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SIDance: 풍편

[Review] SIDance: 풍편
글 입력 2015.10.27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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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사연을 싣고

풍편(風便)


김지현(ART insight SNS 운영팀)


★SIDance2015  시즌.jpg
 

<공연정보>

공연단체: 연행집단 사이
국    가: 한국
공연일자: 10.15.(Thu)~16.(Fri)
소요시간: 100 분
공연시간: 8pm
관람연령: 8세 이상
공연장소: 남산골한옥마을 국악당
공연가격: 전석-20,000





간만에 ‘전통’이라는 테마를 즐기러 갔다. 남산골 한옥마을은 초행길이었는데 이런 곳이 있었다니, 꽤나 놀랐다. 내가 아주 어렸을 적, 타임캡슐을 묻었던 장소라고 한다. 공연 전 시간이 남아 동행했던 분과 함께 주변을 둘러봤는데 밤에 가니 운치가 더욱 깊었다. 가을바람이 선선히 불어왔다.

바람결을 따라 들어가니, 공연 시간이 되었다. 극과 함께 시작된, 째질 듯한 꽹가리와 징소리에 귀가 터지는 듯 했다. 굳이 마이크를 악기 앞에 놓지 않아도 잘 들렸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동시에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 이게 국악이지. 목청 좋고 잘 놀 줄 아는 한국인의 음악이지. 


악기로는 대금, 피리, 해금, 태평소에 꽹가리, 징, 장구, 북(풍물)이 연주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들, 네이밍 센스도 알아줘야한다. 풍물놀이의 ‘풍’도 풍편의 ‘풍’ 과 같이 바람 ‘풍(風)’이다. 다음은 네이버 사전에서 갖고 온 *풍물의 뜻이다. 

* 풍물: 풍물의 ‘풍(風)’에는 ‘풍류(風流)’·‘풍장’에서와 같이 음악이라는 뜻이 있다. 따라서 풍물은 음악하는 물건, 즉 꽹과리·징·장구·북을 가리키는 것이 보통이다.
‘풍물친다’·‘풍장친다’는 말은 모두 농악기를 두드리며 노는 것을 뜻하고, 풍물굿 역시 농악기를 가지고 판을 벌이는 것을 의미한다. 풍물잽이는 꽹과리나 징 등의 풍물을 치는 사람을 가리키고, 풍물쟁이는 풍물을 만드는 사람을 일컫는다.


탈춤 일러스트.jpg
 

쨍한 풍물놀이단의 연주와 함께 시작했던 첫 무대는 “봉산탈춤 사상좌 춤”이다. 봉산탈춤의 판을 여는 *벽사의식무라고 한다. 이제 판을 시작하겠다고 동, 서, 남, 북에 알리는 춤이라는 뜻이다. 장중하게 시작하여 느린 타령, 허튼 타령으로 넘어가 신명난 염풍대로 마무리하는 춤이다. 탈춤 중에서 보기 드물게 여성적인 춤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 벽사의식무: 요망하고 간사한 귀신을 물리치는 의식.

우리나라의 나례에서는 악귀를 쫓는 방상시를 중심으로 벽사 가면을 쓰고 귀신을 몰아내는 의식을 치른다. 궁중 나례에 처용의 가면을 쓰고 역귀를 쫓아내는 춤을 춘 처용무도 벽사 의식무이다. 또한 북청사자놀음은 사자로 잡귀를 몰아내고 마을의 평안을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탈놀이에서 가면을 쓰고 잡귀를 내쫓는 벽사의식은 탈춤의 주제로 쓰이기도 하였다.


사상좌춤

우연찮게 ‘연행집단 사이’의 무대로 추정되는 공연 동영상을 입수했다. 그런데 재생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다. 궁금하신 분들은 주소로 들어가 확인하길 바란다. 초반에는 여성스러운 승무처럼 보이지만 후반에 가서는 적은 신체의 움직임만으로도 힘찬 동작을 소화해낸다. 경건한 시작이랄까.


