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전시 <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THE CITY IN ART, ART IN THE CITY) >

글 입력 2016.10.10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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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를 통해 전시 <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을 관람하고 왔다. 다음달 23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조선 후기의 다양한 미술작품들을 통해 도시의 모습, 도시의 발달을 두루 살필 수 있는 기회다. 그래서 어떤 구성일지 매우 기대되는 마음으로 전시관을 방문했다.


전시는 총 4개의 전시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이 중에서 1부 <성문을 열다>를 제외한 나머지 구역에서는 사진 촬영이 가능했다. 1부에서 사진촬영이 불가능한 이유는 중국과 일본의 국보 문화재들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1부는 '성문을 열다'라는 이름에 걸맞게, 조선 후기에 도시화가 진행된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한성의 전경을 살펴볼 수 있는 여러 지도에서는 동네 이름과 더불어 주요 시설들이 표기되어 있었고, 거리를 세세하게 표시해두었다. 국내의 지도뿐만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도시가 융성한 모습들도 볼 수 있었다.

중국의 경우 연행도를 통해 청나라 도시의 문화들을 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청명상하도>, <고소번화도>, 그리고 상상의 도시를 그려낸 <태평성시도>를 통해 당시 청나라의 도시화 모습과 그들이 그리는 이상향을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청명상하도>는, 전시관에 가서 보면 이 작품이 왜 국보인지를 절절히 느낄 수 있다. 매우 긴 그 화폭에, 일반 백성들의 복식과 생활상, 여가, 연회, 건축양식 등을 세밀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비교하자면 <청명상하도>가 당대 청 백성들의 삶을 많이 담아내었고, <고소번화도>의 경우 건물 양식과 보다 '공적인' 삶의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는 <고소번화도>에는 여성이 등장하지 않고 남성 인물들의 삶의 모습들 위주로 그려져 있다는 점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였다.

일본의 모습은 <낙중낙외도>를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교토에서 에도로 수도가 넘어가던 그 시기부터 그려지기 시작한 도시화의 모습인데, 중국의 작품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 있다. 건물의 양식, 백성들의 복식과 생활상이 조선의 모습 그리고 청의 모습과 확실히 다르다. 그 모습들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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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숙, 수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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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국의 석농화원 중, 좌측 상단 '묵란', 우측 상단 '고목군조',
좌측 하단 '술타니에 풍경', 우측 하단 '미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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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미상, 백선도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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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근, 기산풍속도첩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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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계우, 박기준, 백선군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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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업, 기명절지]




이어서는 조선 후기의 여러 작품들이 등장했다. 김홍도와 신윤복의 작품들이 서두를 장식하며 당시 조선의 시정풍속과 도시풍류의 면모들을 보여주었다. 교과서 등을 통해 많이 보았던 단원과 혜원의 작품들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그보다 시선을 끌었던 것은 중인들의 '아회(雅會)'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었다.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수계도였는데, 당시 아회의 분위기와 정취를 살펴볼 수 있었다.

이처럼 조선 초중기까지만 해도 양반이 아니었기 때문에 소외되었던 여러 계층들이 문화를 주체적으로 향유하기 시작함으로써 드러나는 새로운 경향의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교과서적인 내용을 인용하자면, 조선후기의 미술은 진경산수화와 같이 실질적인 것을 그리거나 정물화, 민화와 같이 서민적인 것들을 주로 다루는 게 많다. 그런데 이번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전은 그렇게 뻔한 방식으로 전시를 구성한 게 아니라 '도시화'의 주체로서 성장하기 시작한 여러 계층들이 작품 속에 실제로 등장하거나 혹은 그들의 취향을 어떻게 작품에 반영시키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예컨대 도시의 저명한 수장가였던 김광국은 자신이 수집한 역대 회화 작품들을 엮어 <석농화원>을 집대성했는데, 여기 실린 작품들을 보면 중국, 일본뿐만 아니라 서역의 모습까지도 담겨있다. 부채, 나비, 그외의 여타 문방기물 등을 담아 그린 작품들은 당시 유행했던 소재들이며 장식미를 돋보이고자 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 후기 도시의 부와 물질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욕망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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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들 역시 사뭇 다른 면모를 보였다. 백자에 사용되던 조각기법과 채색기법이 더욱 발달하고 분화되어 매화무늬, 장생무늬, 모란무늬, 월계화무늬, 수복무늬 등을 호화롭게 장식하기 시작했다. 조선초기~중기에 살펴볼 수 있던 절제된 백자의 미와는 또다른 멋을 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듯 화려한 문향과 기형을 가진 백자들이 도시에서 각광받기 시작했던 것도 조선후기에 이루어진 도시화의 영향을 배제하고 바라볼 수 없는 셈이다.


도자기들을 살펴볼 수 있는 3부 '미술, 도시의 감성을 펼치다'에서는 조선후기에 성장한 중인과 신흥 상인들이 형성한 미술시장을 엿볼 수 있었다. 양반이 아니었기에 억압당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이 미술을 향유함으로써 자아를 표출할 수 있었기에, 번화한 외국의 문물을 수용하며 독특하고 화려한 도시적 취향들을 추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요가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당대의 작가들 역시 과시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작품들을 적극 제작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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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동, 자화상 (조선 최초의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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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동, 이도영 외, 인물희화 (춘곡 고희동의 생일날 모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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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경, 북악산을 배경으로 한 풍경]




마지막 대목에 이르러서는 도시화의 끝에 근대로 이르는 조선을 볼 수 있었다. 사진이 등장하고, 점차적으로 서양화적인 면모가 섞이기 시작하는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최초의 서양화가인 고희동 화백의 <자화상>과 <인물희화>는 보면서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과도기, 전환기면서 새로운 시작점인 그 순간의 작품을 목도하는 것은 정말 가슴뛰는 일이니까 말이다. 고희동 화백을 비롯한 선배들이 길을 닦았기에, 1929년 김주경 화백이 <북악산을 배경으로 한 풍경>과 같은 유채를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500년이 넘는 역사동안 이어오던 수묵화 방식에서 서양화 방식으로 바뀐 것이 국치일을 기준으로 삼더라도 19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그 행간은, 익숙한 과거와 낯선 현재의 사이에서 고뇌했을 조선 말기 그리고 일제강점기 시대의 미술가들의 보이지 않는 고민과 분투로 가득했을 것이다.




1부만 살펴보는 데에도 1시간 가량이 걸릴 정도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전시였다. 그만큼 볼 거리가 많고 세심하게 살펴볼수록 재미있는 전시였다. 중국과 일본의 국보, 보물까지 포함하여 조선 후기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인데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 뻔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교과서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에 더해서 '도시화'라는 설명변수를 통해 그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신선했다. 중국과 일본의 모습을 통해 조선의 생활상, 복식, 건물양식을 비교해보는 것 역시 너무나 재밌었다.

11월 23일까지 전시하니 그 전에 다시금 다녀오려 한다. 더 자세히, 더 많이, 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보고 싶은 아주 특별한 전시였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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