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낙랑을 이해할 수 있을까_오페라 자명고

글 입력 2017.05.0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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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어릴 적에 들어 심지어 흐릿하기까지 한 낙랑공주와 호동왕자 설화를 다시 떠올려보려 한다.

 낙랑의 왕은 호동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해 낙랑공주의 짝으로 삼는다. 하지만 호동왕자는 자신의 아내에게 낙랑국의 ‘고각’을 찢어야만 부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자명고라 불리는 이 고각은 적이 침입하면 스스로 울려 위험을 알렸다. 낙랑공주는 몰래 고각을 찢어버리고 호동에게 전한다. 이를 기회로 삼아 호동은 낙랑을 공격하고, 결국 낙랑공주는 왕에게 죽임을 당하며 낙랑국은 고구려에 항복하고 만다.

 1145년 경 김부식에 의해 쓰인 유명한 역사서 <삼국사기>에 나오는 이 짤막한 설화는 어린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만화, 오페라 등 다양한 변주를 거치며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최소한 주인공 둘 중 한사람에게 공감이 되어야 ‘좋았다’ 고 생각을 할 텐데, 자국의 이익을 위해 아내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 호동왕자나, 거기에 응함으로써결국 제 목숨을 버린 낙랑공주나 지금까지도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택한 것은 낙랑공주의 맹목적 희생에 초점을 맞추던 기존 설화와 달리 지금 시대에 맞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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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낙랑국의 신비의 북 ‘자명고’는
나라가 위태로움에 처할 때 마다 스스로 울려
민족통일을 염원했던 고구려는 늘 패배했고
이에 호동왕자는 낙랑공주를 설득하기에 이른다.

오랑캐 진대철과 손잡고 고구려에 맞서는
자국의 어리석음에 회의를 느낀 낙랑은
호동왕자의 신념어린 모습에 흔들린다.

낙랑공주는 진정한 민족통일을 위해
강한 고구려에게 힘을 실어 주어
 분란의 원인인 외부 세력을 내몰아야 한다는
확신을 하게 된다.

 한편 아버지 최리왕은 진대철과
낙랑공주의 정략결혼만이 
낙랑국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하지만
낙랑공주는 미래의 통일 조국은
고구려의 승리뿐이라 여긴다.

낙랑국의 패망을 감수하고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자명고를 찢어버린 낙랑공주는 
이것이 조국과 민족을 위한
진정한 선택이었음을 자신하며
호동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1969년 김달성 작곡의 창작오페라 <자명고>의 기존 시점을 존중하면서 현재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고자 하는 노블아트오페라단은 낙랑공주와 호동왕자를 통해 진정한 사랑과 희생, 민족통합을 보여주고자 한다. 사실 아직도 의아스럽다. 과연 민족통합이라는 신념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국과 아버지를 버린 낙랑공주를 이해할 수 있을지. 낙랑공주는 그렇다 치더라도 호동왕자는 진짜 낙랑공주를 사랑했을지. 두 사람의 관계가 사랑으로 보일지.

 오페라 <자명고>는 왕성한 해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차세대 젊은 성악가들과 무대를 함께 한다. 이탈리아 최고의 테너상을 받은 이동명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국립극장의 주역 가수인 이성구가 호동을, 미주지역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 중인 조은혜와 이탈리아 무니치팔레 시립극장 주역 가수 김신혜가 낙랑을 연기한다. 또한 진대철은 한국 정상급 성악가인 바리톤 박정민과 이승왕, 최리왕은 베이스 박준혁과 서정수, 주발이는 바리톤 김종표와 박세훈이, 그리고 민들레는 메조소프라노 최승현과 변지현이 맡는다. 뿐만 아니라 이번 무대에는 상고시대 때부터 연주되어오던 오고무와 삼국시대 화랑의 칼춤이 등장할 예정이라 기대감이 크다.


자명고 대표사진.jpg▲ -국립오페라단 제공
 

 상대국을 침략함으로써 얻어지는 민족통합이 과연 진정한 민족통합인지를 생각해보면 현대적인 가치관으로는 맞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시대엔 그랬을 것이다. 국가 간 통합은 오로지 적의 피로만 가능했다. 오페라 <자명고>가 현대적인 시각을 가미했다고는 하나 어쨌든 고전임을 인식한다면,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뒤섞이고 있으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지를 보다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진정한 사랑과 민족통합은 무엇인가. 낙랑은 왜 그래야만 했을까.


공연정보

공연장소 ㅣ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날짜 ㅣ 5월 19일(금), 5월 20일(토) 오후 7시 30분
      5월 21일(일) 오후 3시
공연시간 ㅣ 총 4막 120분(인터미션 포함)
문의 ㅣ 노블아트오페라단 02) 518-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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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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