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자아를 발견하게 하는 Roni Horn 개인展 in 국제갤러리

글 입력 2014.06.1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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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ni Horn 개인전 (2014.05.20 - 2014.06.22)
 
서울 종로에 위치한 국제갤러리에서 2014년 5월 20일 부터 6월 22일 까지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미술작가라고 불리우는 로니혼의 세번째 개인전을 개최한다. K2,K3 전시관에서 이루어지는 본 전시는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진과 조각 두 작업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녀의 작품들은 개별적이게도 느껴지지만 또 상호 연동된 방식으로 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 힘을 가지고 있다.
로니 혼은 1970년대 중반부터 조각,사진,드로잉 그리고 출판물을 제작하며 각 영역에 대한 정의를 확장 시켜왔다. 전세계에서 익히 소개되어온 그녀의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 솔로몬 R.구겐하임 컬렉션 및 바젤 미술관과 같은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녀는 섹슈얼리티와 젠더 그리고 변형되기 쉬운 주체에 주목하여 환경의 변화를 관찰하고 그 장소와 사물의 관계 그리고 인강의 지각과 시각의 경험에 따른 작용을 탐구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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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전시를 슬쩍 스쳐지나가보면,  '예술가 되기 무진장 쉽네. 그냥 연사로 촬영해놓고 끝? 그리고 유리로 몇개 듬성듬성 놓아놓고 끝?' 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다. 뭐 사실 현대미술 중 과연이라는 의문을 자아내는 작품들은 많기에 뭐라고 분명히 반박해야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불평을 토로했던 사람들에게 감히 이런 제안을 한번 해보고 싶다.
 
'당신 마음 속에 있던 추억이나 상상을 그녀의 작품에 투영해보세요.' 라고 말이다.
 
그녀의 작품을 내재화 시키기 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녀의 작품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바라보며 당신의 오감을 두드려본다면 묘한 환상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녀가 작품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조금 무책임할 정도로 관객에게 떠넘긴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책임을 충실히 수행한 관객이라면 순간적으로 그녀가 만든 공간에 동화되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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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3에서는 본 전시의 주요 작품인 유리 주조 조각들이 소개 된다. 그녀는 이 작품을 바라볼 때, 감상자가 대지와 바다를 연상하길 바란다고 한다. 이 조각을 멀리서도 한번 바라보고 가까이서 들여다 보기도 해보아라.  이 거대한 유리 조각은 분명 멈춰있지만, 생동감을 가지고 있다. 나의 경우, 어떠한 색채감에서 오는 자연의 느낌과 동시에 조각들의 배치 속에서 느껴지는 '공간'의 실존에 관한 의문도 함께 들었다.
 
보이는 것이 진짜인가. 아니면 진짜인것이 보이는 것인가.
 

이 작품은 우리가 시각적 경험을 통해 지각한 실존의 세계를 수용하는 방법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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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에 전시된 그녀의 는 2011에 그녀가 완성한 주요 신작이다. 작은 표정의 변화를 포착하는 획기적인 작업은 1994년에 비롯하여 진행되고 있는데, 이번 전시는 아이슬란드의 온천과 수영장에 몸을 담고 있는 한 여성을 촬영하였다. 짧은 시간동안 그녀의 표정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변화들의 힘은 작품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이 강한 힘의 고요한 기록으로 느껴진다. 

처음 이 작품을 전체적으로 바라보았을 때는 그녀의 표정변화를 쉽사리 포착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 작품들이 한 곳에 모여 그녀가 나를 바라봄을 느꼈을 때, 비로소 그녀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와 그녀의 표정이 보여주는 감정에 이입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The way this work is shot and installed, the viewer is voyeurised by the view. You are surrounded by a wonan who is staring at you."

"이 작품이 촬영되고 전시되는 방식으로 말미암아 관객은 시선에 의해 응시되는 관음증적 상황에 놓인다. 당신은 당신을 주시하는 한 여성에 의해 둘러싸이게 되는 것이다."

-Roni h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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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작품은 바라보는 모든이들의 인식과 시선을 작품 속 여성인 '나와 다른 타인'에서 부터 '나'라는 자아의 본질에 다다르게 한다. 한 여성의 몇 초 단위의 연속된 촬영을 통해 우리는 평소 느끼지 못했던 그녀와 그녀를 둘러싼 환경의 미세한 차이를 더욱 강하게 와닿을 수 있다.

