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보고 싶은 그 곳 '요다카 커피' [문화 전반]

영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을 보고
글 입력 2016.08.17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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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내가 메마른 듯한 느낌을 받는 날, 곧 잘 하는 일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가만히 하루를 보내는 일, 그리고 괜찮은 일본 영화를 찾아 뒤적이는 일이다.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이라는 제목의 그 영화를 보았던 날은 영화가 주는 소소함과 따뜻함이 나를 가득 채웠던,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향긋한 커피 향이 풍기는 것만 같아 커피 한 잔이 몹시 그리웠던 날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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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헤어진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여주인공 ‘미사키’는 아버지의 실종 소식에 그가 살던 곳에 유일하게 남긴 허름한 창고를 개조해 ‘요다카 커피’ 라는 이름의 작은 카페를 차린다. 자신이 아버지를 버렸다는 생각에 미안함을 갖고 있는 그녀가 그의 아버지가 당장이라도 돌아올듯한 바다에서 그를 기다리며 커피 만드는 일을 하는 중, 이웃집 여자 아이 ‘아리사’와 동생 ‘쇼타’와의 인연이 생기면서 커피 만드는 일을 돕게 한다.

 그녀는 생계를 위해 타지에 일을 하러 나가야 하는 싱글맘 ‘에리코’의 부재를 따뜻한 커피 향과 그녀의 애틋한 마음을 아이들과 나눈다. 에리코는 처음에 자신의 아이들에게 다가오는 미사키를 못마땅히 여기나 아이들이 느끼는 그녀의 빈자리를 미사키가 채워주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고마움을 느낀다. 이 후, 그녀 또한 하는 일을 그만두고 미사키를 돕기로 한다. 그러나 들려오는 아버지의 사망소식에 그녀는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이들과 에리코 그리고 요다카 카페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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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서로 다른 그리움과 외로움을 지닌 인물들이 커피와 그 가게로부터 큰 위로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이들과 에리코에게 미사키는 삭막한 날들 속 작은 변화였고 삶에 큰 영향을 준 사람이었다. 영화는 그들이 미사키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것을 그대로 담은 한편, 그녀는 오히려 무덤덤하고 절제된 듯한 감정으로 일관한다. 이러한 부분이 미사키라는 인물이 아이들과 에리코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이 일방향적으로 도움을 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영화 중간, 그녀가 에리코의 손님으로부터 강간 당할 뻔한 일이 있었음에도 관객으로서 공감 하지 못할 만큼이나 감정 표현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쩌면 저렇게 아무렇지 않을까 아이들과 에리코의 마음을 두드렸던 그녀가 오히려 자신의 마음의 문은 열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 부분을 통해 영화 마지막 아이들과 에리코를 다시 찾아온 그녀의 행동은 그녀 또한 얼마나 아이들과 에리코에게 애정을 느끼고 있었는지 극대화시키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던,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던 그녀 또한 이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암시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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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사키의 기다림은 아이들에게 그리고 에리코에게 전이된다. 서로 다른 그리움은 이어져 하나의 애틋함이 되고 이는 흩어져 있던 이들을 하나의 가족으로 만든다. 사실 영화에서는 커피라는 소재를 자세히 다룬다거나 커피를 내리는 미사키의 모습에 집중하지 않는다. 다만 그녀가 운영하는 요다카 커피는 하나의 카페라는 공간을 넘어 힐링과 소통의 공간이 된다.  ‘요다카 커피’가 존재한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이유는 그 커피의 맛을 느껴보고 싶은 것 이전에 미사키의 따뜻함이 곁들어져 있는 커피잔을 손에 쥐고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들어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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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끓여주는 커피란 좋구나."


[양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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