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과 꿈, 꿈과 현실 사이에서 다시 올 봄을 기다리며 [시각예술]

영화, 라라랜드
글 입력 2017.04.2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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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 LA LA 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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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꿈에 대해 누구보다 강한 열정을 가졌지만 매번 좌절당하는 두 사람이 있다. 그들은 우연히 만났고 우연이 반복된다.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올해의 명장면 1위를 차지했던 영화의 첫 장면은 영화의 정체성을 단박에 알게 했다. 경쾌한 뮤지컬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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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된 우연은 인연을 만든다. 연인이 된 두 사람은 같은 듯 달랐다. 세바스찬은 클래식 재즈를 고집해 자신만의 클럽을 만들어 원하는 음악, 그게 재즈이기만 한다면 뭐든지 언제든지 어떤 방식으로든지 연주하고 말거라는 확고한 열정을 가진 사람이다. 그에게 그것 외에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연체료 청구서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다시 일하게 된 레스토랑에서도 잘릴 걸  알면서도 재즈를 연주하는 등 현실과는 동떨어진 그야말로 ‘낭만’속에 사는 사람이다. 배우지망생인 미아 역시 배우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 있는 사람이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경제활동을 해야 했고, 오디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시선에 맞춘 연기를 준비해야만 했다. 어쨌든 그들은 서로의 꿈을 존중했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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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둘의 사랑은 한층 짙어지고 변화가 찾아온다. 세바스찬은 미아에 의한, 미아는 세바스찬에 의한 변화였다. 세바스찬은 밴드에 들어가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로 했고, 세바스찬이 키이스를 만나 계약하는 것과 동시에 미아는 카페 앞치마를 벗어던지고 1인극 대본을 쓰기 시작한다. 미아는 점점 '낭만적인', '진짜 꿈'을 꾸기 시작했고, 세바스찬은 한 발짝 물러서 현실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일에 몰두하면서 여름은 막바지에 다다랐고, 문 닫은 리알토를 지나치는 장면으로 그들의 관계에 곧 마침표가 찍힐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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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변화는 다툼을 만들었다. 세바스찬은 자신의 변화를 미아가 원했던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과거의 낭만을 쫒던 자신을 철부지라 표현한다. 미아는 그런 그에게 실망했고 다툼으로 이어진 그들의 대화는 오븐의 펑 소리와 함께 끝난다.

 열정을 다해 준비한 1인극을 망치고 미아는 꿈을 포기하려한다. 그런 그녀를 다시 한 번 변화시킨 것 역시 세바스찬이었다. 캐스팅 디렉터가 연극을 보고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한다는 소식을 전해주고 오디션을 보러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오디션에서 미아가 눈물을 머금고 부른 ‘Audition (The fools Who Dream)’은 꿈꾸는데 지쳐버린 사람들을 위한 헌정시 같았다. 비록 정신나가 보일지 모르지만 괜찮으니 다시 일어나라고 다독여 주는 듯 했다.



Here's to the ones who dream
꿈꾸는 자들을 위하여
Foolish, as they may seem
비록 어리석어 보이겠지만
Here's to the hearts that ache
상처받은 마음들을 위하여
Here's to the mess we make
망가져버린 것들을 위하여
.
.
She told me:
이모는 내게 말했어요
A bit of madness is key to give us new colors to see
어느 정도 미치는 건 중요하단다
우리가 새로운 빛깔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하거든
Who knows where it will lead us?
그게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줄지 누가 알겠니?
And that's why they need us,
그래서 우리같은 사람들이 필요한거야
So bring on the rebels
그러니 반란을 일으켜요
the ripples from pebbles
작은 조약돌이 만들어내는 물결처럼
The painters, and poets and plays
화가들, 시인들, 배우들이여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은 언제나 아름답게 마련이다. 숱한 예술가들의 전성기의 단맛이 아니라 그들의 서툴고 외면당하는 쓴맛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 그 열정 때문일 것이다.



where are we?
I don't know. we‘re just gonna have to wait and see.
I'm always gonna love you.
I'm always gonna love you, too.



 5년 뒤, 다시 겨울, 미아는 오디션에 합격해 톱스타가 되어있었고, 세바스찬은 자신이 꿈꾸던 재즈바를 연다. 미아는 다른 사람의 손을 잡고 우연히 세바스찬의 재즈바에 왔고, 그녀를 사랑에 빠지게 했던 그 재즈음악과 함께 십여 분간의 상상이 시작된다. 세바스찬의 연주가 끝나고 둘은 마지막 눈빛을 나눈다.

 꿈과 사랑을 모두 이뤘다면 좋았겠지만 결국 그렇지 못했다. 현실에서도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 것이고, 그럴 것이다. 과거에 대고 외치는 만약은 힘이 없다. 그들의 마지막 상상은 상상일 수밖에 없어서 더욱 슬펐다. 수많은 순간들을 그들은 후회했을까?

 마지막에 나눈 그들의 눈빛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평생을 사랑할거라던 고백은 너를 만나는 동안 열정적으로 꿈을 꾸고 빛나도록 흔들리던 나를 잊지 않고 간직하겠다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고전영화느낌의 화면비율과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오프닝 장면, 보는 내내 미소 짓게 만드는 두 배우의 춤과 노래, 영화가 끝나고도 귓가에 가득한 멜로디 등 영화를 아름답게 느끼게 할 만한 요소는 차고도 넘쳤다. 그 아름다움에 섞여 씁쓸함의 맛은 조금 덜 수 있었다. 사랑과 꿈, 꿈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 익숙한 건, 이 영화가 이토록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건 누구나 한번쯤 라라랜드를 꿈꿔왔기 때문이 아닐까.

 다시 봄이 올거라는 걸 확신하는 사람처럼 세바스찬은 연주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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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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