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통속적인 이야기, 그러나 우리들의 인생 "꽃순이를 아시나요?"

글 입력 2015.05.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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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려나, 하는 평일 저녁에 뮤지컬 <꽃순이를 아시나요?>를 보러 오랜만에 엄마와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혼자 이동할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엄마와 공연을 보러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어릴 때가 아닌.
"너 어릴 때, 되게 낮은 좌석에 앉아서 어린이 뮤지컬 봤었는데."
단 한 장면만 기억에 남아있다. 파란색 옷을 입은 공주탈을 쓴 배우의 모습과 (지금 생각 해 보면 쓸데없이 난잡했던) 조명.
그런, 짧은 기억을 안고 정동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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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호와 꽃순이의 20대부터 70대까지, 일생을 담은 뮤지컬이다.
춘호와 순이는  서로에게 첫사랑이다. 
서울로 먼저 상경하여 고된 식모살이를 하던 순이. 시간이 흘러 서울로 오게 된 춘호.
그러나 전쟁으로 꽃순이와 춘호는 헤어지게 되고, 전쟁이 끝난 후 둘이 우연으로 다시 마주친다.
가난했지만 사랑했다. 춘호와 순이는 소박하게 살림을 차리고, 춘호는 자신만만하게 소위 '인생 한 방'을 꿈꾼다.
그러나 그는 감옥에 가게 되고, 순이는 눈물로 다른 사람과 결혼하게 된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춘호와 순이는 다시 만나게 된다.
갑작스럽게 돌아간 순이의 아버지에게 가느라 곧 다시 헤어졌지만, 또다시 시간이 흐른후 둘은 다시 만나게 된다.


 돌아보니 그들은각자의 인생을 살면서, 어느 귀퉁이를 돌면 항상 다시 만났다.
서울로 떠났지만 춘호가 대학을 가게 되며 서울에서의 재회, 
사업이 번창하며 인생이 잘 풀리는 듯 보였던 춘호와 남편을 잃고 아이들을 키우며 국밥집을 운영하던 순이.
그러나 대부분의 것들을 잃고 초라해진 춘호와 아들이 일하는 곳에서 마주한 순이.


이제 좀 편안해지려는가 싶었으나 그녀의 인생은 망각이라는 손님이 찾아온다.
그리고 쓸쓸 해 보이는 순간에, "이제 내가 너를 지켜줄게" 라며 어렸을 적, 그녀가 시집가기를 소망했던 춘호가 찾아온다.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가"


"내 이름은 소녀"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합니다.."



우리가 오늘, 살아가면서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일까.
내 옆에서 드라마를 보듯 공연을 관람하시던 우리 엄마도 한때는 소녀였다.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합니다... .. 그래서일까? 순이의 발 밑이 쓸쓸하고 춘호의 낯빛이 후회처럼 보였다.
그래도 그들, 함께 했으니 남은 삶이 행복하리라 믿는다.
극이 끝나도,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하지 못하여도

인생의 어느 귀퉁이를 돌 때마다 우연처럼 만났던 사람.
한 때 함께 하고 싶었던 사람.
불안했던, 격동의 시대, 그러나 인생 한 구석에 어딘가에 꼭 반드시 존재했던 사람.


(춘호 역의 김필 씨와 순이 역의 도원경 씨.두 분이 나이차이가 꽤 있으셔서 소위 말하는 '케미'가 느껴지지는 않았다.그러나 무대 위의 장악력만큼은 대단했다. 노련미가 느껴졌다.
조연 배우들은 감초 역할을 잘해내셨고 덕분에 웃음과 진지함을 넘나들며 집중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악기를 다루실 줄 아는 분들이셔서 놀랐다. 극에서 직접 첼로를 연주하시며 연기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순이와 춘호의 사랑이야기로만 보기에는 인생에 대해, 시대에 대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것을 담아냈다.
익숙한 노래들로 708090세대의 공감을 일으켰고, 덕분에 우리 엄마도 익숙하게 볼 수 있었다고 하셨다.
옆 좌석에 앉으신, 우리 엄마보다 10세 정도 더 많아보이시는 분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셨다.
극 내용 자체만으로 봤을 때는 통속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통속적인 것, 그래서 우리네 인생이라고 느낄 수 있겠다.어딘가에, 누군가의 인생을 그린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까.


"내 이름은 소녀"

"꽃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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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은 문화예술 정보전달 플랫폼 ART insight와 함께 합니다.
[남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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