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행, 유행일까 문화일까 [여행]

여행의 가치는 무엇이길래
글 입력 2016.10.2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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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행은 유행처럼 번져나가기 시작하였다.
특히 20~30대 청년층에 배낭여행이 그 물결을 타기 시작하였는데
그 이유는 특이하게도 sns가 그 중심에 있었다.
 
 
나는 얼마 전 100여일의 여행을 다녀왔는데 이 여행에서 나는 몇 년 전에는 만날 수 없던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따라서 여행족'이었다. 말만 들어서는 친구나 가족을 따라온 사람들을 말하는 것일까? 싶기도 하지만, 이 사람들은 누군가의 여행을 따라서 온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이러한 사람들은 생각보다 꽤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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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궁금했다.
 
시간과 돈과 열정을 들여서 오는 이 여행을, 그저 자신이 없어 누군가를 따라해 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뒤쳐지기 무서웠다고 했다.
sns를 켜면 쏟아지는 어마무시한 여행기들과 그들을 찬양하는 매스컴 그리고 사람들.
그리고 자신을 뽐내듯 빼곡히 적혀있는 지인들의 여행이야기 속에서 작아지고 뒤쳐지는 기분이 들어 일단 여행을 떠나 따라하고 있는 중이라 하였다. 이러한 말을 하는 사람들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해보였다. 여행 중인데도 말이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시간 뒤쳐지면 안 된다는 강박을 갖고 살아왔다.
학창시절을 돌이켜보자. 시험에서 한 등수라도 밀리면 우리는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혼나고 자존심을 깎이는 말을 들어야만 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어떠했는가. 그 폭이 더욱 넓어져서 학점, 토익, 대외활동, 특기활동 등 끝도 없는 분야 속에서 뒤쳐지지 말아야 했다. 그것이야말로 도태되는 것이었으니까.
어른들은 재촉하고 친구들은 성장한다. 그 속에서 나만 고립되는 기분에 우리는 내키지 않음에도 무언가를 하며 살아왔다.
이러한 우리의 생활습관이 최근 붐으로 떠오른 '여행'이라는 종목에도 침투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여행을 떠나는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현실 도피, 애인과의 여행, 추억여행, 자아를 찾기 위해서...
어느 하나 사소한 이유는 없다.
 그저 받아들이기 나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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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는 첫 여행이 있다.
분명 서툴렀을 것이고 어설펐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작은 것이라도 얻어왔었다.
정말이지 거창한 것이었을 수도 있고, 말도 안 되게 실망해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느 가치 하나도 무시할 정도로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없다.
여행 속 성장을 그렇게 이루어졌을 것이다.
나도 모르는 가치를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따라서 여행을 떠난 모든 자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슬퍼하지 말라고.
아무리 뒤쳐지기 싫어 떠난 막무가내 여행이었을지라도 그 속에서 당신은 무언가를 얻었을 것이라고.
그러니 여행 중에 실망 속에서 허우적거려 그 소중한 시간들을 낭비하지 말라고 말이다.
 
 
요즘은 여행이 유행이란다.
하지만 그 속의 우리의 애틋한 가치도, 이야기도 유행이 된다면 정말 슬픈 일이지 않을까.
여행을, 그리고 각자의 이야기를 즐기자.


[손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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