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멈춰버린 시간을 돌리다,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展’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1.1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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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큰 포스터.jpg


전시기간 : 2014.12.9.(화) ~ 2015.4.5.(일)
관람시간 : 화,목,금 9:00 – 18:00
                수,토 9:00 – 21:00
                일,공휴일 9:00 – 19:00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전시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137)
티켓가격 : 성인(만 24세 이상) 13000원
                 대학생, 청소년 11000원
                 초등학생 8000원
                 유아 5000원
               65세 이상 6000원
문의전화 : 1661-5449
티켓예매 : 인터파크 *현장 티켓 구매도 가능합니다

※ 할인 정보 : 예술인패스 2000원 할인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오후 5시 이후 한정 입장가 50%할인






폼페이, 누구든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화산에 뒤덮여 끔찍하게 죽어간 비운의 도시. 
그 멈춰버린 시간을 보러 국립중앙박물관에 갔다.




기원전 80년에 로마제국으로 흡수된 폼페이는 도시 곳곳이 재정비되어 신전과 공공건물, 대저택이 건설되었다. 로마의 혁신적인 도시개발조성계획으로 폼페이는 발전해갔다. 그들은 로마로부터 문화와 예술뿐만 아니라 생활상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로마인들의 생활은 당시 굉장히 쾌락적이고 퇴폐적이었다. 로마 제국에 흡수된 폼페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흥을 즐겼던 만큼, 문화예술에서는 굉장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하지만 유희적인 분위기는 여러 면에서 양면성을 띠었다.


기원전 70년, 2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경기장이 지어져 폼페이 사람들은 그곳에서 검투사 경기를 관람했다. 마치 로마의 콜로세움처럼. 주로 돈 많은 귀족들이 개최를 했는데, 검투사가 죽으면 그 돈을 지불하고 다시 다른 검투사를 투입해야 하므로 돈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기는 축제 때 볼거리의 목적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지역 사람들의 인심을 얻기 위해서 개최되기도 했다. 하지만 원형경기장에서 검투사의 대결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귀족이나 부자들이 살던 대저택의 정원 연못 주변에는 동물 조각상이 있는데, 여기에 맹수가 사냥감을 잡고 있는 동물 조각상들이 있다. 심지어 그 시대에서는 보기 힘든 아프리카의 사자도 있다. 즉, 원형경기장의 메인 경기는 검투사 경기이지만, 다른 유희거리로 동물끼리의 대결도 시켰다는 것이다. 그 대결을 위해 아프리카의 사자처럼 세계 여러 동물들을 수집했다고 한다. 인간이란 참으로 잔인하지 않은가. 타인이 피 흘리며 아파하는 모습에 쾌락을 느끼는 잔인성을 여기서 볼 수 있었다. 투우 경기와 소싸움, 투견장이 여전히 존재하고 인터넷에서 사람들의 마녀사냥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면 지금이 나아졌다고 하기는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먹이 잡은 사자조각상.jpg
악어를 사냥하는 사자



1.청동투구.jpg
투구



폼페이 사람들은 또 다른 문화생활로서 연극을 즐겼다. 대극장에서 가면을 쓴 배우들이 연극을 했는데, 배우들이 무척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영향을 받아 그리스 작품을 번역하여 연극으로 만들고, 로마의 영웅을 소재로 한 연극도 선보였다. 이 때 가면을 쓰고 연극을 하였는데, 여기에 쓰인 가면은 폼페이의 부유한 집안의 정원 벽화에서도 볼 수 있다. 벽화는 정원 뿐만 아니라 응접실, 목욕탕 등 폼페이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를 ‘프레스코(Fresco)'라고 부른다. 덜 마른 회반죽 바탕에 물에 갠 안료로 채색하는 벽화 기법으로서 그림물감이 표면으로 배어들어 벽의 일부가 되기 때문에 수명이 길어 기념 건조물의 벽화를 그리기에 가장 적합하다. 그림의 수정이 불가능하고 색의 농담을 이용한 효과도 낼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인데, 정원에 그려진 벽화를 보면 이러한 단점이 무색할 만큼 색감과 기술이 화려한 프레스코를 볼 수 있다.



