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편집 - 서 지 예 (ART insight 편집팀)

 

 

(미국 레퍼토리극장의 '스타그 왕' 공연 장면 / ⓒRichard Feldman)

 
'Amuse in Play' 의 첫번째 특별편입니다!

 

매일 희곡얘기만 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 이렇게 새로운 이야기들을 해보고 싶었어요. 처음으로 가져온 특별편의 주제는 "과연 누가 최초의 연출가였을까?" 입니다. 연극은 그리스 시대에 인간과 신, 즉 종교와도 밀접하게 관련 되어지면서 본격적인 시작을 했어요. 그렇다면, 그리스 시대에도 연출가가 있었을까요? 여러분들이 알고 계신 연출가의 정확한 역할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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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애용하는 N홈페이지의 지식백과에는 연출의 정의가 저렇게 나와있네요. 공연의 총체적인 효과를 창출하는 활동. 연출가는 그러한 효과들로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높이는 것에 힘쓰는 부분을 담당하죠. 그럼 그리스 기원전 시대에도 예술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활동하는 연극인들이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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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시대의 연극은 종교와 강한 상관관계가 있었어요.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제신들, 특히 그 중에서도 디오니소스를 경배하기 위한 축제를 가지곤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디오니소스 축제가 있는데, 이 축제는 아테네에서 매우 중요한 행사였어요. 이 축제가 거행되는 기간 동안은 모든 사회 활동들도 멈추었다고 해요.

 

다른 축제들과 마찬가지로 이 축제에서도 연극은 종교, 문화 행사로 상연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축제 연극 상연의 조직은 국가가 맡고 있었죠. 국가에서는 각 작품의 극작가들에게 오늘날 제작자와 같은 역할의 '코레구스'를 붙여주었어요. 기원전 5세기 부유층으로 형성되있는 코레구스는 공연에 관련된 일체의 비용을 책임졌습니다. 그리고 도시의 행정당국은 공연공간과, 작품시상, 그리고 공연 관계자들의 급여를 제공했어요. 또 작품을 총괄하는 가장 중요한 '코로디다스칼로스 (chorodidaskalos)'가 존재했습니다. 그들은 전문훈련사로 고용되어 극작가와 코러스들을 관리하며 공연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죠. 그리스 시대의 연극 공연에서 가장 연출가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역할이 '코로디다스칼로스' 라고 알려졌어요.

 

코로디다스칼로스와 비슷하게 로마시대에는 극단 경영주이자 연극 제작의 총괄 책임자인 '도미누스 (dominus)' 가 있었고, 16세기 스페인에는 종교극의 단장으로 공연의 세부사항까지 총괄했다는 '로페 데 루에다' 라는 인물도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최초의 연출가를 찾으면서 과거에 제작을 총괄했다는 개념과 현대 연출역할에 대한 우리 시대의 개념은 너무도 다르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돼요. 우리가 위에서 본 연출가의 역할은 예술적 가치와 더 밀접하게 닿아있는 사항들을 다루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등장인물들의 성격 분석과 배우의 연기 발전에 도움을 준다던가, 공연의 시각적 요소들을 창안해낸다던가 하는 것이죠.

 

지금까지 연출가의 역할과 비슷해보이는 것들을 말씀드렸지만, 사실 "앞의 세 가지는 최초의 연출가가 될 수 없다!" 가 결론입니다. 그들의 역할을 따져보자면 사실 무대 감독의 역할에 더 가까웠다고 할 수 있겠어요.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연극사 학자들이 최초의 연출가로 주장하는 인물은 누가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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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개릭은 배우 겸 극단장이였어요. 그는 18세기 영국 연극을 부흥시키는데 힘을 썼고, 그 결과로 전 유럽이 영국 연극에 경의를 표하게 만들었답니다. 그는 공연의 전 제작 과정을 감독했으므로 가끔 초창기 연출자로 묘사되어져요.  그는 '드루어리 레인 극장'의 경영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그는 그곳에서 연기 단체를 조직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성공한 극장 운영자이기도 했지만, 데이비드 개릭은 사실 18세기 영국 최고의 배우였어요. 그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작품들에서 다양한 배역을 맡아 연기했었습니다. 현대 배우들의 꿈의 역할인 리어, 맥베스, 리처드 3세, 그리고 햄릿까지 맡아 유명세를 이어갔다고 해요.

 

그를 최초 연출가로 주장하는 학자들의 근거는 그의 연출 전략에 있어요. 그가 배우로써 가졌던 자연스러운 연기 스타일을 바탕으로 하여 등장인물들의 연구는 물론이었고, 그는 엄격한 훈련주의자로 배우들의 규칙을 세우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벌칙까지 정했다고 하죠. 개릭의 리허설 기간은 18세기 다른 연극 작품들에 비해 월씬 더 길었고, 공연의 시각적인 요소들에도 관심을 쏟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개릭은 완벽하게 연극 예술인으로 연출가의 역할과 책임들을 해내었지만, 그가 최초 연출가라는 주장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이 있어요. 바로 우리들이 잘 알고있을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입니다.

