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진홍빛 소녀, 그리고 잠수 괴물

그 불편한 인간의 참모습에 대해서
글 입력 2016.01.1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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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진홍빛 소녀, 그리고 잠수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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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빛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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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한자리에서 두 가지의 연극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공연이 2개라는 독특한 점과 더불어 2인극 페스티벌에서 그 작품성과 가치를 인정받은 연극들이라는 사실이 굉장히 기대를 갖게 했다. 

첫번째 순서였던 진홍빛 소녀. 15년 전 수많은 사상자를 낸 방화사건의 두 범인, '혁'과 '은진'.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은진은 감옥에 수감된 무기징역수가 되었고, 혁은 풀려나 평범의 아버지와 남편으로 살아간다. 어느 날 갑자기 혁 앞에 나타는 은진은 큰 상처로 남았던 자신의 이야기와 그날의 사건들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은진은 굉장히 여리고 순수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주 어릴 적 부모님께서 동반자살 하신 후 버려졌고, 그 후 자신에게 향해졌던 수많은 학대와 아픔들로 점점 그 빛을 잃은 것으로 보였다. 더이상 잃을 것이 없어 두려운 것도 바라는 것도 없는 그녀는 뭔가 정신적으로 결핍되어보이는 말투와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극 초반에는 그녀가 누구인지 왜 혁의 집에 몰래 들어와 집안의 물건들을 만지고, 또 혁을 위협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이해되지 않는 그녀의 행동이 답답하고 싫었다. 그렇지만 점점 그녀의 생채기 난 가슴 속 이야기들을 하나둘씩 꺼내는 것을 보니 너무나도 가엾고 안타까운 여린 소녀의 모습 그대로가 다시 보였다.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영악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을까. 그때의 어린 그녀는 자신에게 성폭행을 일삼는 보육원의 원장과 학생들이 너무나도 싫어 방화를 방관하고 탈출구를 잠궜을 것이다. 물론 이는 명백한 죄이지만, 그녀의 얘기를 듣고 나니 그녀를 미워할 수 없었다. 그저 어쩔 도리가 없는 현실에 안타깝고 분통이 터질 뿐이었다. 그건 한 개인의 일이었지만 분명 그 모두가 범인인 듯 보였다.
혁도 마찬가지다. 그는 은진을 무척이나 사랑했다. 보육원에서 의지할 사람은 은진 뿐이었다. 약하고 여린 은진을 영원히 보살피는 오빠가 되겠다는 다짐도 했었다. 그렇지만 그도 어린 학생이었기 때문에 어른들이 무섭고 어려운 현실 안에 기댈 곳없는 나약하고 애처로운 어린아이일 뿐이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론 법정에서 아무말도 못하고 그녀는 배신하는 행동을 했지만, 그는 무척 두려웠을 것이다. 

그 둘은 분명 범죄자지만, 난 감히 범죄자가 아니라고 하고싶었다. 그것은 그들이 끔찍하고 지옥같은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무이한 탈출구였기 때문이다. 법의 가중을 엄격히 따진다면 보육원 원장과 다른 아이들에게 더 크게 적용되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그녀의 뜻대로 자살했을 수도, 다시 잡혀 평생을 감옥에서 지낼 수도 있다. 그녀의 죄는 명백했지만 연극이 끝나고 나는 그녀를 꼭 안아주고만 싶었다. 



잠수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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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공연은 뮤지컬, '잠수괴물'이었다. 인간은 부모가 되면서 한층 더 성장한다고 한다. 자식에겐 자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해주고싶은 사랑이 존재한다. 자식에게 모든 걸 내걸고 기대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부모도 인간이다. 결국 잠수함 안에 갇혀버린 아들과 아버지는 죽음을 기다리는 그 순간까지도 각자의 살아야 할 이유를 어필하고 다툰다. 죽음을 앞에두고도 저렇게 서로의 인생을 주장만 하고 있으니 뮤지컬이 굉장히 불편한 느낌(어디까지나 상황이 그랬다.)이 들었다. 이러한 불편한 진실이 과연 인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했다. 연출진들이 의도한 인간의 진정한 모습에 자신의 욕망을 모두 저버리고 희생할 수는 없는 인간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이성을 잃어 사리분별 못하는 또 다른 무서운 인간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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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건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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