인 여성들의 의사가 이 문제에서 제대로 고려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억압적으로 시행되었던 산아제한 정책과 비슷한 기조로 현재의 저출산 문제는 서술되고 있다.
 
  하지만 강요나, 애국심 마케팅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적어도 이러한 방법으로 해결하려 들어선 안되는 문제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저출산 문제의 해결에 급급한 지금, 만약 저출산을 문제삼지 않는다면 어떨까? '문제'가 아닌 '현상'으로 간주하여, 그원인을 파헤쳐 그것에 책임을 전가하기 보다는 현상이 낳는 영향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애초에 출산율을 끌어올린다 할지라도 그것이 또 장기적으로 이어질 결과인지 미지수이기도 하고, 당장 여성의 경력 단절문제나 육아 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가시적인 출산율 상승만을 바라는 것은 제대로 된 문제 해결이 안 될게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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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저출산을 문제로 바라보기 그 이전에, 과연 국가가 현재 추구하는 바가 지표들의 오르내림에만 초점을 두는 숫자놀음인지 아니면 국민의 삶의 질을 올리는 것인지 잘 파악해야만 한다. 저출산 정책에서 여성들이 소외되는 현실을 극복하는 것, 더 나아가 저출산이 "문제"라는 정의가 과연 적절한지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진정한 행복이 가장 우선되는 정책과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 더 건강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방법일 것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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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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