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죽음 앞에 선 인간의 군상, 연극 < 심청 >

글 입력 2016.04.2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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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에서 제공받은 연극 <심청> 티켓.
4월 23일 토요일 7시 대학로 나온씨어터에서 관람했다.

티켓오픈 시간 전에 도착해서 조금 기다리다 바로 표를 끊어서 맨 앞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음악과 코러스가 있는 연극이기 때문에 더 가까운 곳에서 현장감을 느끼고 싶었다.


***


연극 <심청>은 어떤 작은 의문에서 출발해 쓰여진 작품이다.

심청전에 무역선 선원들의 안전 항해를 위해 제물로 팔려 인당수에 빠진 심청은 있는데
심청을 사서 인당수로 빠뜨린 선주(船主)의 이야기가 없는 것이다. 왜 없는 것인가.
혹시 심청전을 선주가 쓴 것은 아닐까. 해마다 제물로 바칠 '심청'들을 쉽게 사들이기 위해서.
하지만 선주도 죽는다. 그도 늙고 아프고 결국 죽게 된다.

제물을 많이 바쳤다고 해서
무역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서
영원히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죽음은 공평하기 때문에. 선주는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고 있다. 
'간난'이 자신의 마지막 심청이 될 것이라는 것도.


곧 닥칠 죽음 앞에서 고작 겉보리 스무가마에 팔려온 '간난'은 
두려움에 떨고 억울해하고 분노한다. 
제물 심청으로 죽고 싶지 않다고, 굶어 죽더라도 간난으로 죽겠다고 
식음을 전폐하며 아득바득 버티려 한다.

그리고 늙어 노쇠한 아픈 몸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선주. 
연극 <심청>은 해마다 수많은 처녀들을 인당수 제물로 바쳐 죽도록 한 선주의 이야기다.


제물이 자발적으로 몸을 던져야 효험이 있다는 선원들의 믿음 때문에
선주는 그동안 제물로 팔려온 처녀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인당수에 빠뜨려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엄청난 경제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출항을 연기하고
심지어 출항을 포기할까 생각하면서 그녀를 도망치게 할까 고민도 하면서
간난의 의지를 존중하고 그녀의 결단을 기다린다.

그러나 실제로 선주가 기다리는 것은 자신의 죽음이기도 하다.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죽음의 공포, 그 무게를
무수한 심청이들과 간난이 느끼는 그 무게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막막한 긴장감 속에서 설상가상으로 
그의 세 아들들은 아버지 선주를 부추기며 
간난을 설득시키는 자에게 선주의 자리를 무려달라 하소연한다.


***


이 공연을 한 마디로 평가하자면 
정말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극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연극을 보기 전, 시놉시스만 살짝 보았을 때 '너무 무겁기만 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탁월한 연출 덕분인지 죽음의 관점에서 본 심청전이라는 설정이 
억지스럽게 느껴지지도 않고 오히려 열정적으로 다가왔다.

극 전체에 죽음이 드리워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진지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았다.
개성도 각색이고 허당끼가 가득한 선주의 세 아들과 
코러스를 하는 분들의 추임새 덕에 해학적인 판소리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이강백 작가의 희곡집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관심이 부족한 것도 있겠지만
혜화 연극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괜찮은 작품을 꼽기가 참 어려웠는데
이 연극만큼은 주변에 꼭 알리고 싶다.


***


<공연정보>

ㅇ 일시 : 2016. 4. 7(목)~ 5. 22(일) 
평일 8시/토 3시, 7시/일4시 (월 쉼)/5월5일 4시
ㅇ 장소 : 대학로 나온씨어터
ㅇ 러닝타임 : 110분 
ㅇ 제작 : 극단 떼아뜨르 봄날 
ㅇ 후원 :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ㅇ 기획 : K아트플래닛 
ㅇ 관람연령 : 만10세 이상 
ㅇ 티켓 : 전석 30,000원 
 (초중고생 50% 할인, 
25세 미만 청년 30% 할인)
ㅇ 예매 : 인터파크티켓, 
            대학로티켓닷컴
ㅇ 문의 : 02-742-7563 
 k_artpla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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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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