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 매체의 역할과 기능 [공연 잡지는 어디로 가고 있나]

글 입력 2014.05.0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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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좌담_공연예술 매체의 역할과 기능

공연 잡지는 어디로 가고 있나


김지현_연극칼럼니스트

일  시 | 2014년 4월 21일 월요일 오후 2~4시/장  소 | 대학로예술극장 씨어터카페 세미나실/참석자 | *가나다순 김일송_월간 [씬플레이빌] 편집장 박병성_월간 [더뮤지컬] 편집장 최윤우_웹진 [연극in] 편집장/사  회 | 황보유미 [Weekly@예술경영] 책임편집

출처 : 예술경영지원센터
Weekly@예술경영


공연예술 매체 발행 현황


황보유미 지금 공연계에는 발행 주기와 방법, 장르를 달리하는 다양한 매체가 발행되고 있다. 1976년 창간한 월간 [한국연극]과 1984년 창간한 월간 [객석]이 30여 년의 발행사를 이어왔고, 계간 [연극평론], 월간 [춤]과 [몸], 격주간 [춤웹진] 등 연극계와 무용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평론지가 발행 중이다. 또 최근 몇 년 사이 국립극장의 [미르], 예술의전당의 [Beautiful Life!], 한국공연예술센터의 [극장과 나], 서울문화재단의 [문화+서울]처럼 공공극장의 월간지도 증가했으며,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발행하는 [Weekly@예술경영]이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아르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아르떼 365] 등 '웹진'도 대중화되는 추세이다. 각종 기관이나 극장, 예술단체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까지 포함하면 상당수의 매체를 통해 공연계 정보가 기획, 제작, 유통되고 있는 셈이다.

 

소통의 창구가 다양해지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정보가 중복되거나 과잉 공급될 수도 있다. 현재 공연계 작품 수나 창작자 수에 비해 매체 수가 너무 많다는 생각도 가능하다. 따라서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편집장 세 분을 모시고, 각자 발행하고 계신 매체와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지금 공연계 매체 발행의 현안은 무엇인지, 매체가 나아갈 방향은 어디인지 논의하고자 한다. 또 공연예술 매체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인지 되짚어 보고 싶다. 2003년 창간한 월간 [씬플레이빌]은 '공연문화예술 매거진', 2000년 창간한 월간 [더뮤지컬]은 '뮤지컬 전문지', 2012년 창간한 [연극in]은 '연극 전문 웹진'이라는 말로 각자 성격을 소개하고 있다. 매체마다 발행 취지와 주기, 형태 그리고 편집진 구성이 어떻게 되나?

 

참석자와 사회자 다같이 이야기 중



박병성 [더뮤지컬]이 창간한 2000년은 뮤지컬 전문지가 만들어지기에는 이른 시점이었다. 발행처 클립서비스(주)는 뮤지컬 매니지먼트를 총괄하는 회사다. <오페라 유령>이 들어오던 시기라 뮤지컬 붐이 일 것 같으니 관객을 교육하고 창작자나 업계 사람들에게 선진 시스템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잡지를 만들었다. 그런데 워낙 운영이 힘들다 보니 몇 번 발을 빼려고 했으나 여태 못 빼고 있다. 비정규 간행물로 시작해 발행 주기가 격월간, 월간으로 바뀌었다. 인쇄 매체로 발행되고 있지만, 디지털 콘텐츠 형식의 독립 웹도 있다. 책의 40%가 거기서 배포된다. 모바일 시대이기도 하고 잡지를 알리기 위해 그렇게 됐다. 편집진은 편집장 1명, 수석기자 1명, 평기자 3명, 운영 인원 1명, 인터넷과 영상 담당자 1명, 디자이너 1명, 광고와 마케팅 담당자 1명이다.


