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동경하다 : 감성 일본 여행 에세이 (1)

글 입력 2016.05.1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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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서막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금전적으로 부담스러운 해외여행을 잠시 뒤로 미루어 두고, 대학생이 되자마자 전국을 섭렵하겠다는 일념하에 홀로 '제주도'여행을 다녀오기도 했고, 친구와 '내일로'라는 전국 기차여행을 다녔었다. 여름, 그리고 겨울. 날짜로만 치면 총 15일이 넘는 걸친 나의 대한민국 탐방은 나에게 넓은 시야와 자신감 그리고 많은 경험과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서울특별시,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를 모두 돌면서 굉장히 작지만 보고 느낄 점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동안 수도 서울에만 머물렀던 나의 좁은 시야가 탁 트인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이 땅과 이 나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상시에도 그냥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돌발적인 생각을 하곤 한다. 눈을 감고 상상을 시작하면 그 속에서 나는 이미 모든 것을 집어던지고 가벼운 베낭과 지갑 그리고 카메라와 함께, 지금껏 꿈꿔 왔던 곳 그 어딘가에 도착해있다. 하지만 나는 바쁜 학교생활을 하며 핑계 아닌 핑계만 대기 일쑤였고, 위에서 말했듯이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작은 꿈 하나 펼치기조차 부담스러운 상태였다.

   그리고 지난 3월 1일. 휴학생이었던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일본 저가항공사의 프로모션 할인으로 인해서 15만원이 채 되지않는 가격으로 도쿄행 왕복 비행기 표를 끊을 수 있게된것이다. 새벽 4시. 조금은 판단력이 흐려질 수도 있었던 몽롱했던 그 날 새벽. 나는 무슨 정신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나의 생애 첫 해외여행에 시동을 걸었다. 물론 동행자는 구하지 않았다. 혼자 제주도를 다녀왔을 때의 기억이 아직까지도 아름답게 남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평소에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잘 알고있는 일본이었기에 그랬는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솟구치는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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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준비


   예상했던 대로. 가족들의 반대는 극심했다. '요즘같이 험한 세상에'부터 시작해서 '가서 도대체 뭘 어떻게 혼자 하겠다는거니?'라는 말까지. 나를 걱정하는 말과 나의 능력을 못미더워하는 말을 동시에 하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듣는다고 하긴 했지만. 사실 스스로도 걱정이 조금 앞서긴 했다. 왜냐하면 사실 나는 여행을 떠날 때 이것저것 많은 준비를 하고 가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워낙 즉흥적인터라, 여행을 떠나서도 그때그때 끌리는 대로 일정을 변경하곤하는데, 한편으로는 자신이 드는 여행이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과연 내가 완전히 낯선 땅에 가서도 그럴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내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출국일인 5월 9일이 한 달 정도 남은 시점에서 슬슬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블로그에 하나하나 계획한 것을 포스팅해가며 정성을 들여 계획을 짰었지만, 그것도 하다보니 참 귀찮다 못해 사람이 할 짓이 못된다고 느낀 게으른 나는, 그냥 자기전에 침대에 누워서 이것저것을 검색하고 찾아보며 머리속에 넣는 것으로 계획을 대체하고 있었다. 원하던 기모노 체험은 원하는 날짜에 미리 잘 예약할 수 있었지만, 하늘이 게으른 나에게 작은 벌을 주었는지, 떠나기 바로 전 날, 일본 유십침을 받는 과정에 조금 문제가 생겨서 크고작은 고생을 했다. 이 과정에서 느낀건 '아 해외여행은 국내여행과 다르구나...'였다. 그렇게 나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여행을 이미 한차례 다녀온 듯한 신체적 피로감을 안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출국수속을 밟고 심사를 거치면서 든 생각은 '도대체 왜 학교에서는 이런걸 알려주지 않는걸까?'였다. 공항에서 겪는 모든 것들은 일전에 부모님이나 혹은 그 어느 누군가와 경험해보지 않는 이상 도무지 알려고 해도 알 수 없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글로 대충 예습을 해본다고 해봤지만, 공항속에서 나는 모든것이 새로웠고 신기했다. 결국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권'이라는 것을 사용해서 무사히 게이트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우연히 같은 날 유럽으로 출국하는 친구들과 잠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면세점 앞에서 30분을 기다렸지만, 결국 나와는 달리 표를 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 친구들을 뒤로한 채 씁쓸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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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나라 일본


