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디어에서의 여성과 가족의 재현 [문화전반]

글 입력 2015.05.1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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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우리는 가족이라는 말을 참 많이 쓴다. 모든 사람은 가족에 의해 만들어지고 가족에 속해있다. 생김새부터 좋아하는 음식, 직장, 잠자는 모습까지 우리의 정서와 육체는 유전적이든 습관적으로든 가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도대체 가족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사전적 정의로 가족은 결혼과 혈연, 입양 등으로 맺어진 사람들의 집합체를 뜻한다. 물리적인 주거와 생활을 함께한다는 의미 외에도 가족은 정서적 친밀감을 갖는 공동체로 해석될 수 있다. 가족이라는 집단은 경제적 협력과 성별 분업, 합법적 성관계를 넘어서 정서적 지지나 애정관계 유지 등 심리적으로도 다양한 기능을 갖는다. 따라서 함께 방을 쓰는 기숙사 룸메이트나 회사 숙소를 공유하는 직장 동료라고 가족이 될 수는 없다. 가족은 단순히 주거와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가구와는 구별된다. 

어려서부터 학교에 입학하고 직장을 다닐 때 까지, 그리고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서도 우리는 한 가족의 구성원이다. 즉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 까지 한 개인은 가족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다. 그러기에 가족은 사회변화와 무관할 수 없고 끊임없이 사회와 교류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군가 사회적으로 잘못을 저지르면 ‘가정교육 잘 못 받았네’ 혹은 ‘부모를 닮아서 저 모양이지!’라며 가족에게 책임을 돌린다.

이러한 표현은 특별한 기준을 가진 가족 내에서 자라야 사회가 원하는 개인이 탄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상적인 가족이란 무엇일까? 어떠한 가족상이 올바른 사회적 인간을 기르는 것일까? 혹은 올바른 개인의 이상을 실현시키는 이상적 가족이 따로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그렇다면 비이성적인 형태의 가족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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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를 ‘가족 이데올로기’라고 부른다. 이데올로기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믿고 생각하는 사회의 사치체계, 혹은 사고의 일관된 체계를 의미한다. 가족 이데올로기란 가족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신념과 믿음의 종합적 사고 체계이다. 어떤 사회이던지 이상적인 가족상은 존재한다. 각 사회마다 문화적, 역사적으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역이나 시기, 계층, 연령별로 다른 이상적 가족관이 존재할 수 있다. 비록 다양한 가족 관념이 존재하고 있지만 현재 보편적인 한국 사회의 가족 이데올로기는 이성애 부부와 아이들로 이루어진 핵가족을 이상적인 가족으로 전제하며 그 외의 가족은 비정상적인 가족으로 정의하고 배제한다. 이전에는 그렇다면 어떠한 가족의 모습이 이상적이라고 여겨졌을까? 시간이 흐르면서 가족, 특히 여성에 대한 이미지와 가치관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미디어가 보여주는 이상적 여성상과 가족상을 연대별로 나누어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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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텔레비전은 1950년대 후반부터 도입되기 시작했으나 그 사용은 보편적이지 못했다. 이후 TV가 가정에 보급되었지만 90년대까지 여성에 대한 이상적인 이미지는 가부장적 통념에 부합하는 전통적인 이미지로 유지된다. 여주인공과 경쟁관계에 있는 여성은 강하고 주체적이며 자신의 목표의식이 뚜렷하다는 특성을 지닌다. 전통적 가치와 근대적 가치라는 갈등을 축으로 묘사되는 여성들 간의 경쟁적 관계 설정은 후자의 여성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며 가부장적인 여성관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결국 근대적 가치를 가진 유형의 여성은 남자 주인공에 의해 거부되고 배제된다. 남성의 선택에 의해 배제되는 여성은 적극적인 주체가 될 수 없고 수동적인 역할만을 수행할 뿐이다. 이러한 서사 전략은 남성을 위해 헌신하는 여성에 대한 선호와 드라마틱한 미화를 통해 낭만적 사랑으로 왜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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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에 이르러서도 크게 변한 것은 없다. 여전히 남자들이 선택의 주체이며 그 대상은 바로 여자이다. 하지만 조금 변주된 형태로 진행된다. 여성은 남성보다 어려운 경제적 위치를 갖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간다. 물질적 욕심도, 사랑에 대한 욕망도 없고 자신에게 불이익이 될지라도 남의 어려움만 보면 앞뒤 가리지 않고 나서서 도와줄 정도로 정의로운, 어떻게 보면 바보 같기도 한 캐릭터로 묘사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드라마의 스토리처럼 여성은 강하게 반대하는 남성의 부모와 질투하는 여성에 의해 시련을 겪는다는 뻔한 전개가 많았다. 그리고 결국 여성은 독립된 주체로 성장하기 보다는 구원자인 남성의 선택을 통해 결혼을 하고 그 가정의 일원으로 편입되는 등 가주장적 질서에 통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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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흥미롭게도 2000년대에 이르러 여성상에 큰 변화가 생긴다. 30대 전문직 미혼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가 하나의 장르로 구축되고 골드미스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게된 것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가부장적이고 수동적인 여성 이미지에서 벗어나 과감한 행동과 말투, 숨김없이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등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또 (여)연상(남)연하 커플 이라는 새로운 연애 방식이 유행하면서 기존의 가부장적 연령주의가 도전을 받게 된다. 이외에도 1990년대까지 보편적 미디어에서 배제되어왔던 이혼, 사별, 미혼모 등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비록 주인공은 아니고 대부분 부정적으로 묘사되었지만 보수적으로 일관되게 유지되던 가족 이데올로기가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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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점에서는 슈퍼우먼 신드롬과 전문직 여성의 과잉 재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슈퍼우먼이란 가정에 충실한 전통적인 여성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는 동시에 공적인 삶에서 남성 못지않게 일을 잘하는 다재다능한 여성을 이야기한다. 겉으로 보았을 때는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듯 보이나 사실은 전통적인 여성의식도 고수하는 입장이다. 여성은 가부장제에서 여성의 본분으로 규정되는 육아, 가정 살림 등과 자신의 사회적 일까지 완벽하게 수행해야한다. 이는 실현 불가능한 환상이자 여성을 이중으로 억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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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대한 이미지는 보통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지고 굳혀진다. TV, 신문, 인터넷 같이 우리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미디어는 셀 수 없이 많은 정보를 매일매일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가족’은 비슷한 패턴과 이미지로 묘사되며 ‘이상적 가족은 이성애 부부 핵가족’이라는 인식이 고정적이다. 물론 현대 사회에 이르러 다양한 개인의 가치관을 존중하기 시작하면서 1인 가족, 비혼모, 한부모 가족 등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모습의 가족도 미디어를 통해 접할 수 있게 됐다. 여성은 점차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또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남성이 가사에 참여하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차원적으로 남성이 ‘시도’하는 데에 그치고, 다시 엄마가 가정에 돌아와 육아와 집안일을 도맡아하는 과정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아직까지도 여성에게는 가부장적 가족 이데올로기가 요구되고 있다. 새로운 가치관의 등장으로 인한 갈등의 해결은 근본적인 대가족 구조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변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결국 개성을 부정함으로써 해결되는 것이다.
[하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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