최윤우 [연극in]은 2012년 4월에 창간준비호를 냈다. 그때는 편집위원이었고, 올해 3월부터 편집장을 맡고 있다. 창간 당시에는 편집장 1인에 편집위원이 몇 명 있었다. 월 1회 편집회의를 하면 발행처 서울연극센터의 직원이 원고를 청탁하고 취합해 발행하는 식이었다. 그러다 작년 12월, 별도 편집부를 구성하자는 의견이 나와 올해 1~2월 두 달간 휴간을 했다. 그리고 전문 에디터 1인을 두고, 편집위원들이 꼭지를 하나씩 담당하면서 웹진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이점은 편집위원들의 연령이 30대 중후반으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나중에 얘기할 잡지의 방향성과 맞물린다. 2주에 한 번씩 격주간으로 발행 중이다.


김일송 [씬플레이빌]은 극장과 관객 사이 가교 역할을 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두 매체와 달리 연극, 뮤지컬, 무용, 클래식, 월드뮤직까지 무대에 올리는 모든 공연을 소개한다. 마니아 관객이나 창작자들보다는 공연을 보지 못했던 분들에게 저변을 넓히자는 취지가 있다. 2003년 7월이 창간호였고, 홈페이지는 그때부터 운영했는데 2000년대 중후반에 활성화됐다. 이후 블로그나 티스토리 등을 운영하다가 다른 것보다 충성도가 높은 카페로 전환했다. 또 모바일 페이지를 제작해 앱진 형태로 책에 있는 모든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했다. 편집장, 수석기자, 평기자, 인턴기자가 1명씩 있고 객원기자가 4명, 디자이너와 마케팅 담당자, 운영자가 1명씩 있다.


황보유미 발행 주체에 따라 제작비 조성 방법과 규모가 다를 텐데, 매체 운영에 필요한 자금은 어떻게 마련하고 있나?


박병성 [더뮤지컬]은 수입 중 광고비와 판매비가 6대 4 정도다. 정기구독자가 일정 수 있고, 서점 판매율이 높은 편이다. 요즘은 데이터를 네이버 등에 판매해 생기는 수입을 활성화하려고 한다. 최근에 일본에서 한국 뮤지컬에 관심이 많아 그쪽에서도 연락이 오는데, 데이터를 그대로 혹은 재가공해서 파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계속 쌓아놓고 서비스만 했던 걸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적자를 면하기는 어렵고, 모두 발행처 ㈜클립서비스에서 감당하고 있다. 국가에서 지원금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


김일송 [씬플레이빌]은 판매비보다 광고비에 의존한다. 광고 규모에 따라 지면을 조정하거나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적자를 면하려고 한다. 표지 광고는 잡지 볼륨이 커지다 보니 예전만큼은 못 하지만 안 하는 건 아니다. 또 축제 프로그램북 같은 걸 제작하고 광고주들이 거기서 자기 제품을 노출할 수 있는 부스를 유치할 수 있게 도와주면서 광고를 유치하기도 한다. 그런데 광고로 수익이 날 것 같으면 다른 데서 구멍이 생긴다. 오프라인 잡지만으로 수익을 내는 건 불가능하다. 부대사업을 벌이거나 콘텐츠를 팔지 않으면 회사를 유지할 수는 있어도 성장시키는 건 어렵다.

 

광고 규모에 따라 지면을 조정하거나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적자를 면하려고 한다. 표지 광고는 잡지 볼륨이 커지다 보니 예전만큼은 못 하지만 안 하는 건 아니다. 또 축제 프로그램북 같은 걸 제작하고 광고주들이 거기서 자기 제품을 노출할 수 있는 부스를 유치할 수 있게 도와주면서 광고를 유치하기도 한다. 그런데 광고로 수익이 날 것 같으면 다른 데서 구멍이 생긴다. 오프라인 잡지만으로 수익을 내는 건 불가능하다._김일송

 

최윤우 [연극in]은 공공기관에서 발행하는데다 아직 창간한 지 3년 미만이라 제작비나 광고 수익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다. 제작비가 굉장히 적지만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연극 관객의 접근성을 좋게 하자는 취지에서 모바일 웹진도 운영하고 있는데, 다른 매체와의 차이점은 유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콘텐츠를 공개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서울문화재단 회원이 6만여 명이고, [문화+서울] 구독자가 2만여 명인 것으로 안다. 그들에게 모두 발송되고, 서울연극센터에서 자체적으로 페이지뷰를 카운트하는데, 3천 명이 좀 안 된다.


