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우주라는 광막한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의 중력 〈 인터스텔라 〉

글 입력 2015.01.05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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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우주라는 광막한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중력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2014)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Christopher Nolan

출연: 매튜 맥커너히, 앤 해서웨이 등

SF/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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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어린 머피와 쿠퍼〉



인터스텔라의 배경은 먼 미래로, 영화 안에서 자연은 더 이상 인간의 편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황사가 극심해지면서 다양한 생명의 원천이었던 지구에서는 동식물의 멸종이 줄줄이 이어진다. 이제는 결코 인간이 설명할 수 없고, 해결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힘은 전인류에게 식량 부족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가져다 준다. 하지만 이는 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잘못에 대한 대가이기에,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다.


어떻게 손 써볼 수 없는 자연 앞에서, 인간의 진보를 위한 학문은 현재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식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들이 농사꾼이 되는 것이 인류를 위한 일이다. 인간을 진보의 길로 이끌어준다고 믿었던 과학기술이 오히려 인간을 퇴보의 결과로 이끈 것이다. 지구의 바깥에 존재하는 행성의 존재, 우주라는 공간은 인간의 삶과 전혀 다른 범주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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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블랙홀의 모습〉



머피의 담임선생님은 첫 인간의 달 착륙이 조작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쿠퍼에게 우리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지구라고 단언한다. 그것이 조작이건, 사실이건 간에 지금 지구 바깥 세계는 이제 인간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모습은 프랑크푸르트 학파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가 말한 《계몽의 변증법》과 같은 맥락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영화 안에서 눈앞의 현실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도구적 이성으로 전락해버린 이성의 힘이 결국 인간 개개인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가져다 준다는 주장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하다. 하지만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을 걱정해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세계를 도구적 이성에 따른 태도로 대하고 있다. 오로지 유용성만을 따지는 사람들에게 우주는 미신에 가까운 말로 전락해버린다.


그렇다면 인간을 주인으로 세운다는 계몽이, ‘이성의 힘이 결국 인간에게 참혹한 결과를 안겨준 것이라고 결론지어야 하는 것일까?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이성의 힘은 오로지 악의 결과로 인간을 이끌어간 것일까? 산업혁명과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인간은 이성중심의 세계관에 대한 반성은 지금도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 세계에 인간을 행복으로 이끄는 길에 대한 확답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확실한 것은 우리는 여전히 답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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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브랜드〉



오늘내일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삶 속에서 쿠퍼는 도구적 이성에 잠식되지 않은 사람이다. 또한NASA는 극비 사항으로 인류의 새로운 터전을 찾을 계획을 연구를 진행해왔다. 쿠퍼와 같이 아직 새로운 희망으로 도약하려는 탐험가가 존재한다. 브랜드 교수의 딸 물리학자 브랜드, 아버지를 닮아 연구원으로 큰 쿠퍼의 딸 머피 또한 탐험가이자 인류의 새로운 길을 여는 선구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인류의 새로운 앞날을 위해 다른 은하계로 떠날 결심을 한 이들을 보면, ‘이성의 힘에 대해서 아직 절망하기는 이른 것이 아닐까? 이러한 인터스텔라〉 속 인물들은 하버마스가 주장했듯, 아직 인간을 주인으로 삼았던 계몽의 길은 미완성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물론 영화에서도 이성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그 점이 특히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쿠퍼도, 그의 딸 머피도 끊임없이 의심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면서도, 자신이 내린 계산조차 다시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의 반대편에 있다고 생각한 감정의 힘을 따르고, 우연의 힘을 통해 답에 한 발 가까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때때로 감정을 따를 수 있는 것도, ‘이성을 의심할 수 있는 이성의 힘 때문이 아닐까? 결국 쿠퍼와 머피, 브랜드는 현재의 지구에 사는 사람들을 모두 구할 수 있는 플랜A와 새로운 인류를 개척하는 플랜B를 모두 성공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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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떠나기 위해 머피를 설득하는 쿠퍼〉



특히 인류를 새로운 희망의 길로 이끈 것은 사랑의 힘, 바로 시공간을 초월해 아버지와 딸을 이어주는 사랑이라는 중력이다. 에드먼즈를 사랑하는 브랜드의 마음이 처음부터 브랜드를 에드먼즈가 있는 행성으로 이끌었다. 뿐만 아니라, 5차원 세계의 방식을 전해주기 위한, 쿠퍼가 머피에게 보낸 신호가 머피에게 전해져, 머피는 그 신호로부터 해답을 찾는다. 그 신호는 딸을 지키겠다는 간절한 마음, 딸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곁을 떠난 쿠퍼의 결정은, 가족을 외면하고 더 큰 인류를 택한 것이 아니다. 가족을 지키겠다는 마음이 인류를 지킬 수 있는 일로 확장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한 지점은 바로 인터스텔라〉가 인간을 위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 인간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이 새로운 계산을 도출해내고, 우주의 광활한 공간을 가로질러 아버지와 딸을 이어준다. 이는 이성감정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방식을 완전히 뒤집어 버린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과학이, 사랑의 영역까지 뻗쳤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가 도출한 인류의 희망은, 이성과 감정 사이를 오고 가는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임슬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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