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Z를 위한 레퀴엠 - 우리 자신을 위한 노래, 몸짓

글 입력 2015.09.25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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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단풍이 물드는 것처럼 ‘SIDance(서울세계무용축제)'도 당연한 것처럼 돌아왔습니다. 매년 세계 각국의 무용단을 초청하여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는 이 축제는 춤, 몸짓의 강렬함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현대무용의 틀을 과감하게 깨는 등 춤의 지평선을 넓히고자 합니다.

항상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인 공연을 선보이기에 올해 SIDance 프로그램도 기대를 많이 했는데요,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이전보다 더 호기심을 이끄는 프로그램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자크레브 무용단’의 ‘Z를 위한 레퀴엠’에 가장 눈길이 갔습니다.


sub1_requiem for z_photo by Maja Kljaic.JPG


현대무용과 레퀴엠. 자유로움과 개성, 죽음과 위로. 처음에 공연 이름을 봤을 때 꽤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 단어의 이미지는 상반되고, 여태까지 현대무용에서 죽음을 다루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공연에서는 대체 왜 레퀴엠이라는 단어를 공연 이름에 썼는지, 그리고 이 단어가 공연의 주제랑 관련이 있는지 알아내고 싶었습니다.

‘Z를 위한 레퀴엠’은 사실 죽음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 공연은 죽음에 대해 말하기보다는 우리 사회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개인과 사회 사이의 긴장감, 현대사회로부터의 소외 문제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이 공연의 주된 요소입니다.

그런데 공연에 대한 설명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목에서의 레퀴엠이 사실 죽은 이를 위로하는 음악이 아니라 현대사회 혹은 관계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로하는 음악이 아닐까? 라고요.


sub_requiem for z_photo by Maja Kljaic.JPG
 

공연을 보는 데 있어 정답은 없지만 결국 ‘Z를 위한 레퀴엠’은 소통과 소외라는 한 글자만 다른데도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 이 두 단어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둘에 대한 우리의 친밀감, 외로움, 분노도 같이 얘기하면서요.

자그레브 무용단은 1970년대 동유럽에 있는 크로아티아라는 나라에서 창단된 이후로 수많은 외부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무용단만의 독창적이고 진솔한 에너지를 지켜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공연에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깊이 있게 담을 수 있는 게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현대무용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과거를 얘기하기보다는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고, 우리 자신의 감정을 거칠지만 강렬하게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Z를 위한 레퀴엠’은 다른 공연보다도 더 현대무용의 매력을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낼 거 같습니다.

10월 3일, 예술의 전당에서 춤, 몸짓에 여러분을 그대로 맡기면서 내 안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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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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