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동경하다 : 감성 일본 여행 에세이 (5)

글 입력 2016.06.12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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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아직 못보신 분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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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읽으면서 함께 듣는 BGM ♬♪
Sweet Little Lies - Ken Arai






국경을 너머


   일본에 머무는 시간은 고작 3일 뿐이었지만, 그 짧은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도 나는 소중한 만남을 갖기로 했다. 그것은 바로 현지에 사는 친구와의 만남! 이번에 만나게 될 친구들은 쌍둥이 자매인 사야와 리사. 나와 동갑내기 친구인 두 사람과는 SNS를 통해 알게되었지만, 마음이 잘 맞아 이렇게 오프라인에서도 만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저녁 6시 30분까지 이케부쿠로 역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나는 우선 이케부쿠로에서 볼일을 보고 있기로 했다. 이케부쿠로는 신주쿠에 이어 도쿄 도심 내에서 두세번째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라고 한다. 직장인, 학생, 노인, 젊은 사람들. 너 나 할 것 없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역을 지나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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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기찬 거리의 풍경.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큰 번화가였다. 아키하바라와 양대산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케부쿠로는 오덕의 성지라고 한다. 그 명성에 걸맞게 거리엔 다양한 애니메이션 포스터가 넘쳐났고, 애니 굿즈를 파는 곳이나 게임을 할 수 있는 곳들도 많았다.

   내가 이케부쿠로에 오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선샤인 시티 - 제이월드> 때문이었다. 애니의 본고장 일본에서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 캐릭터들을 만나고오자! 라는 목표 하나로 오게된 곳.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런게 해외여행의 묘미지. 우리나라에선 할 수 없는 것을 해보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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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짝 흔들려 버린 사진을 다시봐도 마냥 기분이 좋다.







ようこそ-! J WORLD に
(잘 오셨어요-! 제이월드에)


   드디어 제이월드에 입장했다. 자유이용권과 그냥 입장권 두가지 티켓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냥 입장권만 구매했다. 애니의 본고장에서 애니의 흔적을 따라 여행하기라. 정말 이색적이지 아니한가? 입구에서부터 굉장히 만화스러운 배경음악과 인테리어, 그리고 코스프레를 하고 있던 직원들까지. 정말 환상의 나라에 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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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나루토 때문에 이 곳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초등학생때부터 나루토라는 만화를 보기시작했는데, 최근에서야 이 만화는 끝이났다. 유년시절을 함께한 이 만화 캐릭터들이 이제는 진짜 나의 동료같고 친구같고 정말 가까운 사이인 것 처럼 느껴졌는데, 이 캐릭터들을 스크린 속에서가 아닌 실제 크기의 모형들로 만나게 되어 참 재밌었고, 동심이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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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만화속 모습과 흡사하게 꾸며놓았던 수많은 관들. 나는 마치 어린아이가 놀이공원에 처음 온 것 처럼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감탄사를 내뱉기 바빴다. 일본 사람들은 애니 문화에 되게 개방적이고 애니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직까지 '애니'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끼고 '오덕'소리를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일본의 문화는 배워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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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둘러보니 1시간이 조금 넘어있었고, 시계를 보니 친구들과의 약속시간이 임박해있었다. 30분까지는 도저히 이케부쿠로 역에 도착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나는 친구들에게 미리 카카오톡으로 양해를 구하고, 부리나케 뛰어 나갔다.







온전히 맡기다


   드디어 이 친구들을 만나게 되다니! 감격 그 자체였다. 그 많은 인파속을 뚫고 저 멀리서 뛰어 오는데도 내 두눈엔 오로지 그 친구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60억 지구인들중에서 이렇게 인연을 맺게된건 참 운명적이라고 생각했다. 쌍둥이인 두 친구들을 보며 '너희들 똑같이 생겼어 귀여워'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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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친구들과는 다행스럽게도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었다. 사실 한국을 너무 좋아해서 한국어를 독학하기 시작했다는 사야와 리사. 그녀들은 학창시절 공부는 잘 하지 못했지만, 한국어를 구사하고자 하는 열정만큼은 대단했다고 한다. 고등학교때부터 친구들과 모여서 독학을 하기 시작한지 몇년이 지난 지금. 두 친구는 이제 한국인인 나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는데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갖추었다.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나도 일본어를 배우고자 하는 마음은 있지만, 이 마음만으로 5년이라는 시간을 끌었다. 내 일본어 실력은 아직도 형편없는데, 이 친구들은 마음을 먹고 행동에 옮겨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녀들의 말을 듣고있자니 뭔가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사야와 리사는 작년에 한국으로 유학을 왔었고, 그 이후로도 종종 여행을 왔었는데, 그때마다 너무 서로가 너무 바빠 만나지 못해서 아쉬움이 컸었다. 하지만 이렇게 일본에서 만나니 더 좋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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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이 너무 아름답고 그에 걸맞게 네온사인들이 너무 화려하고 멋졌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특별히 사야가 알아온 음식점 오본데고항이라는 음식점으로 향하는길! 왼쪽에 루미네 백화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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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가정식을 주제로 하는 이 식당. 정말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일본에 와서 지금껏 입에 안맞던 음식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나는 정말 일본과 잘 맞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간 친구들의 말을 들으면 항상 음식이 입에 안맞에 속이 상했다는 이야기를 듣게되는데, 나는 그렇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식당에는 한국인이 거의 없었고, 전부 일본인들이었다. 그만큼 현지인들에게 유명하고 그들의 입맛에 잘 맞는 식당이라는 의미일테다. 혼자서 알아보았다면 절대 와보지 못했을 오본데고항. 친구들 덕분에 즐거운 저녁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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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케부쿠로는 야경또한 너무 멋있었다. 흡사 우리나라의 명동이나 홍대같은 느낌이었는데, 우리나라의 어느 지역과 비교한다고 하기엔 일본만의 그 특색이 너무나 강렬해서 흡사한 면을 찾기는 조금 어렵다. 그냥 왁자지껄 시끌벅적한 면이 우리나라의 번화가와 비슷했다.

