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드보르작 레퀴엠 _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글 입력 2015.07.1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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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안토닌 드보르작 레퀴엠 공연에 다녀왔다.
초대권을 얻어서 보게 된 공연이라서 사실 규모가 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수령한 티켓을 보니 허걱.. 한 장에 8만원이라니... 심지어 나는 두 장 받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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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홀도 생각보다 규모가 컸고, 좌석도 관객들로 꽉 찼다.
한국-체코 수교 기념 공연이라 그런지 외국인들도 많이 보였다.
그리고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입장한 뒤, 공연이 시작되었다.

레퀴엠이 죽은 자를 기리기 위한 미사곡이라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드보르작의 레퀴엠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쉽사리 찾을 수 없었고
한편으로는 귀찮기도 해서 (구글링 조금만 하면 나왔을텐데 귀차니즘 때문에..ㅠ)
'드보르작이라고 해서 더 특별히 알아야 할 게 있을까? 어차피 레퀴엠은 다 비슷한 분위기일텐데'
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자기합리화를 해 가며 사전 공부를 충분히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아무튼, 내 박약한 지식과 나름대로의 음악감상 능력을 최대한 동원하여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합창의 하모니를 즐겨보리라는 마음을 먹고 공연을 관람했다.





본격적인 리뷰를 쓰기에 앞서,
레퀴엠이 종교적인 색채가 있는 음악이고 나 또한 기독교인인 관계로
주관적인 종교적 견해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린다.

공연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순서.jpg


첫 곡이었던 Requiem Aeternam 은 '미-파-미b-미' (첫음이 '미' 였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의 불안한 느낌의 멜로디로 시작되었는데,
이 멜로디는 다른 곡들 중간에 계속해서 등장하며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 같았다.
Intermission 이전의 곡들이 조금 엄숙하고 무거운 느낌이었다면, 이후의 곡들은 웅장하면서도 밝은 느낌이었다.





브로셔에는 각 곡들의 가사와 한국어 해석이 나와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보니 모든 곡들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대략 3가지 정도로 나뉘었다.
 

영원한 안식.jpg  최후의 날.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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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여, 죽은 자들을 벌하지 마시고, 그들의 영혼을 거두소서.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2. 최후의 날이 닥치면 얼마나 두려울 것인가! 그 날에 우리 모두는 주님 앞에서 심판받을 것이다. 그러니 회개하자.
3. 주여, 최후의 날이 다가오기 전에 나약한 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소서.

1번이 죽은 자를 기리기 위한 내용이라면, 2번과 3번은 살아있는 자의 각성을 위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번에 보았던 설명 중에 '드보르작 레퀴엠은 산 자에게도 희망의 메세지를 전달한다' 는 내용이 있었는데,
아마 위와 같은 가사의  구성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 살아있는 자들도 죽은 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오늘은 숨을 쉬지만 내일 아침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며, '최후의 날'이 언제 닥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죽은 것과 산 것은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일 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하나님 앞에 충실했고 죄를 지었을 때 진심으로 회개했는지 일 것이다.





항상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을 때면 느끼는 거지만, 여러 종류의 악기들이 한데 모여서 내는 화음은
그 고유의 풍성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클래식은 레퀴엠에 들어 있는 기독교적인 내용을 전달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특히 레퀴엠과 같이 엄숙하면서도 성스러운 느낌을 전달해야 할 경우에 오케스트라의 합주만큼 적절한 수단도 없다.
거기에 합창단의 화음과 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의 솔로까지 어우러지니 경건함과 굉장한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솔로 부분보다 합창 부분이 더 좋았다.)

클래식 장르에는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나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면서가장 많이 받은 느낌은 '경외로움' 이었다.

오케스트라와 합창의 하모니는 신의 거대함과 그로부터 느껴지는 두려움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냈다.
경건하고 웅장한 악기들의 화음을 듣고 있으니, 레퀴엠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한 메세지처럼
하나님 앞에서 '죄 지을 수 밖에 없는 존재' 인, 한없이 작은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느끼게 되는 것 같았다.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무겁고 긴장감 있는 멜로디는, 최후의 날에 대한 아무런 대비 없이
안일하게 죄를 지으며 살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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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콘서트홀 밖으로 나오니, 바로 앞에 음악분수가!
음악들도 너무 좋고 분수도 너무 예쁘고. 행복한 밤이었다.

레퀴엠이라는 장르가 좀 생소하기도 하고, 죽은 자를 위한 음악인데 너무 칙칙하고 우울하지는 않을까,
괜히 보고 나와서 염세적이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도 좀 했었지만, 알고 보니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물론 밝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적절한 무게감과 아름다운 선율이 잘 어우러져
회개와 더불어 하나님에 대한 경외감을 더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이제 그 가사대로, 최후의 날이 다가왔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내게 주어진 삶을 잘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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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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