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까우면서 먼 나라 일본, 그들의 도예문화를 산책하다 [공예]

글 입력 2017.01.2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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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주변의 지인들을 보면 한두달을 아르바이트에 매진해 그 돈으로 가까운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일본은 그들이 가장 즐겨 찾는 여행지 중 하나이다. 거리가 가까워서이기도 하지만, 섬나라라는 특성 때문에 생겨난 아시아의 어떤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일본 특유의 독특한 문화에 이끌리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문화들은 외부에서 들어온 것이 많지만 그 속에서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얼마 전 일본으로 여행을 갈 기회가 생겼다. 나는 짧은 여행이지만, 도시의 관광지 외에도 그 외곽에 있는 일본의 가마터, 도예마을에 가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임진왜란, 정유왜란 때 일본으로 우리나라의 수많은 도공들이 끌려가 도자기문화가 활성화되었고, 또 그 이전의 고대에도 신라와 가야인들이 일본의 스에키문화를 창립시켰다는 것을 대한민국에서 역사를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든 알고 있을 터였다. 때문에 나는 일본이 도예문화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색을 표현하였는지 알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찬 채, 설레어하며 일본의 대표적인 도자기 마을 이마리와 아리타로 향했다.


  아리타와 이마리는 마치 한국의 여주와 이천처럼 일본의 도자기 마을로 유명하다. 도자기가 관광 포인트가 되어 많은 도자기 축제가 열리고, 체험활동이 많은 우리나라의 도예마을과 달리, 아리타와 이마리는 도시인 후쿠오카시에서 꽤 벗어난 곳으로 한적한 정취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 마을들이, 특히 아리타 마을이, 일본 도예사에 미친 영향은 굉장히 지대하다. 임진왜란과 정유왜란 때 조선 땅을 밟게 된 일본의 장수들이 조선의 도공들을 몇 명이나 데려갔는지, 아직도 정확한 수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조선의 도공들이 만든 도자기가 비싸게 팔리고 수요가 증가하게 되면서, 그들은 일본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가마를 열 수도 있게 되었다. ‘아리타에서 구운 도자기’라는 뜻을 가진 아리타야끼의 창시자는 바로 조선의 도공 이삼평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리타 마을보다 이마리 마을이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아리타 마을은 교외라고는 해도 매년 축제도 진행하고 있고 체험활동도 왕성하며 포세린파크와 같은 큰 테마파크 때문에 정말 우리나라의 여주를 보고 있는 듯 한 기분이었다면, 이마리 마을은 좀 더 시골같이 여유롭고 조용한 분위기가 강했기 때문이다. 구석구석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가마터와 공방에서부터, 마을을 계속 올라가다보면 삼림욕을 할 수 있는 나무가 울창한 숲이 나오기도 했다. 내가 알아본 바로,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적은 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마리 마을을 찾은 당일에는 주민들을 포함해서 사람을 거의 볼 수가 없었다. 이 세상은 계속 빠르게 돌아가는데 이 마을만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이마리와 아리타를 구경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하게 되는 도자기들에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된다. 깨어진 그릇 조각들이 헨젤과 그레텔에서의 빵 조각처럼 낯선 사람인 나에게 길을 알려준다. 마을의 지도 또한 도자기 조각들이 모자이크로 이루어져 있고, 다리 위에도, 집의 난간 위에도, 정말 여기저기에 도자기들이 타일로, 혹은 그릇 자체로, 예쁘게 장식되어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모여서 마을이 하나의 작품이 된 것같이 어딘가 어색한 구석 하나 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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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두 마을을 구경하면서,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와 좀 더 일본 도자기에 대해 찾아보면서 알게 된 것은, 일본의 현대 도예에 대한 것보다는 전통적인 일본 도자기 특징에 대한 것이었다. 일본 또한 우리나라처럼 현재까지도 도자기가 계속해서 계승되고, 발전이 되어오고 있기 때문에, 현대의 일본 도자기는 어떠한 특징 아래에 있다기보다는 각각 작가 개인의 스타일에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오래동안 내려왔고, 또한 굉장히 전형적인 일본 도자기의 특징으로서, 나는 굉장히 세심하고 오밀조밀한 부분들이 많은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함과, 선명하고 알록달록한 색채로 가늘고 얇은, 굉장히 복잡하고 세밀한 그림들을 그려내는 화려함 등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에서 발상된 소성 기법 중 '라쿠 기법'이라는 것이 있다. 현대 도예에서 드물지 않은 표현기법중 하나인데, 고온이 아닌 1,000도 정도의 온도에서 구운 후, 빨갛게 달아오른 기물을 꺼내서 톱밥 속에 넣었다가 다시 찬 물에 넣는 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흙이나 유약을 통한 표현도 물론 있지만, 그보다 도자기를 굽는 방식 그 자체에서 더 그 독특함과 빛깔이 우러나온다. 이 소성법을 거친 도자기는 굉장히 투박하지만 동시에 세련된 느낌을 주어 가장 현대적인 방법으로 유럽 등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라쿠 기법은 소성 과정이 특별하기 때문에 하나의 행위예술, 퍼포먼스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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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도예가 Paul Soldner의 Raku Ware 작품)


  이번 여행을 통해 단지 책이나 방송 등, 매체를 통해서 일본의 도예문화를 바라봤던 것 보다는 훨씬 더 가까이서, 그야말로 오감을 사용해 그 분위기와 색채와, 풍채를 느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절대로 결코 내가 접한 것이 이들의 모든 것이 아닐 터, 나는 이제야 그 속을 잠시 걸어보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즐거웠던 산책을 통해서, 앞으로 더 먼 길을 행복한 마음으록 공부할 준비가 되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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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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