   술기운에 취해 기분좋게 웃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직장인들,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학생들, 이것저것 쇼핑을 했는지 많은 쇼핑백을 들고 걸어가던 관광객들, 서로의 얼굴을 보고 사랑을 속삭이던 행복해보이는 연인들. 무엇하나 빠짐없이 그 곳의 풍경과 사람들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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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쇼핑리스트를 채우기 위해 이케부쿠로에 있는 돈키호테에 왔다. 이 곳 돈키호테는 무려 지하까지 총 8층 정도로 구성되있는 엄청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나는 거의 면세를 받고도 7천엔이 훌쩍 넘는 거금을 지불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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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주쿠 숙소로 돌아가는길. 이케부쿠루에서 후쿠토신선을 타면 4정거장만에 숙소가 있는 신주쿠산초메 역에 도착한다. 밤늦게 내가 혼자 돌아가는게 걱정되었던 천사같은 친구들은 미야하라 라는 신주쿠와 꽤 먼 곳에 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데려다 주었다. 나는 이 친구들의 마음에 정말 감동받았다. 언젠가 이 친구들이 한국에 또 다시 방문하면 똑같이 마음을 베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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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아라시 멤버 마츠모토준의 맥주 광고. 일본에는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광고가 참 많아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루를 정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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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머무는 <이마노 도쿄 호스텔>의 로비이자 1층 카페. 나는 이곳에 앉아 거의 밤 11시가 다 되도록 캐리어에 짐 정리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생각보다 구매한 물품이 많아서 당황하며 예산을 확인해보았다. 다행히 남은 돈은 많았었다. 이 돈을 가지고 이곳에 더 머물다 갔으면-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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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를 마치고 씻기 위해서 룸이 있는 층으로 올라가니, 거실에서 여행객들이 모여 티비를 켜놓고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나는 씻다말고 드라마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 드라마가 내가 한국에서 보고 있던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일본에서 먼저 방영된 후에 자막 작업을 거쳐 업로드되느라 항상 조금 늦게 봤었는데, 이렇게 본방송을 보게 되어서 정말 신기했다. 자막이 없어서 조금 생소했지만 대강의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크게 어렵진 않았다.

   도쿄에 와서 가장 많이 말한 것은 "우와~"고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신기해'였다. 돌이켜보면 모든것이 새롭고 신기했는데, 무엇인가 미지의 세계를 알아간다는 것은 때로는 벅차고 기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가 우물안 개구리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조금은 우울해지기도 하는 것 같다. 돌아가는 날이 벌써 하루 앞으로 다가온 둘째날 밤. 나는 '돌아가기 싫다.'라는 말을 마음속으로 한 천번쯤은 되뇌며 잠에 들었다.







끝이 보이기 시작할수록 분주해져


   날이 밝았다. 드디어 마지막날이다. 나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한국에 돌아가야한다. 정말.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사쿠사에 가서 기모노 체험을 하기로 계획했던 마지막날. 나는 9시 30분까지 기모노 렌트샵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에 조금 일찍 눈을 뜨고 조금 분주히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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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여행 내내 자주보이던 동일본은행. 빨간색 간판이 엄청 눈에 띄었다. 나는 아침부터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신주쿠산초메 역으로 향했다. 어제 친구들이 알려준 일본 지하철 어플을 이용하여 8시 55분에 출발하는 신주쿠선 열차를 타고 히가시 니혼바시 역에 내려 아사쿠사선으로 갈아타는 것이 오늘 아침의 미션. 생각보다 빠듯하게 나와버린 탓에 나는 55분 기차를 놓칠까봐 노심초사하며 역까지 종종걸음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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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스럽게도 시간은 맞췄다. 알 수 없는 희열이 내 온 감정을 지배했다. 초행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매일 다니는 길 마냥 정확한 시간에 맞춰 간다는 것이 참으로 뿌듯했다. 원래 길눈이 밝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꽤 고난을 겪을줄 알았는데. 여행와서 대중교통때문에 골머리 앓은 기억은 없어서 참 다행이었다. 플랫폼으로 내려오자마자 곧이어 도착하는 열차를 타고 나는 그렇게 아사쿠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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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도착! 기모노를 입기 위해 샵으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이렇게 난데없이 스카이트리가 나타났다. 도쿄 스미다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스카이트리. 꽤나 가깝게 보이길래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하늘은 맑았고, 날은 후덥지근했다. 3일내내 비가 올 것이라고 했던 기상예보와는 달리 내 여행은 내내 맑고 화창했다. 신의 은총을 한 몸에 받은 기분이었다. 과연 마지막날은 어떤식으로 아름답게 장식될까?











        (6)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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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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