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심장을 쏴라 [문학]

글 입력 2015.01.30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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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개봉한 영화 <네 심장을 쏴라>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정신병원에 갇힌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흥미진진하면서도 어느 순간 묵직한 감동이 전해진다.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내 심장을 쏴라의 주인공 수명은 세상이 두려워 도망쳐버린, 그래서 자신의 세상 안에 갇혀 지내는 폐쇄적 인간이다.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본의 아닌 사고를 일으킨 탓에 이번에 가면, 죽기 전엔 못 나온다는 아버지의 선고와 함께 수리 희망병원에 강제 입원하게 된다. 그리고 인연인지 악연인지 같은 날 입원하게 된 승민에게 휩쓸리게되면서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파란만장한 나날을 겪게 된다.

스물다섯 동갑내기인 수명과 승민. 하지만 그들은 극과 극이었다. 안으로 도망치고만 싶은 수명이 밖으로 나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승민과 얽히면서 수명은 세상을 향한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게 된다.

 

소설의 시작과 영화의 마지막에는 같은 문장이 보인다.

 

분투하는 청춘들에게 바친다.

 

분투하는 청춘들의 현실은 다음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꿈은 그렇다 치고, ‘열정적으로 노력하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오늘날의 언중은 이 말을 미치다라는 새로운 말로 번역했다. 여기서 미친다는 것은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된다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광기에도 목적지가 필요하다.

 

<컴퓨터 의사 안철수 네 꿈에 미쳐라>, <스무 살 청춘 A+보다 꿈에 미쳐라>, <1년만 미쳐라>,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서른 살 꿈에 미쳐라>, <30대 다시 공부에 미쳐라>, <차가운 열정으로 우아하게 미쳐라>, <20, 자기 계발에 미쳐라>, <어려울수록 기본에 미쳐라>, <부자가 되려면 채권에 미쳐라>…….

-한윤형 외,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p.32 광기의 재발견

 

 

오늘날 청춘은 미치는 것에도 목적지가 필요하다. 그 목적지는 단 하나, 취업이다. 취업을 하는 것이 곧 꿈이고, 열정이고, 자기 계발이며 그를 위해 우리는 미쳐야 한다. 우리는 매일 아, 진짜 미쳐버리겠다, 고 말하며 하루하루가 숨 막힐 때도 있다. 지극히 정상적인 삶을 누리기 위해 미치는 것 까지 강요당하는 청춘들의 현실에서는 때로 수리희망병원(<내 심장을 쏴라>의 배경인 정신병원)의 공기와 같은 냄새가 난다.

 

정유정 작가는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이 소설을 시작했다고 한다. 소설 속에서 류승민은 병원을 탈출하여 그가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한다. 이수명은 류승민과의 만남을 통해 줄곧 회피해왔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숨어서 피하기만 했던 것을 벗어나 자신의 인생을 상대하기 위해 나선다.

 

우리 사회의 청춘들에게도 같은 질문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날들을 현실에 내몰려 미쳐가며살아가는 지금,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숨거나 도망친다면 언젠가 수명이처럼 갇혀버릴 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을 온전히 지켜내기 위해서는 숨거나 도망쳐서는 안 된다. 현실이 아무리 독해도, 한나절만에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수리희망병원의 약물처럼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어도, 결코 도망치거나 미쳐서는 안 된다. 내몰리고 휩쓸려 침몰하는 나의 삶, 그 앞에 서서 세상을 바로 바라보아야 한다. 온전한 나의 시간, 나의 삶을 위해서, 내가 나인채로 존재하기 위해서 말이다.

 

 

 

[유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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