 

 

 

 

괴테는 재능이 아주 많은 사람이었죠? 그는 연극 연출가로서의 활동도 했을 뿐 아니라 극작가, 비평가, 철학자이기도 했어요. 그는 변호사로 개업을 했던 와중에도 작품들을 꾸준히 창작했어요. 그러다 1775년 바이마르 왕실의 연극 연출자라는 직책을 받았죠. 하지만 그는 당국의 끊임없는 요구들에 싫증을 느끼고 이탈리아로 떠났었어요. 하지만 괴테의 친구인 극작가 '프리드리히 쉴러' 의 도움으로 다시 왕실 연극에 흥미를 되찾고 작품 창작에 몰두했어요.

 

괴테를 기억하게 하는 연출 혁신의 대부분은 그의 친구 쉴러와 함께 왕실 극장에서 활동하던 때에 모두 이루어졌어요. 그는 개릭과 똑같이 리허설의 규칙을 어기는 배우들에게 벌칙을 정해놓았고, 연기에 대한 규범 일체를 담은 '배우들을 위한 규칙' 이라는 책 또한 집필했답니다. 괴테는 그와 함께하는 배우들이 기능과 전문성을 습득하는 것을 바랬고, 그래서 일상생활에서의 품행과 더불어 무대에서의 움직임이나 목소리의 기교에 대한 내용들까지도 규칙에 포함시켰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배우들의 다양한 사투리 사용을 막고, 통일성을 가지게 하기 위해 무대용 독일어를 확립하는 일 또한 계속 추진했어요.

 

그 외에 괴테는 무대와 의상까지 감독하며 엄격한 연출가의 역할을 해냈어요. 데이비드 개릭 또한 연출가 역할의 일부를 해내었지만, 개릭은 배우를 겸하고 있었기 때문에 개릭보다는 작품에만 몰두했던 괴테가 더 최초의 연출가에 적합하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엔 최초의 연출가 논쟁에 빠질 수 없는 러시아 연출가 스타니슬랍스키입니다! 이전에 <벚꽃동산>을 소개하면서 잠깐 등장하셨던 분이죠?^^ 사실 연기자들의 훈련 시스템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스타니슬랍스키의 시스템이예요. 그는 무엇보다 실제와 같이 보이는 연기를 위해서는 고도로 인위적이고 어려운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발견했어요. 그리고 그에 따른 훈련법을 발전시켰죠. 체호프 작품에서도 볼 수 있었던 앙상블 연기나 이완, 내면의 진실 등이 스타니슬랍스키 연기술의 주요 개념들이랍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연기는, 일상생활에서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아주 간단한 것이라 할지라도 수천 명의 관객들이 지켜보는 무대에 올라 각광을 받으며 시작하려는 순간 경직된 움직임으로 변하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을 뜯어 고쳐, 걷는 법에서부터 앉는 법, 그리고 눕는 동작까지 다시 훈련해야 한다. 무대 위에서 듣고, 귀 기울이고, 보고, 시선을 주고 받는 연기를 하기 위해 스스로를 재교육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 스타니슬랍스키 책 中 <배우의요건>

 

그는 위와같이 현대 배우들도 사용하고 받아들이는 훈련법을 발전시키고, 시각적 요소와 연기에 집중했던 연출가였어요. 그리고 체호프 유명작품들의 연출을 맡으면서 여러 작품을 성공시켰지만 아쉽게도 스타니슬랍스키 또한 최초의 연출가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그가 현대 연출가의 개념에 제일 잘 부합되는 '최초의 연출가' 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일부있지만, 그는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배우를 겸했었기 때문에 개릭과 같은 이유로 논쟁에서 뒤쳐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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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열심히 읽었는데......개허탈)

 헤헿 아마 오늘 특별편을 읽으시면서 "뭐야! 이 정도했으면 최초 연출가는 이 사람이지!" 하는 인물이 있으셨나요? 사실 '누가 최초의 연출가인가' 에 대한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랍니다. 연출가의 기능에 대한 현재 정의에 의해서 요즘은 한층 더 복잡해졌다죠. '연출가는 공연의 저자인가, 아니면 조정 역할을 하는 사람인가' 에 따라 누가 최초의 연출가가 될 지 정해지겠지만, 아직은 모호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연출가의 기능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누가 최초의 연출가일까" 논쟁은 끝나지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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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서 <눈뜨는 봄 - 프랑크 베데킨트 作> 을 소개하겠습니다!

 

글, 편집 - 서 지 예 (ART insight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