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폭력, 그리고 폭력에 대한 경고 [문학 전반]

폭력과 폭력에 대한 경고
글 입력 2017.01.30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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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의외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어릴 적 읽은 동화다. 「문제아」라는 박기범 작가의 창비 출판 동화. 초등학교 당시 그 동화를 읽고 나는 소름이 돋는 것을 경험했다. 이 동화가 소름끼치게 재미있다거나 인상 깊다거나 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다만 이 동화가 나에게 두 가지 경고를 던졌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경고는 눈에 보이는 폭력에 대한 경고였다. 이 동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다른 사람의 폭력에 대응해 폭력을 저지른다. 언뜻 보이는 이 상황은 흡사 ‘정당방위’다. 이 정당방위 역시 사실상 폭력이었다. 폭력은 폭력을 부르고, 서로 다치게 할 수 있다는 끔찍한 상황에 어린 나는 큰 충격을 받았었다. 근 몇 년 그래도 초등학교를 다녔지만 본적 없던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이유로 이 동화로 닭살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만 두 번째 경고가 더 동화의 주제와 밀접하며, 어린 내가 스스로는 느낄 수 없었던 사실을 알게 해주는 경고였다.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에 대한 경고였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사실 주인공의 행동은 일종의 ‘정당방위’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가해자로 낙인찍힌 것은 주인공이다. 더군다나 이 낙인은 그를 말 그대로 ‘문제아’로 만든다. 그저 상황을 도피하고자 택했던 탈출 방법이 그를 영원히 학교 사회에서 방출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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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모든 상황은 집에 들어온 살인강도를 빨래건조대로 내려쳐 죽게 했다가 젊은 나이에 빨간 줄을 긋게 된 대한민국의 청년 사례를 떠올리게 했다. 고등학교 시절 사회 문화 시간에 배웠던 ‘낙인 효과’라는 것도 머릿속에 떠올랐다. 선생님께서는 낙인효과가 부정적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말씀하셨다. 아, 이런 것도 생각났다. 사건을 볼 때는 극단적으로 보는 것보다 그 나라의 상황과 역사를 꼭 확인하고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경위를 알아야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억울해질 수도 있다는 말도 기억난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폭력만 폭력이라 믿는다. 그렇지만 간접적인 폭력이 이 세상엔 더 많다. 편견 가득한 시선은 실제로는 처벌받진 않지만 손가락질 받아 마땅한 ‘폭력’이다. 문제아의 주인공은 그런 폭력을 받은 것이다.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가해자로 둔갑시켜버리는 폭력, 둔갑시키는 것도 모자라 낙인을 찍고 부정적인 모습으로만 보는 폭력, 사건의 경위를 확인도 하지 않고 문제아로 추락시켜버리는 그 폭력. 그리고 문제아로 바닥 친 주인공을 건져낼 생각은커녕, 방관하고 방임하는 선생님과 주변 친구들의 그 편견 어린 시선, 눈총과 같았을 폭력.

   어린 나는 이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했으나, 내가 편견으로 바라보는 시선 하나가 남들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꼭 주먹을 휘두르고 괴롭히는 것만이 폭력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이 돼서도 폭력에 관련된 문학을 뽑으라는 말에 단박에 떠오른 것이 이 동화였다. 내가 자라는데 있어서 꽤 큰 영향을 준 동화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난 이 두 가지 경고를 마음 속 깊은 곳에 두고두고 새겨두며 산다.

   다만 내가 자라서 보게 된 것 중에 하나는 박기범 작가의 동화가 너무 일방향이라는 것이다. 학생들의 시점을 너무나 정당화하고, 교사의 행동을 악의적으로 표현한 것이 지금 돌아보면 이 동화의 커다란 아쉬운 점이다. (책 「문제아」 속 단편들에 등장하는 대다수의 교사들은 모두 이렇게 악의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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