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아이 킬드 마이 마더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6.24 14:4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한 영화에 감독과 주연이 동일인인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두 가지 생각이 드는데, 첫째는 감독이 정말 재능이 많구나 하는 것이고 둘째는 정말로 자기 얘기를 담으려 했구나 하는 것이다. 본인 이야기를 본인보다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영화 <아이 킬드 마이 마더>는 천재 감독 자비에 돌란의 데뷔작으로 무려 그가 19살에 만든 작품이다. 16살 사춘기 소년이 엄마와의 관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모순적인 감정과 혼란을 서툰 모습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감독이자 배우인 본인의 (불과 얼마 전이었을)삶의 경험들이 녹아 들어가 있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흑백의 방안에 들어가 캠코더를 두고 혼자 독백하는 장면은 가장 직설적으로 그의 생각들을 표현해주는 장치가 된다.


앞서 더 최근 작품인 <마미>를 먼저 접했는데, 두 영화는 상당히 유사한 듯 다르다. 세밀한 내용에는 변주가 있지만 위태로운 모자의 사랑과 증오를 주제로 한다는 점은 이어지고 있으며 엄마와 선생님 역할을 한 배우도 일치한다. 하지만 마미의 음악(가령 wonderwall이 흘러나오며 보드를 타는 장면은 아이 킬드 마이 마더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밝음이다.), 분위기, 내용이 전체적으로 더 희망적이고 비록 다소 폭력적인 순간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증오보다 사랑이 훨씬 강조된다는 점에서 조금 더 정제되고 성숙하다. 바꿔 말하면 아이 킬드 마이 마더의 사랑은 훨씬 더 서툴고 혼란스럽다. 그럼에도 모든 폭풍같은 시간들이 흐르고 난 후 나란히 어릴 적 놀던 곳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앉은 둘의 모습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혹은 불길한 까마귀 소리가 또 다른 위기를 암시하는 것일까. 어찌되었든 한 감독이 유사한 두 영화를 만든 이유는 그만큼 엄마와 아들의 복잡하고도 위대한 사랑과 증오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는 것이고 또 그만큼 그 사랑이 중요함에 있을 것이다.


movie_image (2).jpg


하루에도 수많은 살인 사건이 발생하지만, 자식이 부모를 죽이거나 부모가 자식을 죽인 사건이 발생하면 한동안 큰 충격으로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그만큼 가족의 사랑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증오의 감정을 품는다는 것은 '정상성'에서 어긋나는 가족임을 의미하게 된다. 따라서 누구나 자신의 엄마를, 아빠를, 혹은 자녀를 증오한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없다. 이러한 감정을 품는 순간부터 죄책감이 동반되고 비난의 대상이 된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모두가 그렇다, 한번쯤은 '1분이든, 1년이든' 누구나 부모를 증오하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가족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이임을 너도 우리도 알고 있다"라고 따뜻하게 마음을 어루만진다. 어차피 사랑과 증오는 종이 한 장 차이니까.


하지만 그 종이 한 장을 후베르트와 엄마는 번갈아 뒤집으며 서로의 가슴에 점점 더 깊숙한 생채기를 낸다. 아들이 처음인 후베르트는 엄마를 사랑하지만, 또 아들이 엄마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하지는 않으며, 동시에 사랑하지 않을 수도 없다는 것을 안다. 엄마를 향한 아들의 마음이 이토록 복잡하다. 엄마가 처음인 샨탈도, 아들이 '오늘 죽으면' '내일 죽을' 만큼 아들을 사랑하지만, '좋은 엄마'가 되는 것에 너무나 서툴기만 하다. 모두가 자신의 역할이 처음이기에 서툴지만, 서로의 서툴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긋난 관계는 점점 회복이 어려워진다. 부모와 자식은 내가 선택한 적 없는, 주어진 관계이기에 모순적인 숙명을 띠고 있다. 인간 관계는 생각보다 간단하고 냉정 해서 누군가를 증오하면 그 사람을 보지 않으면 되고, 사랑하면 계속 만나면 된다. 하지만 가족은 증오하더라도 동시에 사랑하기에 쉽게 놓을 수가 없고 그래서 더 힘들고 아픈 것이다.


아킬마.jpg


젊은 감독의 데뷔작 다운 파격적인 표현력과 상상력이 두드러진다. 가령 한 인물을 비출 때 인물이 비정상적으로 아래 구석에 위치해있다. 뜬금없이 사진들이 연속적으로 나오기도 하고, 음악도 과장적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 수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거나 위로한다는 것은, 현실에 비해 은유적인 영화라는 장르를 통한 동시에, 현실에 비해 너무나 솔직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함으로서 결국 보편적인 공감을 일으켰음을 의미한다. 나 또한 영화를 통해 어릴 적 차마 말하지 못했던 아버지를 미워했던 감정들, 또 동시에 성인이 되고 쉽게 사라져버린 증오에서 오는 허무에 대해 한번 더 곱씹고 의미화 할 수 있는 시간들을 가졌다. 모든 가족이 각자 다르지만 결국 그 시작은 사랑에 있었다는 뻔하지만 잊고 사는 깨달음을 얻었다.


[박지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