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쓰다] 오래된 거리

글 입력 2016.06.17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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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이안, 베트남


오래된 거리는 사람에게 참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38도의 무더위에 습하기까지 해서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식당에서도 카페에서도 에어컨을 안 틀어주고, 자가용처럼 너도 나도 몰고 다니는 오토바이에 치일까 조마조마한 이 곳은 베트남 중부의 구시가지 호이안.

1시간만 걸어도 기진맥진이다. 정말 여기서는 못 살겠다. 여기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유유자적 길을 갈까. 그런 생각이 들고 더위가 견딜 수 없었다. 그치만 카페에 앉아 코코넛밀크 한 통을 마시거나, 예상 외로 제법 맛있는 젤라또 한 컵 사먹고, 그렇게 재충전을 해서 다시 길을 나선다.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풍경에서 얻는 힘은 참 크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와서 비슷한 것을 마주쳤을 때 반갑고, 하루가 왠지 뿌듯하다. 내가 이만큼 잘 살았구나 하는 느낌. 그리고 나는 오래된 거리를 걸을 때 그런 에너지를 가장 많이 얻었고, 그래서 어디를 가든, 그런 거리를 걸어본다. 그리고 풍경만큼 각각 다른, 그러나 세월만큼 또 같은, 행복을 맛보게 된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들어간 식당 바닥에는 흙이 쩍 갈라진 자국이 있고, 길을 걷다가 올려다보는 처마에 정말 색이 다 바랜 종이 장식이 달려있기도 하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이 거리를 바꾸지도 않고 쭉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다가온다. 그리고 흐뭇하다.

언젠가는 나도 누구에게 오래된 거리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살아가는 많은 날들이, 누구에게 생각을 하게 하고, 힘을 주고, 흐뭇하게 만드는 그런 날들이 온다면 더없이 좋은 인생일 것만 같다.


[권미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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