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명품이란 무엇일까 - '럭셔리 신드롬'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07.2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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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소위 ‘명품’이라는 것에 대한 갈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샤넬, 디올, 프라다, 루이비통, 버버리, 구찌 등등은 우리가 살면서 수백 번씩 들어본 명품 브랜드 이름이다. 이러한 브랜드의 이름을 들으면 왠지 모를 경외심이 들면서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명품들을 구입하면서 희열을 느낀다. 이렇게 사람들이 명품에 집착하는 이유는 명품이 그 사람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보여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착용한 명품은 그 사람을 대단하게 보이게 만들고 다른 사람에게 열등감까지 불러일으켜서 우월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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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신드롬'의 저자는 명품 소비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다가도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기도 하여 다소 어중간한 태도를 보인다. 별 소용이 없는 것들일수록 그 수준이 높아지기만 하는 명품과 사치품의 범주에 들어가고 인터넷이 그러한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하고 촉진한다고 말하는 한편, 풍요를 상징하는 그 같은 과시적 물건을 보유하려는 소망은 지금까지 어떤 종교나 정치 이데올로기도 해내지 못했던 지속적인 세계 평화를 보장해 줄 수도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저자가 좀 더 확실하게 입장을 표현했으면 더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하여튼 이 책에서 중심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진정한 명품은 없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모든 상품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게 되어 진정으로 고급스러운 상품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고급스러움과 호사스러움을 소유하고 싶어서 끊임없이 명품을 구입함으로써 부자들만이 누리던 것들을 누리려 하고 있다. 부자가 아닌 보통 사람들은 그러한 이미지에 대한 갈망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치품은 부자들보다 보통 사람들이 더 많이 쓰게 된 것이다.
   
‘이제 살아가면서 무엇을 이루어내는가보다는 무엇을 소비하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라는 한 화가의 말처럼 이제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일의 성취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자신의 이미지를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 보일 수 있는지, 어떤 상품을 써야 남들보다 더 우월하게 보일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이제 실용성보다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사기 위해 명품을 소비하는 것이다. 명품은 성공, 경제력, 명예의 상징이 되어 사람들의 소비를 부추기고 명품이 아닌 물건을 사용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게 만든다. 책에서 인용된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담배 피우는 것 자체는 부끄러운 습관으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싸구려 담배를 피우는 것은 창피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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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명품 소비 양상에 대해서 대다수 학자들은 정신적으로 미숙한 사람들이 탐욕스러운 자본가들과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악덕 상인들 때문에 나쁜 것들을 갈망하고 있고 너무나도 쓸모없는 것들을 사들이고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우리가 현대의 사치품 소비 풍조에 전염되어 죽는 날까지 소비만 하다가 세상을 하직한다는 극단적 견해도 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명품 소비에 대한 긍정적 견해들도 여럿 보이기도 하는데 첫째, 도구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기 때문에 물질이 넘친다고 해서 정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가진 것이 많다면 우리 주위의 물질을 더욱 매력 있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소비자는 합리적이고 그들은 광고, 포장, 브랜드, 유행 등에 현혹되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결부되어 있는 지위를 추구하고 그를 즐긴다고 한다.
 
셋째, 생필품을 사는 것과 달리 최고급품을 소비하는 일은 신경전달 물질의 반응을 촉진하여 온 몸에 만족감이 스며들게 한다고 한다. 즉, 호사품 소비는 느낌을 소비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전한 쇼핑과 쇼핑 중독을 구분할 줄 알고 행복의 수단으로서의 쇼핑과 습관성 사치의 차이를 알고 있다고 한다.
 
넷째, 확실한 정신적 가치를 물려받지 못한 이 사회에서는 겉만 번지르르한 물건을 비싸게 사서 쓰는 것이 아무 것도 소비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하다.
 
다섯째, 생산과 소비는 별개의 것이 아니고 동시적이며 동질적인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사치품을 소비하지 않는 것보다는 그 반대인 모두를 위한 호사품이라는 말이 역설적이기는 해도 공동체가 열망할 만한 목표로 더 좋은 것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명품 소비에 대해 그리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는 나로서는 저러한 말에 대하여 동의를 할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을 제대로 겪어보지도 않은 채 제멋대로 명품 유무에 따라서 평가한다. 그리고 명품보다 훨씬 싼 가격에 비슷한 성능이나 더 좋은 성능을 갖춘 제품들도 많은데 굳이 명품을 사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명품을 사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명품 과열 현상은 비난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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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러한 명품 과열 현상이 성행하면서 명품을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을 겨냥한 모조 브랜드가 판을 치고 있다. 모조품은 진품과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거의 똑같기 때문에 원래 명품 브랜드가 피해를 많이 받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이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음반, 책, 영화 등의 불법 복제품은 원래 상품의 가격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명품의 경우에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한다. 모조품이 존재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 정품을 갖고 싶어 하고 그 정품이 얼마나 훌륭한지를 증명하는 일이라고 한다. 따라서 뉴욕의 경우에는 모조품 상인들이 바로 그 브랜드의 상점 앞에서 모조품을 팔고 있어도 방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2011년 7월에 한국과 유럽연합 간의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고 관세가 인하되었다. 이에 가격을 내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명품 브랜드들은 제품 가격을 오히려 더 올려버렸다. 게다가 명품 브랜드들은 국내에서 엄청난 매출을 올림에도 불구하고 기부나 사회 환원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사실 명품업체의 쥐꼬리만 한 기부금에 대한 비난 여론은 예전부터 되풀이 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들은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부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난과 상관없이 이들의 명품 매출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것이다. 명품 업체들의 이중적인 모습은 이뿐만이 아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국내 명품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인데, 유럽에 비해서 가격이 10~30%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이처럼 명품 업체들의 콧대가 높아지고 우리나라를 봉으로 여기게 된 것은 어떤 전략을 취해도 국내의 명품 소비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베블런 효과라고 하는데, 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람들의 맹목적인 명품 사랑이 계속되는 한 명품 업체들의 이러한 모습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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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있는 곳이면 명품은 항상 존재한다. 사람은 모두 과시욕이 있고 남과는 다르다는 차별성을 갖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명품 소비가 정도를 지나쳐 과한 집착을 불러 일으켰고, 너무나도 많은 명품이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정신적 가치가 ‘명품’이 되었으면 한다. 옛날에는 단추, 유리창, 레이스, 양초, 베개, 우산, 거울, 튤립 등이 명품이었는데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명품은 시대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 지금의 시기를 거쳐 다음의 명품은 어떤 것이 될지가 참 궁금하다.
 
요즘 사회에서는 명품이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는 현상이 참 많다. 이러한 것은 앞으로 차차 개선되었으면 한다. 명품이 없으면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하고, 명품이 있으면 감탄사를 내뱉고 괜한 경외심을 가지는 것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이나 성격 등의 내면적 가치이고, 앞으로는 사람을 대하거나 평가할 때 편견어린 시선을 보내지 않고 신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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