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단순함이 미덕, "미니멀리즘(minimalism)"[문화 전반]

글 입력 2016.11.2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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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minimalism)"이란?

minimal(최소한의,극미의)+ism(주의)=최소한주의


가장 단순하고 간결함을 추구하여 단순성, 반복성, 물성 등을 특성으로

절제된 형태 미학과 본질을 추구하는 콘셉트.


최근 사회 전반에 떠오르는 키워드에 어떤 것이 있을까 하다 문득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미니멀리즘이라는 개념을 접하게 된 건, 즐겨보는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장우혁씨가 자신을 미니멀리스트로 표현하는 것을 본 다음부터였다. 미니멀리스트라는 단어는 처음듣는 단어라 검색을 해보니 미니멀리스트의 사전적 의미는 '되도록 소수의 단순한 요소를 통해 최대 효과를 이루려는 사고방식을 가진 예술가'라는 의미였다.  

미니멀리즘은 시각 예술 분야에서 출현하여 음악, 건축, 패션, 철학 등 여러 영역으로 확대되어 다양한 분야에서 표현되고 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심미적 원칙에 기초를 두고 기본적으로 예술적인 기교나 각색을 최소화하고, 사물의 근본 및 본질만을 표현했을 때, 현실과 작품의 괴리가 최소화되어 진정한 리얼리티가 달성된다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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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Untitled)-도날드 주드(Donald Judd)


>>미술
1960년대 시각 예술 분야에서는 대상의 본질만을 남기고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하는 경향으로 나타났으며, 그 결과 최소한의 색상을 사용해 기하학적인 뼈대만을 표현하는 단순한 형태의 미술작품이 주를 이루었다고 한다. 한 예로 미술비평가이자 미술가이기도 한 도널드 주드(Donald Judd)는 그의 작품에서 하나의 기본 단위 또는 모듈을 적게는 두 번에서 많게는 백 스무번까지 반복 표현했다. 이러한 반복은 별다른 기교가 없으며 그저 하나 다음 다른 하나를 놓는 식이다. 그 단순한 형태는 다이내믹하고 불안정한 배열로 복잡하지도 장식적인 요소를 갖고 있지도 않은 '부분의 합'이라 할 수 있다.


>>건축&인테리어
건축 분야에서는 소재와 구조를 단순화하면서도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건축가는 리처드 풀러(Richard Fuller)이다. 그는 지오데식 돔을 완성하였는데, 이는 최대 용적을 최소 피복 면적으로 덮어씌우는 구조이다. 이러한 건축의 예는 몬토리올만국박람회의 미국관인데 거대한 돔으로 도시 자체를 덮어씌워 내부에 미래의 도시 환경을 전시하였다.

미니멀리즘은 사람들의 생활에도 밀접하게 다가오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예로, 현재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비우고 덜어내는' 인테리어가 있다. 물론 미니멀리즘의 개념에 맞게 인테리어의 형태는 최소한의 색채와 가구들을 활용한, 단순하면서 클래식한 느낌이 강하다. 집은 개인이 가장 편안하게 쉴 수 있고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만큼, 자신의 성향이 가장 많이 드러나고 같은 공간도 꾸며지는 것에 따라 매우 다르게 보일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러한 점을 활용하여 DIY 홈 인테리어와 같이 더 이상 수동적인 공간활용이 아닌 자신이 직접 꾸미고 배치하는 인테리어가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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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 유행한 미니멀리즘.
Rachel haircut을 한 여성이
흰색의 단순한 드레스를 입고 있다.


>>패션
미니멀리즘은 패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장식적인 디자인을 가능한 한 제거한 심플한 디자인이나 인체의 실루엣이 드러나는 선정적인 옷, 또는 최소한의 옷으로 훌륭한 옷차림을 연출하는 방법 등이 모두 미니멀리즘의 콘셉트이다. 화려한 색상을 절제하고 대개 검은색이거나 단색, 종종 금은색을 사용한다. 미니멀리즘 패션은 절제한 단아함 속에 더욱 세련된 면모를 보여 주는 것이 특징이다. 캘빈 클라인, 질 샌더, 도나 카란, 헬무트 랭, 프라다 등의 디자이너들이 미니멀리즘 패션을 선보인 대표주자였다. 구찌의 톰 포드 역시 미니멀리즘적인 패션디자인으로 명성을 얻었다. 질 샌더는 1993년 독일에서 매장을 오픈하였으며, 단순하고 건축적인 구성을 선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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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 패션이라 하니 유행하는 패션 트렌드 "놈코어(normcore)"가 연상된다. 놈코어란 normal과 hardcore의 합성어로 평범함을 표방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패션을 말한다. 말그대로 꾸민 듯 안꾸민 듯 편안한 느낌을 주지만 그 안에 자기만의 핵심포인트를 담아낸 패션이다. 즉, 기본적이고 평범한 아이템에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포인트 아이템을 멋스럽게 매치해 스타일링하는 룩을 말한다. 놈코어 룩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기본적인 아이템을 활용하며 옷을 통해 남들과 자신을 구별하지 않는다. 놈코어에서는 맨투맨 셔츠와 물 빠진 청바지, 피케셔츠, 야구 모자, 터틀넥 스웨터, 패딩 베스트, 런닝화 등 흔히 갖고 있는 아이템들이 많이 활용된다. 소재는 옷을 입었을 때 움직임이 편한 유연한 것을 주로 사용하고 컬러는 검정색이나 회색 등이 주를 이룬다.





아래의 두 드라마는 미니멀리즘에 관련된 콘텐츠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한참 전에 미니멀리즘 붐이 시작되어 책 뿐만 아니라 드라마같은 콘텐츠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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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 <우리집엔 아무것도 없어>중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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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 <인생이 두근거리는 정리의 마법>중 한 장면


이렇게 '미니멀리즘'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새삼 세상이 점점 간결함과 단순함을 추구하게 되는 시점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류는 지금껏 여러 문명을 거치며 발전해왔고 급속히 발전된 과학기술을 통해 보다 편리하고 자동화된 삶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는 우려가 따르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에 따라 우리의 삶이 편해지고 여유가 생겼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미니멀리즘이라는 개념도 오래전 생겨난 개념이긴 하지만 현대에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게 된 것은 사람들의 생활 수준 향상에 따라 생겨난 여유와 편리함이 만들어낸 일종의 현상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미니멀리즘이 많이 적용되고 있는 인테리어, 패션을 보면 모두 우리가 생활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들 중 하나이다. 이는 바쁘고 복잡한 현대인의 일상에서 집이나 패션 스타일같은 개인적인 영역에서 심플함이나 단순함을 추구하여 그 대상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나, '간단한 것이 편하다'라는 현대인들의 사고방식을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되돌아보면 그동안 버리고 덜어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 뇌가 자동적으로 모든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버려야 할 필요가 있지만 한번에 모두 버리기가 쉽지 않은 듯 싶다. 전에 청소의 중요성에 관한 일본 다큐를 본 적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청소를 한 다음에는 모든 일에 능률이 올랐고 동기부여가 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청소를 하면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해도 개운한 느낌이 드는 것처럼 눈에 보이게 버리고 덜어내는 것이 마음의 여유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미니멀리즘을 통해 배운 덜어냄의 미학에 대해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아야 겠다.


[정효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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