5.수탉과_과일이_있는_정물화.jpg

닭 정물화



귀족이나 부자들이 살던 폼페이의 대저택에는 화려한 벽화와 조각품들이 가득했다. 특히 ‘황금팔찌의 집(House of the Golden Bracelet)'에 있었던 ’정원이 그려진 벽화‘는 당연 이번 전시회의 메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림에는 푸른 정원에 나이팅게일, 비둘기 등의 새들과 사람의 얼굴이 조각된 기둥 등이 그려져 있어 실제 정원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프레스코 기법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색깔의 배치, 농도, 섬세한 붓터치가 잘 살아있어 감탄사를 자아낸다. 현대에 그린 작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황금팔찌의 집‘은 삽화 같은 색깔을 자랑한다. 당시 폼페이는 수도시설이 잘 정비된 덕에 집 안까지 물을 끌어올 수 있었다. 그래서 부유한 귀족일수록 화려한 정원을 소유했고, 그러한 정원의 모습을 실내에서도 보고싶어 응접실같은 곳에 정원 벽화를 그려놓았던 것이다.




정원이 그려진 벽화.jpg

'황금 팔찌의 집'의 '정원이 그려진 벽화'



하지만 정원의 모습처럼 아름다운 모습만 벽화로 남기지는 않았다. 앞서 말했듯, 당시 로마 사회상은 퇴폐적이었다. 개인 주택은 물론 공공장소에도 서슴없이 외설적인 벽화들이 난무했고, 심지어 공중목욕탕에는 칸마다 남녀가 성관계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고대 로마시대에는 매춘이 금지된 행위가 아니었으며, 남근이 악마의 눈에 맞서는 행운의 상징물로 여겨져 이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많았다. 전시회 내에 폼페이 사람들의 성 문화를 다룬 섹션이 있을 정도였다. 참고로 15세 미만의 학생은 동반자가 있어야 하므로 질풍노도의 학생이라면 엄한 길로 새지 않게 조심하자. 커플도 서로 민망할 수 있으나 보고싶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사회상은 종교와 농업과도 관련이 있다. 로마는 그리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그 중 신화가 가장 파급력이 컸다. 그래서 주피터, 비너스 등의 신들을 섬겼다. 조각상이나 장식물에도 굉장히 많은 신화의 상징들을 볼 수 있다. 그 중 폼페이는 포도 경작지로 유명한 만큼 와인이 발달하여 주신(酒神) ‘바카스(Bacchus)'를 섬겼다. 주신을 기리는 만큼 바카스 축제 때 사람들은 음주가무를 즐겼고, 흥에 못이긴 사람들로 인해 축제는 매우 문란했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로마의 다른 도시에서는 바카스 축제를 폐지시켰으나, 무슨 이유인지 폼페이에서는 바카스 축제를 계속했다고 한다. 이러한 음주 문화가 당시의 사회 분위기 조성에 일조를 했을 것이다.



바커스 청동상.jpg

바커스 동상



하지만 이러한 쾌락주의도 오래가지 못했다. 79년 8월 24일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해버린 것이다. 무려 여섯 차례에 거친 화쇄난류로 인해 도시는 완전히 멸망해 버렸다. 순식간에 타죽어 버린 사람들은 ‘캐스트(죽은 사람들로 인해 빈 공간에 석고를 부어 형태를 본딴 것)’ 로나마 볼 수 있을 뿐이다. 사자 장식이 붙은 대리석 탁자와 여신 조각상, 하다못해 유골 항아리까지 아름다운 폼페이의 화려한 유물과 폼페이의 허무한 죽음이 더욱 암울한 대비를 이뤘다. 



9.웅크린남자_캐스트.jpg

웅크리고 있는 남자의 캐스트



폼페이 화산폭발과정


폼페이는 그야말로 로마의 사치와 향락의 시기를 멈춰 놓은 것만 같았다.
폼페이가 멸망한 이유가 타락한 사회상 때문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문란했고 유희만을 탐닉했으며 도덕 수준이 매우 저조했다.
이러한 폼페이에서 모두가 감탄하는 아름다운 예술작품들이 등장한 것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문화예술 뿐만 아니라 공예, 과학, 무역까지 그만큼의 발전이 있었다는 것은 현대인의 시각으로 봐도 경이로운 일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들의 덧없는 죽음 속에 함께 갇혀 있었던 작품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 문득 궁금해하며 발길을 돌렸다. 





폼페이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고 싶은 독자를 위해 참고할만한 사이트를 첨부한다
EBS 다큐프라임 위대한 로마, 제국의 도시 폼페이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 사이트


[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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