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행자의 철학법 [문학]

글 입력 2016.11.06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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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여행자의 철학이란
《여행자의 철학법》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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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에서 강하게 끌렸다. 여행을 하는 사람으로서 지니고 있는 나름의 철학을 다루고 있는 거라고 추측했다. 그것이 실제 여행이든, 삶과 인생의 여정이든 말이다. 그러나 곧 표지를 통해 곧바로 각 여행지에서 동행인으로서 다양한 인문학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철학을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책을 이끌어 나가는 기본 구성이 참신하다고 느꼈다. 각 여행지를 소개하며 그곳의 역사나 관광 명소, 자신의 소감에 대한 서술을 늘여놓는 상투적인 기행문들은 이제 진부하게 느껴지던 참이었다. 각 여행지에서 인문학자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사상을 곱씹어 본다는 것, 궁극적으로 그들과 심적으로 동행한다는 것이 굉장히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지나치게 들뜨거나 관광지의 화려함만을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만의 사유 속에서 마음껏 헤엄칠 수 있는, 바람처럼 자유롭게 홀로 떠난 여행의 느낌이 나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느낀 첫인상과는 다르게 내용은 다수 두서없었다. 각 장소에서 만나는 인문학자들도 어딘가 꿰어 맞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뜬금없기도 했다. 그들의 등장을 위해 일부러 그러한 상황을 설정한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런 억지스러운 연출에 거부감이 들었다. 글쓴이가 머리말에서 수많은 책들이 여행의 참모습을 적나라하게 밝히지 않는다고 서술한 만큼, 솔직함이 묻어나오는 에세이를 기대하고 읽었지 소설을 읽으려고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각 사상가들과 대화를 나누는 부분과 그들 자체의 철학과 사상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교차되어 나오는데, 그러한 서술방식으로 인하여 두 부분 중 어느 한 쪽에도 집중할 수 없어 오히려 몰입을 방해했다. 전체적인 글의 짜임이 통일성 없이 산만하게 느껴졌고 정신없었다. 결국 글쓴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여행지에서의 솔직한 자신의 경험과 느낌에 대한 기록과 공유인지, 각 사상가들의 이론을 전하려는 교육적 목적인지, 여행지에 대한 설명인지 알 수 없었다. 물론 각 여행지와 그 곳에서의 경험, 그리고 등장하는 사상가들이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하다 보니 이도저도 아니게 된 것 같았다. 글쓴이의 느낌을 전하려고 한 것이라면 사족으로 사상가들이 딸려 나온 듯 했고, 각 인문학자들의 철학을 소개하고자 한 것이었다면 여행 에세이라기보다는 좀더 고급스러운 느낌의 청소년을 위한 교육용 도서로 전락한 느낌이었다. 고등학교 때 배우는 사회문화, 윤리와 사상 시간에 배운 지극히 교과서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학자들과 만나고, 여행 그 자체에서도 많은 것을 느꼈을 텐데도 ‘인문 여행’이라는 멋있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끝에 전체 여행을 되돌아보며 갈무리하는 내용 하나 없이 후다닥 끝난 것 같아 당황스러웠다. 글쓴이의 여행은 계속 되고 있는데, 분명한 끝맺음은 없는 것 같아서 책을 다 읽고도 끝까지 읽은 것 같지 않은 느낌에 찝찝했다. 소재가 괜찮았고 책 자체도 굉장히 예쁘고 구성도 마음에 들었는데, 내용이 의외로 별로라서 실망감이 컸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싶고, 실제로도 계속 읽었던 것은 나 역시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다. 2장 <우리는 왜 항상 어디로 떠나고 싶어 할까>에서 밝히는 것처럼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을 내일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공간 속에 내 자신을 던져 보고 싶었던 것이다.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맛을 느껴보고, 전혀 다른 날씨와 풍경, 나 혼자만 덩그러니 놓인 듯한 그 속에서 역설적으로 진정 살아 있다는 느낌을 온몸으로 받을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자 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큰 것 같다. 당장 떠나지 못하는 내 현실에 대한 분풀이를 이 책에다가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냥 내가 직접 떠나야겠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내가 떠올리는 생각이 바로 진정한 여행자의 철학법일 것이다.


[이예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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