   무조건 공항에서 노숙을 해야할 운명이었지만, 그래도 비행기에서 조금이나마 잠을 청하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달리 도쿄는 인천과 무지 가까웠고, 비행기 안에서 보냈던 두시간은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짧고 정신 없었던 두시간이었다. 정신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일본어 기내 방송을 귀로 흘려들으며 작성한 세관 신고서. 가운데 자리에 껴서 이도저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을 때, 창가자리에서 주무시고 계시던 할머니의 어깨 너머로 드디어 보이던 새벽의 일본. 기억나는건 딱 여기까지다.

   친절한 승무원들의 안내로 비행기에서 내려, 하네다 공항의 땅을 밟는 순간. 나는 그 순간 눈물이 고였다. 평소에도 별거 아닌일과 알 수 없는 감정에 자주 눈물이 고이곤 하는데(흐르진 않는다. 다만 고이다 말뿐), 이번엔 감격스러운 마음에 눈물이 고였다. 나는 작은 캐리어를 질질 끌고가면서 쓸데없는 공항 속 풍경을 계속해서 카메라에 담았다. 그냥 모든것이 다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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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심사를 받는 곳으로 거의 7분 이상을 걸은 것 같았다. 길고긴 통로를 지나 드디어 심사장에 도착했다. 새롭고 신기한 마음으로 입국심사서를 작성하고 줄을 서있었다. 줄을 서있는 동안 나는 일본 유심칩을 개통하기 위해 휴대폰과 작은 씨름을 했다. '이놈의 기계는 뭐가 이리 복잡해-'라는 푸념을 속으로 내 뱉으며 정신이 팔린 나는, 앞사람이 이동하는 걸음에 맞춰 생각없이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대기선을 지나 심사하는 곳까지 발을 뻗고 말았다. 그 때 내 귀에 들려온 공항직원의 다급한 목소리.

    '아 촛토 촛토...!!' 나는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하고 두 걸음 물러나서 대기선 안쪽으로 줄을 섰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나니 방금 저 공항직원이 나한테 일본어로 말을 걸었다는 사실에 내가 정말 일본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준비해갔던 '스미마셍'이라는 말 대신 그저 고개를 숙여 사과하던 나의 모습이 떠올라 괜시리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제부터는 무조건 일본어만 써봐야지! 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내 차례가 되었고, 나는 무사히 심사를 받고나서 '아리가또 고쟈이마스'라는 짧은 감사인사를 건네고 하네다 공항 도착장 밖으로 상쾌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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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공항에는 한국어로 안내되어있는 표지판이 많았다. 동이 트면 무엇을 타고 도쿄 시내로 나갈지 고민을 하면서 나는 노숙할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도착장 층에서 자려고 했으나,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아래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다 갑자기 배가 고파져 편의점을 찾기 시작했고, 드디어 내 눈앞에 그 유명한 로손 편의점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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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듣던 '띠롱띠롱-'하는 소리가 너무 신기해서 두 번정도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다. 새벽 시간에 재고를 채우느라 직원들은 매우 분주해 보였지만, 그들은 손님 한 명이 들어올 때마다 아주 친절하게 '이랏샤이마세~ 곰방와~'라고 인사를 했다. 한참을 둘러보다 간단한 끼니를 고른 나는, 처음으로 엔화를 사용해서 결제를 했다. 앞으로 이 에세이에서 서 많이 쓰일 '처음'이라는 단어. 모든 것이 정말 새롭고 신기하고, 내가 알던 지구가 아닌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2)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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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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