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 눈에 들어와 더 자세히 보게 만드는 힘 - 셰퍼드 페어리 展

글 입력 2017.04.16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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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에 들어와 더 자세히 보게 만드는 힘
위대한 낙서: 셰퍼드 페어리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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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근처 공사장 펜스에 언제부턴가 하나씩 늘어나던 그래피티를 보면서 '어? 어제는 저게 없었는데 언제 생겼지?' 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아마 아무도 없는 밤에 와서 그리고 간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하루 밤 사이에 나름 흠잡을데 없는 그래피티를 그리는 것이 가능한가는 늘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었다. 그때까지만해도 그래피트 작품들을 곱게 보지 않는 시선 때문에 그들은 몰래 몰래 작품을 창작해나갔던 것 같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래피티가 우리나라에서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그게 바로 작년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진행되었던 '위대한 낙서 展'을 보았을 때였다. 비록 한국의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참여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한 때 낙서라고만 여겨졌던 그래피티가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가 된다니 꽤나 의미있는 일이었다.

사실 나는 그래피티에 큰 흥미를 느끼진 않지만 '위대한 낙서 展'이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을 보고는 '나도 한번 가볼걸 그랬나...'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래서 이번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는 위대한 낙서 후속 전시인 '위대한 낙서 - 셰퍼드 페어리 展'에는 망설임 없이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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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전시가 서예박물관에서 진행된 것과 달리 이번 전시 장소는 한가람 미술관이었다. 가기 전 프리뷰에서 이번 전시가 사진 촬영이 허용된다고 하길래 '사진 찍는 관람객이 붐벼서 작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나오면 어쩌나.' 고민했지만 의외로 작품에 집중해서 보시는 분들이 많아 작품에 집중하고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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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으로 들어가면 파스텔톤의 가벽들로 인해 전시장 분위기가 봄을 맞이한 듯 했다. 이런 여리 여리한 색들에 비해 작품에 쓰인 색상들은 굉장히 강렬해서 액자에 담겨있지만 작품이 굉장히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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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전시 섹션은 'OBEY GIANT CAMPAIGN'이다. 셰퍼드 페어리는 이 캠페인을 하이데거의 현상학 개념과 연관 짓는다. 'OBEY' 스티커 캠페인은 현상학에 대한 셰퍼드 페어리의 실험이었는데, 'OBEY'는 어떠한 의미도 갖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에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 반응하고, 관찰하고, 스스로 의미를 찾아보게 만든다고 한다. 나는 사실 'OBEY GIANT'라는 섹션이 가장 어려웠다. 하이데거의 현상학을 모르는 것은 물론, 작품들을 보면 문구와는 상관없는 이미지가 담겨있어서 이미지와 문구를 어떻게 연결시킬 것 인가에 대해 엄청나게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게 바로 셰퍼드 페어리가 이 캠페인을 통해 얻고 싶었던 관객들의 반응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가장 생각을 많이 하게 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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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퍼드 페어리의 작품에 있어서 중요한 주제로 자리 잡는 '평화와 정의'는 예술을 통해서 세상을 조금은 덜 두렵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세상과 더 밀접한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을 추구한다. 그러나 이 주제의 작품들을 보면 무엇을 덜 두렵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었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는 주제의 대부분 작품들이 여성을 담고 있는지 궁금했고 또 그 여성의 몇몇은 아시아의 여성들을 표현했는지도 궁금했다. 중동 아시아 지역의 끊임없는 전쟁에 대한 반대를 이야기하려 한 것인지, 여성을 약자로서 표현한 것인지 그러나 작품에서 보여지는 여성들의 눈빛은 전혀 약해보이지 않았다. 그저 전쟁의 참혹함에 대한 경고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려 했다기엔 전쟁터에서 수없이 부상당하고 사망하는 남성들에 대한 참혹함은 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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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셰퍼드 페어리는 예술가로서 이 작품이 아니라면 신경쓰지 않을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환경적인 이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도록 하는 작품들을 설득력 있게 꾸준히 창작해내는 점에서는 너무나 존경스럽다. 예술가로서 예술가의 의무에 대해 스스로가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의 영향력에 대해 희망한다는 것은 멋진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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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퍼드 페어리는 2015년부터 계속해서 'EARTH CRISIS'를 주제로 시리즈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시리즈 작품들을 통해 셰퍼드 페어리는 '환경 보호'라는 이슈에 대해 사람들을 고무시킨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초록색 배경에 빨간색 위주의 작품들은 색상 대비로 인해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우리가 사는 지구를 잘 보존해야한다고 교육받았지만 사실 '환경 보호'의 절실함을 느끼진 못했다. 아마도 내 피부로 환경이 안좋아졌다고 느끼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미세먼지로 인해 환경이 정말 안좋아졌다는 것을 실감하고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무엇보다 내가 지나온 어린 시절은 그래도 깨끗한 환경에서 미세먼지 걱정없이 지냈는데 후손들이 살아갈 세상을 잘 물려주지 못한 것이 가장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환경 보호 보다 당장 지금의 경제 발전, 편리함, 편안함만 추구하는 우리들은  너무나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일은 아니지만 '나의 아이들'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사람들이 하나씩만 지켜도 조금은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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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다 관람하고 밖으로 나오니 전시장 외부에 관람객들이 'OBEY GIANT'를 그리기 위해 모여서 색칠을 하고 있었다. 셰퍼드 페어리가 이 광경을 보면 예술가로서 무척이나 뿌듯할 것 같다. 빼곡히 전시된 작은 작품들을 보며 'OBEY FOR WHAT'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무엇에 복종하고 그 질서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전시장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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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정보※
전시기간: 2017.03.15~04.30
전시장소: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관람시간: 오전 11시 ~ 오후 8시
(입장마감: 오후 7시 30분)
휴관일: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티켓예매: 1544-1555 (인터파크 티켓)


[이정숙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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