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서울국제음악제]소피아 구바이둘리나,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그녀만의 '음악'

글 입력 2014.05.2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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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 월요일 저녁,
제가 마지막으로 본 서울국제음악제 공연!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음악을 만나고 왔습니다! 
 

 
소피아 구바이둘리나 공연에서 만난 곡은
 
 
바리톤과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칸타타 < 루바이야트> - 바리톤 정록기
 
피아노와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인트로이투스> - 피아노 최희연
 
두대의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두 개의 길> - 첼로 율리우스 베르거/첼로 성현정
 
 
페터 히르쉬의 지휘와 서울바로크합주단과 함께한 
 
세 곡이었습니다.
 
 
현대음악이라고 해서
불편하지만 새로운 음악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공연에 갔어요.

사실 저는 현대음악과 고전주의 음악이라고 나누고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기에 
 
 
 현대음악이 불편한 음악일까? 
하는 질문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현대음악은 기존의 클래식 음악의 특성을 벗어나는 음악을 말한다고 생각해요.
노다메 칸타빌레며 스윙걸즈 같은 드라마, 영화로 만났던 재즈!
<랩소디 인 블루>나 은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만큼 대중적인 곡이 되었죠!
 
 
또 가요에 자주 쓰이는 전자음악, 샘플링은 
우리에게 친숙한 현대음악이라면
 
 

 
 
아무 연주도 없이
관객들의 말소리, 부스럭 거리는 소리 등으로 만들어진
존 케이지의 <4분 33초>처럼
관객의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현대음악도 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제게도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음악은
쉽게 이해하며 들을 수 있는 음악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가수, 에픽하이의 타블로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No Genre, Just Music"
 
 
에픽하이가 자신을 단순한 힙합그룹이라 말하지 않고
단지 음악을 할 뿐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음악도
단순한 현대음악이 아니라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를 풀 때는
흔히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의도는 무엇이었을지를 생각하며
첫 곡 
바리톤과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칸타타 < 루바이야트>를 들었습니다.
 
 
<루바이야트>는 
11세기 페르시아 지성 오마르 하이얌의 시집을 뜻한다고 합니다.
 
 
바리톤 정록의 목소리로 듣게 된 그 시는
운명을 그저 받아들이고 
세상을 허무하고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나타납니다.
 
 
세상에 착한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슬픔만이 가득한데
그저 이 운명을 받아들이라는 그 말들이 뇌리에 남았습니다.
 
 
그런 날이 있습니다
내가 너무나 쓸모 없는 존재인 것 같은 날
다른 사람들은 너무나 잘 사는 것 같은데 
저만 혼자 바닥으로 무너지는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착하게 사는 것이 좋다고 들었지만
나쁘게 사는 사람들이 잘 사는 경우가 많아서 답답한 날도 있고
 
 
아무리 노력하고 애써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이미 정해진 운명에 따라 사는 것은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날이 있습니다.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곡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던 제가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이 곡이 불편했다면
누구나 꽁꽁 숨기고 싶었던 가장 약한 모습, 가장 슬픈 모습을
담고 있어서가 아닐까요?
 
 
세 곡을 들으면서 
소피아 구바이둘리나만의 100% 주관적으로 제가 발견한 특징이 있습니다.
 
 
 
 
먼저, 타악기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흔히 타악기라고 하면 효과음이나 기본 박자를 이끄는 역할을 하곤 하지만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음악에서는
타악기가 현악기나 관악기만큼이나 존재감 있고
다양한 타악기 소리로 음악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공포영화의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는 무서운 장면에 나올 법한
무서운 소리는 
타악기와 그리고 피아노 줄을 손으로 연주하면서 났습니다.
 
 
타악기를 하고 있는 언니가 
 
"타악기는 그 자체가 연주에서 각자 솔로가 된다"고  말해줬는데
 
 
소피아 구바이둘리나는 이렇게 다양한 타악기들을
곡의 감초 같은 솔로가 아니라
곡의 기둥이 되는 솔로로 만들어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세계 초연이었던 <두 개의 길>에서는 
징 같이 생긴 악기가 있었어요!
 
왠지 모르게 반갑기도 했고
소리도 역시 은은하게 울려 퍼지면서 곡이 마무리 되어서
첼로의 깊은 울림이 있는 곡에
은은한 시작과 마무리가 좋았던 것 같아요!
 
 
 

 
또 다른 특징은 비틀기를 좋아한다는 점이었어요!
특히 이건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가 그랬는데
제가 흔히 생각하는 곡의 예상과는 달리
음이 살짝 살짝 비틀어진 느낌이었어요.
 
 
그것 때문에 더 익숙하진 않았지만
점점 듣다보니
이게 소피아 구바이둘리나만의 스타일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곡이 어떻게 진행될 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 음을 쓰겠구나 맞춰볼 수 있어서 또 흥미로웠습니다.
 
 

 
바이올린과 첼로 연주자분들이
정말 심혈을 기울여서 연주해주는 게 느껴졌어요!
특히 첼로 연주자 중에 하나셨던 율리우스 베르거는 얼굴이 잔뜩 붉어지셔서 기억에 남아요!
 
 
또다른 협연이었던 피아노 연주자 분까지!
그 분들이 없는 음악은 생각할 수 없지만
 
 
그 뒤에 관객석에서 함께 있었던
소피아 구바이둘리나가 없었다면
이런 곡도 
곡을 들으면서 났던 들었던 이런 저런 생각도 없었을 거에요.
 
 
 

 
 
여전히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음악이 "이런 것이다",
하고 말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말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음악은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음악인 것은 확실합니다.
 
 
무엇이다 정의하기보다는
곡 안에 들어있는 수많은 크고 작은 생각들을
함께 제 관점대로 바라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곡까지 끝나고 
강단 있는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오신
소피아 구바이둘리나를 만났습니다.
 
 
여전히 제가 처음 생각했던 이미지처럼
자신만의 아름다움이 
분위기에서도 음악에서도 배어나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개성과 창의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요즘,
사실 개성과 창의성이라고 해서 
남들이 전혀 가지 않았던 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들이 하나하나 모이면
그게 곧 저만의 것이 될테니까요.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음악은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편하게 받아들이고 
늘 고민하는 문제가 담겨있는, 
 
스스로에게는 특별하지 않지만
남들에게는 특별하게 느껴지는 음악입니다.
 
 
5월도 이제 막바지네요!
모두들 바쁜 일상에서 자신의 의미를 잃어버리셨다면
스스로를 한번 챙기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요!
[장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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