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따뜻하고 먹먹하게 보고왔습니다 연극 '동치미'

글 입력 2016.05.2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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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 동안 오로지 한 여자만을 사랑해왔지만 늘 어색하고 쑥스러운 서툰 남자가 있다.” 

츤데레 : 겉으로 퉁명스럽지만 속은 따뜻하다는 뜻의 신조어

 이 신조어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남자가 바로 극 중의 아버지이다. 그는 아내와 자식에게 늘 잔소리를 늘어놓고 불만과 심술이 그득한 얼굴을 띄고 지낸다. 하지만 아내에게는 퉁명스럽다가도, 새로 받은 선물을 대하는 어린 아이처럼 따뜻한 눈빛과 손을 건네는 다정한 모습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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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극이 띄는 보편적인 특성과 한계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1. 가족 중 누군가는 꼭 아프거나 죽는다. 
2. 부모 속을 썩이던 자녀들은 부모의 부재를 겪고 나서 뒤늦게 반성하고 깨닫게 된다.


 가족극에서는 왜 굳이 아파야만 하는가, 왜 꼭 부재를 겪어야만 하는가. 하는 물음들에 고민을 해 본 적이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라는 작품에서는 이러한 대사가 나온다. "연극은 자연을 비추는 거울이다." 현 시대의 연극도 우리 삶을 비추어주는 거울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가 고통스러워한다면 그 고통을 가감없이 드러내주는 것이 연극이다. 마찬가지로 가족극이 띄는 보편적인 특성들은 결국 우리들의 삶을 고스란히 비추었을 때 드러나는 부분들일 것이다. '나'라는 사람이 하루하루를 늘 행복하게 살 수는 없는 것 처럼,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서 나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가족이라는 것도 마냥 행복할 수는 없다. 아플수 밖에 없고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려다 보니 가족극에서 표현하려는 것들은 어느정도 닮은꼴을 띄고만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한계점에 부딪히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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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동치미>도 가족극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반성하는 진부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을 담는다. 혹여나 억지로 감동과 눈물을 짜내게 하는 스토리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거부감을 가질 뻔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라면,

1. 배우들의 열연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적어도 지루하지는 않았다. 다소 빠르긴했지만 배우들간의 템포가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서 받아치고 받아주는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 그래서 보는 입장에서 함께 감정을 쌓아나가고 극중 인물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었다. 가족극을 볼 때면 쉽게 마음을 내어주지 않으려 하는 편이다. 꼭꼭 묶어두고 터뜨리지 않으려 한다. 한번 터지면 엄마생각에, 아빠생각에 봇물터지듯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게 될 것을 아니까 ! 어느 작품은 그런 '터뜨림' 조차 느낄 수 없게 했지만, 이 작품은 끝끝내 견디다가 몇방울의 눈물을 떨어뜨리게 했다. 묵묵히 타지에서 고생하는 아버지의 얼굴이 수십번정도 스쳐지나갔다. 먹먹했다.

2. 암전
 극에서 암전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의 긴 호흡을 특정 장면별로 끊어내는 것이 암전이다. 가끔은 먹먹함으로 전해오는 장면들을 사이 사이의 암전처리를 통해 그 먹먹함을 깊은 쉼호흡으로 가다듬게 할 수도 있고, 혹은 생각 정리를 하게 할 수도 있다. 이 작품에서는 장면별로 끊어내기 위해 암전이 비교적 많이 사용되고, 그 덕분에 호흡도 가다듬고 생각도 정리할 수 있었다. 간혹 떨어지는 눈물을 훔쳐내기에도 좋은 방법으로 활용되었다.

3. 조명 
 조명의 사용이 아름다웠다. 노란색, 주황색, 초록색, 파란색의 사용이 주를 이루었다. 조화롭고 예뻐서 보기좋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말했다. 무대에서의 좋은 조명이란, 나도 모르게 이미 바뀌어버린 것, 정신차리고 바라보니, 금세 조명이 변화되어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것, 이라고 한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는 조명 변화의 세기가 아주 강해서 계속 조명기를 바라보게 되었음으로 좋은 쓰임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좋았다. 화이트의 조명만 쓰는 것 보다는 다양한 색채의 조명 덕분에 더 따뜻하게 바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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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했고 먹먹했다. 
나도 모르게 극 속에 빠져들어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강한 탄성을 자아내는 연극은 아닐지라도, 깊은 곳에서 아.. 하는 울림을 준 연극이었다. 





공연명: 연극 동치미  

공연장소: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공연기간: 2016년 5월 19일(월) ~ 2016년 6월 12일(토)  

공연시간: 화,수,목 오후 8시 / 금,토 오후3시, 8시 / 일 오후3시 (월 공연없음)

러닝타임: 90분 

관람등급: 만10세 이상 

관람료: 5만원 

제작: 극단글로브극장


[김희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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