한 쪽 뺨에 방금 또르르 떨어진듯 보이는 물방울. 그리고 어느새 그 것이 감쪽같이 사라져 있는 그 다음 사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흘러보내고 있는 현재의 시간들이 만들어내는 변화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한다.

짧은 그룹 간격으로 이루어진 연속적인 이 작품은 사진 속 그녀의 작은 주름 속 미세한 변화와 중력의 법칙에 의한 자연스러운 환경의 변화 같이 자칫하면 지나치기 쉬운 미세한 차이 하나 하나까지도 관객에게 일깨워 주고 있다. 어느 순간 그녀의 목 옆에 조금은 흐릿한 갈색점이 있다는 것 까지 알아채 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귓볼에 맺힌 물방울과 머리끝에 떨어질 듯 조롱조롱 달린 물방울은 그녀가 어떤 섹슈얼리티를 띄고 있는지를 망각하게 한다. 이어서 그 망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남몰래 품고 있었던 섹슈얼한 환상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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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처음엔 사진 속 그녀가 질투나기도 했다.
내가 지금 그녀를 찬찬히 바라보고 그 안에서 조그마한 변화까지 알아채어냈듯이 그도 나를 이렇게 봐주었기를. 고개가 살짝 갸우둥하고 윗머리가 살짝 삐쳐나왔을 때의 나의 모습까지도 선명하게 기억해주기를.

어느순간 나는 사진 속 그녀와 친밀한 사이가 된것 같이 느껴지기도.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듯하다가 이내 차츰내려가고 심각해보이기도 호기심에 가득차 보이기도 한 그녀의 모습.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유치하지만 심지어 저 물에는 왜 들어간걸까 춥진 않을까 아님 따뜻한 물인걸까? 과한 상상력이라 하겠지만, 그녀의 표정에서 신이 인간을 얼마나 다채롭게 창조했는지 느껴지기도 했다. 아주 작은 근육과 피부의 변화와 움직임이 그녀를 슬픔에 가득찬 것 미망인 같이 만들기도 하였고 , 유혹적인 여자로 보이게도 만들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녀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여자인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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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중간즈음 왔을 때 다빈치의 (모조품일지도 모르는) <모나리자>를 루브르에서 처음 보았을 때의 감정이 문득 떠올랐다. 사람들이 극찬해 마다않는 모나리자의 미소를 바라보면서 나는 기분이 몹시 나빠졌는데, 온화해보이는 저 묘한 미소 속 분명 뒤에 꿍꿍이를 잔뜩 숨겨놓은 여자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때의 찝찝함과 불안정감은 전시관에서 우연히 뒤를 돌아보았을 때 더욱 심하게 다가왔다. 어느각도에서나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그리고 무슨 생각하는지 알수도 없게 몽롱하니 쳐다보는 사진 속 그녀의 눈빛에서 말이다.
이제 내가 그녀를 바라보는 것보다 그녀가 날 더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느꼈던 알수 없는 묘한 배신감은 공포심까지 불러일으키게 했다. 분명 나는 그녀의 사소한 변화를 꿰뚫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내 본질을 바라보는 듯했다.  조지오웰 <1984>에서 빅브라더가 대중의 행동을 감시하고 통제했다면, 사진 속 그녀는 나의 본질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만 같았다.

관음증적 공포,

단순히 누가 날 바라보고 있다 정도의 공포가 아니라 이 작품에서의 관음은 본질을 꿰뚫어보는 듯하다. 작품 속 그녀에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심지어 나조차 몰랐던 나의 프라이빗한 이미지가 노출된 것과 같은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

그녀의 작품은 무언가 불안정하고 불확실하여 우리로 하여금 불안과 동요를 일으킨다. 그리고 우리 내면을 직면하게 하는 거울과 같은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요약하자면, 그녀의 작품은 우리 내면의 자화상과 같다. 타인에게 비춰지는 자아가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탈자아적 태도를 취하게 되어 , 당신도 모르고 있었던 당신의 자아를 발견한 듯한 느낌을 이번 전시가 당신에게 가져다 줄 것이다.
 
 



 
 
 
글/사진
이예지(http://persona0111.blog.me)
참고 사진 / 자료
www.kukjegallery.com

 

 
 
 
 

 

[이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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