다음은 “고성오광대 놀이 원양반춤”과 “고성오광대 놀이 말뚝이춤”이 본격적인 탈춤을 보여줬다. 특히 “원양반춤”은 공연 중 제일 좋아했던 탈춤 파트였다. 도포를 차려입고 부채를 든 양반의 홀춤으로 비슷한 형식의 한량무와 달리 투박한 듯 하면서도 담백한 남성적인 춤의 맛을 잘 간직하고 있다. 내가 이 공연을 가장 좋아했던 이유는 제일 흥이 넘치고 활력있는 무대였고, 반주에 맞춰 나도 모르게 리듬을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한국인임을 가장 잘 느꼈던 무대였다. 쨍하게 울리는 반주가 절로 흥을 돋웠다. 동영상을 찾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


고성오광대양반춤.jpg
 

바로 다음의 무대 역시 인상적이었다. 배우가 무대에 오르자마자 “아...!” 라고 탄식하며 얼굴에 연민의 빛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다음 무대는 바로 “고성오광대놀이 문둥북춤”이었다. 



고성오광대놀이 문둥북춤


문둥북춤은 맨 처음부터 등장이 강렬했다. 썩어 문드러져 기괴한 모양으로 뒤틀린 얼굴을 형상화한 울퉁불퉁한 가면, 병적으로 굽은 손, 풍이 온 듯 부들부들 떠는 다리에 절뚝거리는 걸음걸이. 나병 환자를 형상화한 동작이 너무 생생해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불구의 몸으로 소고를 마치 자신의 신체 일부처럼 기묘하게 어르며 추는 엇박의 여유와 걱먹는 춤사위는 고성오광대춤만이 가지는 멋이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뒤이어 바뀌는 흥겨운 덧뵈기 장단과 춤은 내면의 기쁨과 희망을 춤으로 표현하면서 문둥이의 한을 완전히 벗어 던지듯 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신명을 자아낸다. 


문둥북춤.jpg
 

다음으로는 봉산탈춤의 백미 중 하나인 미얄춤이었다. 춤과 노래, 연극적 재담이 함께 잘 어우러졌던 무대였다. 전란으로 인해 강제로 헤어졌던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가 극적으로 상봉하지만, 할아버지가 그동안 바람피우며 만난 새색시 때문에 둘 사이는 틀어지고 할머니는 화병이 나서 허무하게 죽는 내용이다. 구수한 배우들의 재담과 걸걸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재미 포인트였다. 

악기를 연주하시던 분이 배우와 주거니 받거니 얘기를 하는데 지금 들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여러 유희들이 섞여있었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여전히 악기 소리는 컸고, 배우들의 탈 때문에 발음이 잘 안들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초반에만 육성으로 진행하다가 나중에는 마이크를 통한 음성이 나와서 한결 듣기 편했다. 


봉산탈춤 미얄할미 영감춤 

이 외에 인상 깊었던 무대를 하나만 더 얘기하자면 창작탈춤이었던 ‘복자씨’가 있다. 처음에 개울가에서 어떤 아낙네가 칼을 간다. 이어 빨래도 한다. 그러다가 어떤 남성의 바지를 발견하면서 갑자기 상황이 바뀐다. 바지를 입은 남자는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걷는다. 그러다가 아낙네를 발견하고 몹쓸 짓을 한다. 다시 바지를 벗고 아낙으로 돌아온 여인은 저주하는 듯한 춤을 추며 마지막에 남자의 바지에 칼을 내리꽂는다. 탈춤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의식(Ritual), 마임, 또는 현대무용처럼 보였다. 살짝 난해하긴 했지만, 창작이라는 점에서 그 시도가 돋보였다. 


전통 공연을 보면 항상 참여의 활발함이 돋보인다. 관객석에서 “얼쑤!” “잘한다!” 라는 말이 스스럼없이 계속 들려온다. 이번 공연도 그랬다. 특히 공연 중간과 끝에 배우와 관객이 함께 춤을 추는 시간에서는 꽤 많은 사람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나와 춤을 추어 즐거움을 주었다. 예전에 보았던 ‘박경랑류 영남교방청춤’과 같이, 전통 공연에서는 관객들의 참여가 공연을 더욱 활기차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한국인의 정서가 물씬 담겨있는 공연을 보고 난 뒤, 절로 어깨에 찬 흥은 가는 길도 흥겹게 만들어줬다.  





SNS운영팀_김지현님 태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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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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