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보이는만큼 들리는 영화의 심장소리

글 입력 2016.09.2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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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를 통해서도 언급했지만
내겐 아직까지 내 삶을 바꿀만한,
나를 치유할만한 영화를 못만났다.
(아직 그만큼 깊이 감상하지 못한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영화'라는 문화 그리고 예술을
더 깊이있게 즐기는 법을 알게 되었다.

보이는만큼 들리는 영화의 심장소리,
그 소리를 말하기에 앞서
이 책에 실린 영화 이야기 중 내가 직접 보았던
세 편의 영화를 말하고 싶다.



영화의 뒷 이야기, 누군가의 속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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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이드아웃 (2015) >


감독은 자신의 11살짜리 딸을 보면서, 전처럼 아빠랑 놀아주지도 않고 뭔가 거리감이 생기는 걸 겪으며 아이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궁금했다고 한다. 그 궁금증이 영화가 시작된 계기이다.

작년에 극장에서 너무나도 감명깊에 관람하고, 이후에도 인사이드 아웃과 관련된 이야기, 비하인드 스토리와 영상을 줄곧 따라가다 만난 영화의 제작 이야기는 내게 영화만큼 큰 감동이었다. 한 아이의 아빠의 마음과 생각으로 시작된 영화답게, 영화는 사랑스러웠다. 애니메이션이지만, 어른이 보면 좋은, 아니 어른이라면 꼭 보았으면 좋을 영화다. 이 영화가 개봉된 뒤, 감독의 딸은 아빠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줬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사춘기여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동안 닫아 두었던 마음의 문을 열고, 아빠에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였을까. 그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자신의 내면이라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길 바랐다. 
 
"한번쯤은 내 마음 속 풍경을 생각해보자. 지금 내가 어떤 마음이고, 어떤 감정의 단추를 누르고 있는지 생각하고, 심호흡을 해보자."

심리상담사답게 작가는 '심리'에 초점을 맞추어 영화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유년시절을 비추어 감상한 부분을 내어놓고, 나누었다. '영화를 통해 세상의 어둠이 아니라 빛을 더 만나기를 바란다'는 프롤로그의 말처럼 어둠 가득한, 아직 치유되지 않은 부분이 남아있는 정서가 한 편의 따뜻한 영화를 통해 극복되고, 그 과정이 담긴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또 다른 빛을 만나게끔 해준다. 

"어쩌면 나를 가장 모르는 이는 나 자신일 것이다.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본다면, 문제들은 훨씬 줄어들지 모른다."

작가의 짧은 단상은 영화를 본지 1년이 훌쩍 넘어선 내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일상에서 잠시 멈추어 선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영화는 관람 후의 여운과 감상으로 짧은 순간 동안 멈추어 생각해 볼 시간을 선사한다. 영상으로 접하여 더욱 생생한만큼 짙은 여운과 그 뒤의 잠깐 멈추어 서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현실의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까지. 이 책이 말하는 영화의 첫 번째 매력은 여기에 있다.



좋은 영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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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바웃타임 (2013) >


"좋은 영화란 바로 그런 것일 거다.
내면의 감정을 건드려 울고 웃게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씩씩하게 살게 만드는 것.
그래서 영화는 치유의 힘이 있는 것이다.

"영화의 기능이야 많고 많겠지만,
한 사람의 삶에 힘을 주고, 살아갈 용기를 주게 된다면
그보다 더 훌륭할 수 있을까."



영화로 변화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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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즈다 (2012) >


영화의 줄거리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으나, 이웃집 친구인 압둘라(남자아이)와 자전거 경주를 꿈꾸는 '와즈다'라는 소녀의 이야기로 간단하고도 명쾌하다. 여성이 자전거를 탈 수 없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영화는 와즈다가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의 문화를 그린다. 

10살이 채 안 된 한 여학생은 학교 마당에서 놀다가 멀리서 남성의 시선이 보이자 들어가며 "들어가자. 정숙한 여자라면 그래야 해." 말한다. 그렇게 가족이 아닌 남자에게 '보여서도', 목소리가'들려서도' 안되는 존재인 그들이 아바야(전신에 두르는 옷)에 니캅(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것)을 두른 모습이 내게는 마치 사람이 아닌 그림자처럼 보였다.

여성의 권리도 권리지만, 이슬람 율법에 꽁꽁 묶여 문화와 예술을 인정하지 않는 그 곳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와즈다의 아버지가 거실의 대형벽걸이 TV 앞에서 게임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TV와 게임이 일상인 나라에서 영화관이 없다는 모순이라니. 외국의 문화는 이미 깊숙이 삶 속에 침투해 있는데, 여인의 몸을 아무리 검은 천으로 꽁꽁 묶어놓은들 변화의 바람을 멈출 수는 없지 않을까. 

작년에 이슬람의 이해 수업시간에 보았던 영화이지만, 내가 놓친 부분을 이 책을 통해서 면밀히 살펴 볼 수 있었다. 여성을 억압하는 것이 비단 사우디아라비아만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 개화기 이전의 조선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이는 문화의 모습이었다. 

"와즈다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작가의 말처럼 와즈다는 이런 세상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빙 돌려서 그러나 명확히 말한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오면, 와즈다는 혁명을 말하지도 도모하지도 않았다. 무슬림인 와즈다가 자전거를 탈 수 없게 하는 것은 이슬람 율법이었지만, 그런 와즈다가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꾸란이었다. 꾸란 암송대회 우승 상금으로 자전거를 사는 그저 순수한 와즈다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어른들에게 다음 단계를 말한다.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금지된 욕망을 기존의 충실한 방법, 코란 외우기로 이루게 하려고 한다. 꿈을 이루는 근거도, 소재도 현실에서 찾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꿈을 현실로 이루는 것은 지금 내 손에 있는 것부터 확인하는 것이다."

영화를 통해 당장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것보다는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줌으로써 문제제기를 하길 바라는 감독의 의도대로, 와즈다는 흥행과 동시에 법 개정을 통해 사우디의 여성들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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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의 감독인 하이파 알 만수르는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성감독이다.
공공장소에서 남성 스태프들과 일하는 것이 불가능해
모니터속에 비친 배우들의 모습을 보고, 뒤에서 촬영을 지휘했으며
투자 지원과 촬영 허가를 받는 탓에 5년이라는 제작기간이 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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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심장소리를 잘 듣기위해서는 영상예술인 '영화'를 잘 보고,
영화를 보는 나의 '내면'을 잘 들여다 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던 책이다.

또한, 영화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글로 남기는 건
영화 관람 후의 여운으로 잠깐 멈추어 생각해 본 것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두고두고 보면서 추억할 수 있는 
'사진'과 같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영화를 보면, 빠짐없이 사진을 찍어야겠다.
그렇게 사진이 모이다보면, 나 또한 '영화의 심장소리'처럼 
한 편의 좋은 책을 엮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위 도서는 문화예술 정보전달 플랫폼 아트인사이트와 함께 합니다.






인사이드아웃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어바웃 타임 이미지 출처
와즈다 감독 이미지 출처
와즈다 이미지 출처


[이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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