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이란 무엇인가 [문화 전반]

글 입력 2015.06.2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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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무엇인가.


과연 세상에 ‘예술’이라는 단어만큼 많은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개념이 존재할까.
개인적으로 예술만큼 가장 ‘개개인의 의견’이 존중되는 분야는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예술에 대한 정의와 범주는 100개가 있을 것이다. 개인은 자신의 경험에 의거해, 또 경험에 바탕한 학습에 의해, 자신의 취향에 의해, 목적을 위해, 감상하고자 하는 의지에 의해 수없이 다양한 정의를 내릴 것이다. 어떤 이는 ‘숭고한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겠고, 어떤 이는 그저 ‘재미’의 대상이라고 볼 수도 있으며, 또 어떤 이는 ‘가치가 없는 하찮은 것’이라며 폄하할 수도 있다.


 이처럼 광범위하고 무한한 정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술은, 이미 그 시작부터가 제약이 없다. 예술을 행하는 주체도, 대상도, 관객도 무엇 하나 정해진 것이 없다. 과거 동굴 벽화에 동물 그림을 그리며 사냥의 기원을 한 것이나, 중세 시대에 종교적 제의를 위해 사용되던 그림,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를 넘어 낭만주의에 도달하고, 마침내 현대에 이르러 끝없는 예술의 향연의 세계에 이르기 까지. 많은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수단과 방법으로써 이용되던 것이 ‘예술’이다.


 시대에 따라 수없이 형태를 변화시키면서도 언제나 인간의 역사의 큰 축이 되었던 예술은 비단미술 세계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다. 연극과 같은 공연 예술 역시 언제나 중요한 문화 요소였고 현대 사회에서는 각종 공연과 콘서트, 뮤지컬 등으로 세력을 확장하며 우리의 곁에 더욱 가까워 지고 있다. 시각 예술 역시 현대의 도전정신과 다양한 작품 재료로 인해 무한한 시도로 이어지고 있으며 전시, 음악, 춤 또한 마찬가지다. 과거 일부 전문가만이 창작하고 일부 상위계층만이 소비하던 예술은, 이미 그 경계가 허물어진 지 오래다. 시대가 변하면서 방대한 양의 ‘작가’들이 소위 ‘작품’이라는 것을 줄줄이 내어 놓고 있다. 그리고 그 형태는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다양하고,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다. 과거 변기 하나를 ‘샘’이라고 지칭해 세계를 놀라게 했던 작품도 이제는 더 이상 괴상스러워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어디까지를 예술로 치부해야 하는가.


만약 명확한 목적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예술을 정의하는 데 주된 요소라면, 목적이 ‘무(無)무목적성’에 있는 예술이나, 행위의 주체가 사유하기 힘든 존재일 때 어떻게 평가를 내릴 것인가. (예컨대 실제로 고릴라도 그림을 그려서 전시회를 여는 시대다.) 반대로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만이 예술의 주된 평가 기준이라면, 아름답지 않으며 괴이하기 짝이 없는 작품들은 어떻게 볼 것인가. 예술이 가지는 기능적 특성, 예를 들면 심리적 위안감, 시각적 즐거움, 교육적 목적, 사회적 현상 반영 등 수 없이 다양한 가치들 중 어느 하나만 선택하기에는 예술이 담고 있는 의의가 너무 크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것들을 단지 ‘예술적이다’라는 이유로 포용하기에는 어느 순간 마음에 걸리는 의문점이 있다.


“과연 예술의 범주는 어디까지이며, 그것에 대한 가치는 어떻게 매겨야 하는 것일까”


 이것에 대한 고민이 계속 된다 해도, 예술에 대한 정의가 다양한 만큼 무수히 많은 의견이 존재 할 것이다. 각각이 최우선으로 두는 기준과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인륜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지 않은 이상, 이 기준들은 존중 받아 마땅하다. 개인이 내리는 판단에 혹자가 왈가왈부 할 수 있는 범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무엇을 예술로 볼 것인가에 대해 자유롭다고 해도, 인간이 가지는 본성, 사회적으로 학습된 가치의 서열 등에 따라 다수가 공감하는 ‘좋은 작품’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다수가 말하는 ‘좋은 작품’이 꼭 나에게도 좋다고 보장되지는 않다는 점, 그리고 우리는 좋아할 자유가 있는 만큼 싫어할 자유 역시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 논제는 관련 업계 종사자가 아닌 이상 그리 중요하지 않은 문제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예술작품들과 가까이 살고,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컨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된 이 시대에, 창작으로 인한 결과물을 ‘예술’로서 취급 받고 싶다면 꼭 한번 생각해보길 바라는 논제이다. 뿐만 아니라 혹여나 ‘예술’이라는 탈을 뒤집어 쓰고 자행되지 말아야 할 일이 용인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사회적 자각과, 범람하는 예술품들 사이에서 ‘자신에게 맞는 가치’를 내포하고 있는 예술품을 고르는 안목 역시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매슬로우가 말했던 인간의 5대 욕구 중에서, 어쩌면 예술은 가장 높은 ‘자아실현의 욕구’를 제일 잘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가치, 존재 이유, 추구하는 이상, 삶의 흔적들을 각종 수단과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감하기 힘든 예술일지라 하더라도 무조건 적인 적대감으로 대하기는 어려우며, 가능한 열린 마음으로 감상하고 향유하려는 자세 역시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써의 덕목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주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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