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파멸, '레퀴엠 포 어 드림'
숨막힐 정도의 절망만으로 가득찬 영화
글 입력 2016.06.2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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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Requiem),죽은 사람을 위로하기 위한 미사곡이라는 뜻의 라틴어.Requiem for a dream, 제목만으로도 풍겨나오는 강한 처절함의 이미지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영화 1위에 랭크되었다는 정보는 우울하고 어두운 영화를 좋아하는 나의 취향을 바로 저격했다. 그렇게 영화 감상을 시작한 후,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도 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제정신이 들었다.그 어떤 영화와도 비교가 안되는 차원이 다른 끔찍함과 절망감이었다.영화 리뷰에 '박찬욱은 천사다'라는 말이 있었는데, 전적으로 공감이 될 정도로 묵직한 영화였다. 이 영화에 고어물처럼 피가 많이 나오거나 눈 뜨고 못 볼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 건 전혀 아니다. 피는 거의 등장하지 않고, 단지 신체적인 잔인성만 따지자면 어느 부분도 없다. 그렇지만 차라리 도살하는 영화가 나을 정도로 미칠듯한 정신적인 고통을 선사한다.영화는 4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그들이 마약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다 못해 완전히 파멸되는 모습을 서서히 담아낸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겠지만, 아들 해리가 엄마 사라의 모습을 보고 택시에 타서 죄책감에 눈물을 흘리다가 약을 먹은 후 눈빛이 멍해지면서 눈물을 멈추고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가는 그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다.'블랙 스완'으로 유명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초기작답게 격렬하고 컷이 짧은 교차편집과 다른 영화에 비해 몇 배로 많은 촬영컷을 사용했는데, 이런 격렬하고 현란한 편집의 사용은 마약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느낌이 들게 해 준다.영화의 ost는 'Lux Aeterna'인데, 반지의 제왕 ost에서도 사용되어서 꽤 유명한 곡이다. 이 웅장하고 템포가 빠른 곡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몰입감을 더해주는데, 아직도 이 ost만 들으면 멍해지면서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 난다.단 1g의 희망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하고 절망을 안겨주는 영화로, 정신력이 약한 상황에서 보면 정말 부서질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를 정말 좋아하지만, 자주 보는 건 무리일 정도로 극심한 정신력 파괴를 불러 일으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상태에서 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김현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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