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크타티, 축제일(Jour de fete)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6.0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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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타티, 축제일(Jour de fete), 1949.

1949년 베니스 영화제 국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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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밝은 음악이 흐르면서 한 마을의 축제를 준비하는 것에서 첫 장면이 시작된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축제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활기차 보이고 분주해 보였다. 그리고 한 할머니가 염소를 데리고 다니며 마을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마음속으로 얘기하며 전개된다. 이 장면은 영화가 끝날 때 까지 쭉 이어지는데, 매우 독특했다. 대부분 영화는 관객들이 스크린 속 인물들을 관찰하는 데, 이 작품은 영화 속에 인물들을 관찰하는 또 다른 인물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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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 영화의 감독이자 주인공인 자크 타티가 조금은 어리숙해 보이는 집배원 프랑수아로 나온다. 마치 찰리 채플린의 연기를 보듯이 과장되면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느리지만 열심히 집배원 일을 하는 그가 축제 때 ‘미국의 우체부’라는 영화를 보게 된다. 미국의 우체부들은 신기술과 새로운 운송기구를 통해서 누구보다도 빨리 편지와 소포를 배달하는데 힘쓰는 모습이 담겨진 영화였다. 그는 이 영화를 보고 미국의 집배원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자신의 낡은 자전거 하나를 들고 노력한다. 아마 이 당시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었고, 프랑스가 발전하는 미국에 대해 좋게 보지는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마디로 동네 북마냥 동네사람들의 웃음거리로 여겨지기도 한 프랑수아이지만 미국 우체부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 빨리 편지를 보내는 방법을 생각하고 연습해 마지막에는 동네 사람들이 모두 미국적인 우체부라 칭찬할 만큼 빨리 해내게 된다. 잘됐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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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으로 일하는 중인 프랑수아 


 이 영화는 프랑스 최초 컬러 영화로 여겨지는데 오늘 본 영화는 흑백이었다. 사실 당시에 톰슨이라는 회사에서 새로 만든 컬러 필름을 이 영화를 찍는데 사용하였으나 필름을 컬러로 바꾸는 과정에서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 제작자들도 포기해 컬러 영화로 상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크 타티 사후에야 그 필름을 다시 복원해서 컬러 영화로 탄생하게 되었다는 뒷 이야기도 있다. 정말 불행 중 다행으로 그 당시 카메라 감독이 컬러 영화를 찍는 것에 위험부담이 있다 여겨 같이 흑백 카메라로도 영화를 촬영했기에 이 영화가 지금까지 사랑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말 카메라감독님의 안목이 대단하셨던 것 같다. 영화 대사 중에 색색깔로 입은 여자들이 축제로 가는 모습을 보고 할머니가 너네도 분홍색 옷을 못입을 날이 올거야 가 있었는데 아마 이는 컬러 영화를 염두 해 두고 했던 대사로 느껴졌다. 깐느 영화제에서 자크 타티를 추모하는 의미로 몇 년 전에 컬러 영화를 상영하기도 했다는데, 나도 컬러 영화로 볼 수 있다면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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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에 상영된 흑백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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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에 복원된 칼라 영화


 이 영화의 내용을 깊게 들여다보면 전통을 계승했다는 점과 현대적인 것을 함께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유성영화인데 작품 뒤로 갈수록 대사가 줄어들고 제스처가 과장되어 마치 무성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전통적인 무성영화를 계승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무성영화 시대였던 채플린과 키튼을 존경한다는 의미로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사운드 면이 다른 영화보다 인상 깊다는 점에서는 현대적이었다. 소음이나 배경 음악 등이 귀에 콕콕 박혔고, 특히 타티의 자전거 방울 소리와 벌 떼 소리 등이 영화 속에서 중요한 장치가 되기도 해서 보는 내내 더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 이것이 현대적인 사운드를 표현하려고 했다는 것을 알고 더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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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배경이 생트 세베르 소도시인데, 이곳은 실제로 자크 타티가 제 2차 세계대전 시절에 피난 갔던 곳이라고 알려졌다. 그 때 그 도시 사람들이 타티를 따뜻하게 받아줘 그것에 감동을 받고, 그의 첫 장편영화인 <축제일>을 이 도시에 다시 와서 찍은 것이다. 정말 훈훈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속 이 도시가 정말 따뜻하게 다가왔다. 타티를 놀리는 것이 재밌어 짓궂게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지금 현대 도시에서는 정말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황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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