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올라퍼 엘리아슨 : 세상의 모든 가능성展 [시각예술]

세상의 모든 가능성展 개인 관람 오피니언
글 입력 2017.01.05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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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afur Eliasson
The parliament of possi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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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월 27일, 리움 미술관 기획전시인 올라퍼 엘리아슨의 '세상의 모든 가능선 전'을 다녀왔다. 내가 올라퍼 엘리아슨를 알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3년경 책에서였다. 자연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예술과 과학을 결합시킨 그의 작품들은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이후 인터넷 검색을 통해 더욱 흥미를 갖게 됐다. 작품에 담은 그의 뚜렷한 사회적 메세지도 좋지만, 움직임, 빛, 색채를 활용한 작품의 모습은 굉장히 감각적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엘리아슨에 관심을 한창 갖게 되었을 무렵에는, 한국에서 그의 작품을 직관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언젠가 그가 한국에서 또 전시를 하기를 막연히 기대하고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지난 9월, 평소 읽던 미술 잡지를 통해 드디어 리움에서 엘리아슨의 개인전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때 얼마나 설렜던지. '드디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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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레는 마음으로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제일 먼저 공중에 이리저리 움직이는 환풍기가 관람객을 반기고 있었다. 마치 '어서와'하고 맞이하는 듯한 모습이다. 물론 이것도 엘리아슨의 작품 중 하나다. 전시 제목인 '세상의 모든 가능성'으로의 첫 걸음을 내딛는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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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대로 이끼 벽, 1994 / 자아가 사라지는 벽, 2015 / 사라지는 시간의 형상, 2016


 리움 홈페이지와 미술잡지, 전시 리플렛 등을 통해 미리 읽은 작품 설명을 머리 속으로 되뇌면서 감상했다. 기하학적 무늬, 움직임, 이끼, 스테인리스 스틸의 반짝임… 올라퍼 엘리아슨이 재현 혹은 창조해놓은 작품들은 그가 의도한 대로 색다른 인식과 체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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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r unpredicatable path, 2016 (당신의 예측 불가능한 여정)


 올라퍼 엘리아슨은 작품과 관람자의 관계를 중요시해, 관람객의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체험을 강조하는 작가이다. '미술세계' 잡지에 실린 김정아 기자의 글에 따르면, 엘리아슨은 작품 제목에 '당신(you)'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데, 이는 작품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참여자로서의 관람자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점은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그의 작품에서 직접 느낄 수 있다. 위는 이번 전시에 전시되고 있는 '당신의 예측 불가능한 여정'이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우주의 성운을 연상케 한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서면 유리 구슬에 관람객과 주변 환경이 거꾸로 맺힌다.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이미지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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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대로  무제(돌바닥),2004 / 당신의 미술관 경험을 위한 준비, 2014


 위는 이번 전시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작품 두 개의 사진이다. 도형 패턴의 반복이 마치 삼차원 입체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바닥 타일과, 프리즘 판유리에 투과된 빛이 만들어내는 설치작품이다. 관람자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는지, 또한 어떤 공간에 설치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두 작품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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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대로 The weather project, 2003 / The open pyramid, 2016
 출처 : http://olafureliasson.net


 사실 전시에 관해 조금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하나는 규모인데, 나는 '올라퍼 엘리아슨'하면, 가령 그를 세계적으로 알린 <날씨 프로젝트>처럼 정말로 대자연을 옮겨놓은 듯한 거대한 작품들이 떠올리곤 한다. 내가 평소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그의 전시는 대부분 대규모 개인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엘리아슨 전'하면, 광활한 유사자연의 작품을 직관하길 기대했던 것 같다. 물론 리움 기획 전시실을 처음 가본 것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전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몰랐던 것도 아니지만, 비교적 작은 규모의 작품들은 유사자연의 새로운 공간으로 느끼기에 한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세계와 감성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두 번째로 아쉬웠던 점은 전시장 내 동선이다. 전체적으로 동선과 관람순서가 모호했다. 자유롭게 관람을 하다 보면, 처음 지점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복잡한 구성이었다. 정해진 순서 없이 이리저리 여러 번 공간을 감상하라는 의도였는지 아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좀 더 원활한 관람 동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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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1층 블랙박스 전시장으로 나오면, 어두운 공간 속 미세한 물 입자에 빛을 투사하여 빛의 무지개를 만들어 낸 <무지개 집합>을 볼 수 있다. 처음에 이 작품을 봤을 때는 분무하는 원형의 물안개만 보였는데, 직접 그 안으로 들어가니 비로소 사진과 같이 선명한 무지개가 드러났다. '가촉적'이 된 빛의 공간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환상적인 작품이었다.

 <무지개 집합>을 끝으로 '세상의 모든 가능성'에서 현실(전시장 밖)로 나가게 된다. 엘리아슨 작품의 특징 중 하나가, 작품을 구성하는 기계를 그대로 노출하여 현실은 언제나 만들어지는 것임을 드러낸다고 한다. 그것은 곧 예술로 새로운 현실을 만들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새로운 인식과 경험을 가능케 하는 예술의 모든 가능성, 이것이 바로 올라퍼 엘리아슨이 제안하는 세상의 모든 가능성일 것이다.




​참고 : 리움 홈페이지 작품 소개
미술세계 11월호 '당신의 모든 가능성' 김정아 기자 글
미학에세이 '빛의 방' 진중권



[류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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