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묘해 너와" [문화전반]

글 입력 2016.06.09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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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것이든 질리기 마련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것이라도 매일 보고 들으면 질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은 그 시작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문화예술, 그 중에서도 특히 노래의 주제가 되어왔고 또 사랑받아왔다. 


4f3681018c87e5db8811d5e21bffba8d.jpg▲ -구글 이미지 발췌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는 사랑의 형태가 다양한 만큼이나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누군가는 사랑의 첫 시작을 알리는 설렘을 노래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사랑의 끝자락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모습을 노래를 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질투와 분노로 불타오르는 마음을 노래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상대의 행복을 위해 상대를 놓아주어야하는 아쉬움에 한탄하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 많고 많은 사랑에 대한 노래 중에서 사랑을 가장 잘 담아내고 있는 노래는 무엇일까? 답이 없는 질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그에 대한 답을 내려 보고 싶어졌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미래의 어느 날 봄이 사라졌을 때, 봄이 어떤 계절이었느냐고 묻는다면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들어보라고 하면 될 것이라고. 이러하듯, 나에겐 누군가 사랑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들어보라고 할 만한 노래가 있다.  






묘해, 너와 - 어쿠스틱 콜라보


니 생각에 꽤 즐겁고 니 생각에 퍽 외로워
이상한 일이야 누굴 좋아한단 건
아무 일도 없는 저녁 집 앞을 걷다 밤공기가 좋아서
뜬금없이 이렇게 니가 보고싶어

참 묘한 일이야 사랑은 좋아서 그립고
그리워서 외로워져 이게 다 무슨 일일까
내 맘이 내 맘이 아닌 걸 이제와 어떡해
모든 시간 모든 공간 내 주위엔 온통 너뿐인 것 같아 묘해
 
보고 싶어 신기하고 신기해서 보고 싶고
그러다 한 순간 미친 듯 불안하고 
아무렇지도 않은데 햇살에 울컥 눈물이 날 것 같고
그러다가 니 전화 한 통에 다 낫고

참 묘한 일이야 사랑은 아파서 고맙고
고마워서 대견해져 이게 다 무슨 일일까 
이 길이 그 길이 아닌 걸 모르고 떠나온 여행처럼 낯설지만
그래서 한 번 더 가보고 싶어져 너와

이렇게 너를 바라볼 때 뭐랄까 나는 행복한 채로 두려워져
참 묘한 일이야 사랑은 좋아서 그립고
그리워서 외로워져 이게 다 무슨 일일까
내 맘이 내 맘이 아닌 걸 이제와 어떡해
모든 시간 모든 공간 내 주위엔 온통 너뿐인 것 같아 묘해
그래서 한 번 더 가보고 싶어져 너와


 

 이 노래는 방영 당시엔 그리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현실적이고 공감가는 대사로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을 받는 드라마 <연애의 발견>의 OST 중 하나로, 인디 중에서도 대중들에게 꽤 알려진 어쿠스틱 콜라보가 부른 <묘해, 너와>라는 곡이다. (아래 링크를 통해 이 노래를 들으며 글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묘하다
 
 사랑. 어쩌면 그 두 글자가 감당하기엔 벅찰 만큼의 감정과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이 사랑이기에 그것들을 풀어내기 위해서 우리는 이제껏 사랑을 노래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즐겁다 외롭다 좋다 그립다 보고 싶다 신기하다 불안하다 
울컥 눈물이 날 것 같다 아프다 고맙다 대견하다 낯설다 행복하다 두렵다


 이 곡은 마치 감정이 바다와도 같다. 사람의 감정을 나타내는 다양한 표현들이 가사 속에 넘쳐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즐겁지만 때로는 외롭고, 누군가를 이렇게 보고 싶어 한다는 사실에 신기하고, 행복하지만 두렵기도 한 마음을 말이다. 우리는 사랑 때문에 웃기도 하지만, 울기도 하지 않은가. 이토록 복잡미묘하고 알쏭달쏭한 사랑이라는 놈을 이 노래는 짤막한 말 한마디로 정의해버린다. ‘묘하다’ 


제목 없음.jpg▲ -<연애의발견> 캡쳐
 

 오래 전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그 묘하다는 단어가 주던 느낌을 잊지 못한다. 뭔가 가슴을 살랑살랑 간질이는 것 같기도 하고, 첫사랑의 풋풋함이 어디선가 고개를 불쑥 내미는 것 같기도 하던 그런. 과연 묘하다는 말보다 사랑이라는 마음을, 나도 모르게 생겨버려 당혹스러운 그 마음을 보다 잘 형용할 수 있는 단어가 또 있을까. 

 



일상에 잔잔히 배어들다
 

 사랑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든, 사랑을 너무 오래 한 사람이든 ‘내가 이 사람을 정말 사랑하는 걸까?’ 하는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이들은 그 기준을 설렘에 두라고 조언하곤 한다. 설레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enhanced-buzz-28353-1430932828-24.jpg▲ -퍼엉 일러스트, 구글 발췌
 

 하지만 어쩌면 진정한 사랑은 그러한 설렘이 아닌 나도 모르게 일상에 배어들어 버린 그것일지도 모른다. 재밌는 영화를 같이 보고 싶어지는, 맛있는 밥을 같이 먹고 싶어지는, 누워서 책을 읽고 있는 그 사람 옆에 같이 누워있고 싶어지는 것 말이다. 이렇듯 일상 속에 조용히, 잔잔하게 배어드는 사랑을 이 노래는 이야기하고 있다. 아무 일도 없는 저녁 밤공기가 좋아서 보고 싶은 사람이라고. 햇살에 울컥 눈물이 날 것 같다가도 전화 한 통에 나를 낫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래서 모든 시간, 모든 공간 주위에 온통 그 사람뿐인 것이라고. 





 우리는 같은 노래에 대해서도 지금 하고 있는, 혹은 과거에 했던 사랑의 모습과 사랑하는 상대에 따라 깊이 공감을 할 수도 있고,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나 역시 시간이 흘러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랑을 하게 되면 또 다른 사랑 노래를 듣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써내려온 노래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20대 초반의 내가 가졌던 사랑에 대한 생각, 사랑을 통해 느꼈던 감정, 분위기, 그리고 사람 이 모든 것들이 이 노래에 담겨있으니까. 


 사진이 지나간 시간을 눈으로 기록하는 방법이라면, 노래는 지나간 시간을 소리로 기록하는 방법이 아닐까. 우리가 기억 속 언젠가 찍었던 사진을 보며 그 때의 분위기, 감정, 사람을 떠올리듯이 기억 속 언젠가 들었던 노래는 그 전주가 울리는 순간부터 그 때 그 시간의 모든 것들을 쏟아내곤 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랑 노래 중에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그 때의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는 무엇인가. 지금 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을 담뿍 담아내고 있는 노래는 무엇인가. 





반채은.jpg
 

[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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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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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승민
    • 역시 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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