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삶, 그 고독함에 대하여 ‘에드워드 호퍼’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9.1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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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대 미국에서 추상 미술이 큰 인기를 끌 무렵, 유행을 거부하고 전통적인 미술양식을 선호하며 거기에 자신의 개성을 덧입힌 그림을 그려낸 화가, 에드워드 호퍼였다. 마드리드 티센 보르나미사 미술관에 방문했을 때, <호텔방>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보게 되었고 그것이 에드워드 호퍼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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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 <호텔방>


  박물관의 주요작품이었던 호퍼의 <호텔방>은 당시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나였음에도 관람이 모두 끝난 후 그림이 새겨진 엽서 한 장을 사왔으니 꽤나 인상적이었던 듯하다. 작품 속 여성은 그녀는 지쳐있고 슬픔이 가득해 보였다. 오른편에 미처 푸르지 못한 짐들과 이제 막 외출에서 돌아온 듯 널려있는 옷가지들은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편지의 내용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무엇이 그녀가 편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을까. 미소를 짓는 건지 눈물을 떨어뜨리고 있는 건지 알 수 없게 어둡게 칠해진 그녀의 얼굴 표정은 오열하는 장면을 그리는 것보다 더욱 참담하고 안타까운 기분이 들게 했다. 

  그의 작품을 첫 접했을 때의 내 감정은 위와 같았다. 꽤나 눈에 띄는 원색들을 사용했으나 전혀 밝아 보일만한 구석이 없던 그의 그림은 내 시선을 잡기에 충분했고 ‘에드워드 호퍼, 그는 누구인가’하며 나는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의 외로움과 고독을 그린 에드워드 호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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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퍼는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로, 평면적이고 내향적인 회회 방식으로 소외된 도시인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그는 미국인의 삶의 단면을 무심하고 무표정한 방식으로 포착함으로써 인간 내면에 깃들여 있는 고독과 상실감을 주로 표현했다.



그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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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 호퍼 <밤을 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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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 <뉴욕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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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 <주유소>

 

그를 오마주한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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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 영화감독 구스타프 도이치는 호퍼의 작품을 오마주한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제작했다. 호퍼의 13개 작품을 영상으로 재창작 해 옮겨 놓은 영화는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의 주목할 만한 세계의 사회적 사건들을 연대기적으로 라디오 뉴스를 통해 전한다. 감각적인 영상은 물론이거니와 미국의 일상적 풍경과 호퍼 특유의 고독한 정서를 잘 재현한 이 영화는 현실과 가상을 넘나 들며 다시금 호퍼가 전하고자 하는 것에 귀 기울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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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작품은 예술적 영역을 넘어 상업적 광고에도 좋은 모티브가 된다. 최근 가장 인상 깊었던 신세계의 '쓱' 광고에서도 호퍼의 그림이 차용되었다. 유명 배우인 공유와 공효진은 무심한 말투와 과장된 연기 그리고 극적인 연출의 이 광고는,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뭐지?' 하는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게 한다. 그러나 꽤나 신선했던 시각적 장면 들은 뇌리에서 지워지지 쉽게 지워지지 않고 그래서 SSG가 뭔데? 라는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호퍼가 그린 사람들은 유난히 서로 눈을 마주치고 있지 않거나 오히려 피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이는 각박한 현실의 우리의 모습을 묘사한 동시에 어쩌면 그 인물들 모두 호퍼 자신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외로웠던 자신과 그를 이루는 사회를 담으려 했던 그의 메시지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고독한 삶을 돌아보게 하고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또한 감각적인 색의 배치와 현실을 잘 캐치한 예리한 작품 속 장면들은 후에 예술적, 상업적 영역의 구분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양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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