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도시의 별헤는 밤 [예술철학]

글 입력 2016.10.22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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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이란 이름의 전시전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최근 미술관련 강의를 들으며 그에 관한 지식을 쌓고있었고 문화에 관한 강의를 들으며 예술의 사회성을 생각하고 있던 터라 이 전시전이 내게 상당히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이 전시전은 도시화에 따른 미술과 미술환경의 변화 양상을 조명하는 기획특별전으로 18세기 이후 성장한 ‘도시문화’를 배경으로, 조선후기에서 근대까지 도시의 경관, 도시의 정서, 도시의 미의식 등을 주제로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전시하고있었다.
 도시화는 인간 이성의 성장과 그 맥을 같이했다. 인간 이성의 대표적인 성장으로 뽑히는 계몽주의 또한 18세기 산업혁명과 동시대에 발생했다. 이는 동시에 인간에게 스스로를 되돌아 보게하는 계기가 되었다. 'Sapere aude'라는 칸트의 말처럼 스스로에 대해 주체적으로 생각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도시는 이러한 사람들이 밀집하게된 최초의 공간이었다. 주체적으로 생각하게된 인간들의 수많은 종류의 혼란과 희열들이 도시에 모였을 것은 자명하고 그러한 감정들은 여러가지 형태로 표현되었다. 서양에서는 그러한 표현 중 하나로​ '인상주의'라는 미술사조가 등장했다. 그들은 스스로가 인지한 세계를 스스로의 방식으로 표출하며 주체적인 개인을 표현했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도 그러한 흐름 속에서 탄생한 작품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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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과 별은 묘하게도 사람들의 정서를 자극한다. 그러한 정서의 대부분은 주로 외로움, 그리움 등 인간 본연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들이다. 이는 도시의 밤, 빛나는 밤의 존재 이전에도 그러했는지는 모르지만 도시의 밤에서는 비교적 확실히 그러한 기능을 한다. 윤동주의 시 '별헤는 밤'에서도 그러한 모습이 잘 드러난다. 도시의 화려한 밤은 그 속에 빠져있는 사람을 제외하면 모두를 개인으로 만든다. 적적함, 외로움 등이 개인을 지배하는 것이다.  현대에도 그러하듯이, 이러한 개인의 시간과 타자와의 시간은 같이 발생한다. 역설적으로 타인이 없다면 이러한 정서는 발생조차 하지않기때문이다. 즉 타인과의 유대를 통해 이것을 극복하고자하는 것이다. 올해 타 지역으로 대학 진학을 한 나에게 이러한 경향은 경험적으로 입증되었다. 밤이 외로워 술과 사람들로 시간을 태워된 적이 허다하다.  동양에서는 이러한 정서가 좀 더 개인에게 초점화 되어있다. 개인의 이상세계를 찾는 경향이 이러한 사실을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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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룡, 매화서옥도>
 

​ 이 작품은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에 전시되었던 매화서옥도다. 매화라는 동양의 상징을 통해 개인이 원하는 이상적 환경을 그려냈지만 이러한 작품도 결국 표현되었다는 것 자체로 타인과 멀어질 수 없다. 표현되었다는 것은 곧 타인에게 수용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때문이다. 혼란한 속세에서 떠나고 싶어했던 그들도 결국 완전히는 떠날 수 없었던 것이다.
 ​현대를 혹자는 계몽된 시대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아직도 계몽주의의 시대라고 칭하곤 한다. 몇 세기가 지난 지금도 인간은 스스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불안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자면 몇 세기전의 그들과 우리의 거리가 그렇게 멀어보이지만은 않는다. 도시의 밤은 언제나 푸르다. 누구에겐 밝고 누구에게만 어둡지는 않다. 모두에게 스스로를 찾는 모두에게 밤은 열려있다. 오늘도 맥주 한 캔과 별헤는 밤을 지새워보고자 한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우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읍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윤동주 - 별헤는밤>


[이종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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