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개,돼지': 옴니버스식 구성을 통한 성공적 연출

글 입력 2017.03.28 00:2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개돼지] 포스터_700px.jpg


연극 '개,돼지’에서는 사회에서 약자가 억압당하는 과정에서 대중이 무비판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그린 세 편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아우르는 연극의 제목인 ‘개,돼지’는 최근 들어 한국 사회에서 본래 의미가 아닌, 권력에 순응하는 대중의 모습을 낮춰 부를 때 쓰인다. 이 말은 한 정치인이 ‘대중은 결국 개,돼지’라며 결국엔 정부와 그 권력의 중심인 정치인들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오게 되어있다는 맥락에서 말한 것이 알려지며 유명세를 탔다. 대중은 사는 것에 지치고, 재미난 것에 혹해서, 정작 자신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title_개돼지.jpg


연극에서는 대중의 역할을 맡은 배우들에게 짐승의 탈을 씌우고, 바닥을 기고 혀를 핥는 등 짐승의 행동을 하게하며 ‘개,돼지’의 모습을 표현한다. 또한, ‘개,돼지’처럼 행동하지 않고, 사회의 관습에 저항하거나 권력에 대항하는 개인들이 처참하게 사회에서 버림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연극은 사회 내 권력 관계와 대중의 비인간적인 모습의 단면을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내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여기서 ‘비인간적’이란 것은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사회에 대한 무사유로 삶을 구성하고 관계를 맺는 모습을 가리킨다.


fa2b1d6a01ae7e83482b9d78f4036edb_sBVA8rh1YZj.jpg

 
120분 동안 세 가지 이야기는 돌아가며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한다. 무대의 소품이나 상황은 크게 변화하지 않고, 배우들도 일인 다역을 하며 이야기마다 다른 역할을 맡는다. 이전 이야기에서 권력자의 역할을 맡은 사람이 그 다음에는 억압받는 민중을 연기하는 식이다. 이들은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무대 옆의 공간에서 옷을 갈아입고 그 다음에 다른 사람이 되어 등장할 시간을 기다린다. 배우들은 노련하게 자신의 말투와 표정을 변화시키며, 극 또한 매번 바뀔 때마다 긴장감 있게 되어 지루할 틈이 없다. 하지만, 이 세 이야기는 사건 발생 국가나 시대, 그리고 다루는 주제가 매우 상이하여 자칫하면 세 개의 다른 연극을 마음대로 섞어놓은 것처럼 보이기 쉽다.


그럼에도, 이 셋은 큰 틀에서 하나의 단단한 연결고리를 가지게 되어, 이야기가 전환 될 때, 다르지만 비슷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즉, 누군가는 억압당하고, 다른 이는 억압을 하며, 또 다른 이는 상황을 묵인하고 순응하는 역사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여러 사회에서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연극은 이러한 상황이 시간과 장소를 막론하고 보편적일 정도로 자주 일어난다는 사실을 이 옴니버스 식 구성을 통해 큰 소리로 말하고 있다.


[양유경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