황보유미 [Weekly@예술경영]도 발행 예산이나 수익 창출에 대한 고민은 없다. 상대적인 문제이지만, 제작비가 원하는 결과물을 따라가지는 못 한다. 요즘 뉴스레터가 2만4천여 명에게 발송되는데, 홈페이지 방문자와 기사를 클릭해서 읽어보는 알짜배기 독자 수는 따로 있다. 그리고 최근 한 필자의 글이 게재되자마자 몇 달치 클릭수를 넘어섰다. 특정 콘텐츠는 독자수와 상관없이 조회수가 올라가기도 한다.



매체별 콘텐츠 기획 방향과 한계


황보유미 세 매체가 주목하는 장르가 다른 만큼 콘텐츠 기획 방향에도 차이가 있을 텐데, 콘텐츠 기획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고, 한계가 있다면 무엇인가? 공연예술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빈번하게 드러나는 문제는 취재 작품이나 인터뷰이의 중복이다.


박병성 [더뮤지컬]은 몇 년 전부터 공연에 한해 인접 장르인 연극이나 무용, 클래식 음악까지 다루기 시작했다. 뮤지컬을 전문지라는 독창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13~14쪽을 할애한다. 뮤지컬만 다루다 보니 관객을 확장시키는 데 한계가 느껴졌고, 최근 뮤지컬 관객이 다른 장르로 넘어가는 현상이 있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콘텐츠 질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지금은 담고 있는 내용보다 표지 사진에 판매 부수가 좌우돼 독자들이 뭘 원하는지, 가볍게 즐길 오락거리를 바라는 건지 고민된다. 그런데 거기에 맞추기 시작하면 잡지 형태가 달라진다. 이미지 중심의 간단한 콘텐츠는 모바일로 충족할 수 있지 않나. 우리는 업계에 필요한 논의를 다루기도 하고, 창작자와 관객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해야 한다.
 
초창기에는 콘텐츠 질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지금은 담고 있는 내용보다 표지 사진에 판매 부수가 좌우돼 독자들이 뭘 원하는지, 가볍게 즐길 오락거리를 바라는 건지 고민된다. 그런데 거기에 맞추기 시작하면 잡지 형태가 달라진다. 이미지 중심의 간단한 콘텐츠는 모바일로 충족할 수 있지 않나._박병성


황보유미 우리도 유사한 고민이 있다. 인턴십하던 친구 둘과 가볍게 만들어 본 SNS 특집이 조회수 1등을 했었다. 이후에도 클릭하는 빈도가 높은 기사는 콘텐츠 질과 상관없이 제목이 자극적이거나 한창 인기 있는 이슈를 다루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Weekly@예술경영]은 웹진이지만 콘텐츠가 웹에서 가볍고 빠르게 볼 수 있는 형태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니 모바일 버전 제작에 대한 고민이 많다. 콘텐츠의 부피나 깊이가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김일송 [씬플레이빌]은 장르별로 균등하게 작품을 소개하고 싶지만, 잡지 판매율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스타들이 많이 출연하는 뮤지컬을 자주 다루게 된다. 표지에 유명 배우가 나왔을 때 반응이 너무 다르다. 그리고 매체가 너무 많아졌다고 하는데, 예전에 비하면 작품 수도 많아졌다. 다양한 장르를 한정된 지면에서 소개하다 보니 대표적인 작품이나 창작자를 많이 다루게 되고, 콘텐츠가 [한국연극], [더뮤지컬], [객석]과 겹칠 수밖에 없다. 또 한 달 전에 공연을 소개하려니 작품이 어떻게 나올지 의문스러울 때가 많다.


박병성 보도자료만 봐서는 작품이나 창작자를 확신할 수 없으니 보통 관객들이 관심 가질 만한 스타 연출가나 배우, 제작사에 눈이 가는 거다. 우리는 연극 지면이 1쪽이니까 좀 더 대중적으로, 뮤지컬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좀 더 관심 가질만한 작품을 선택한다.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는 역할도 해야 하는데 정말 쉽지 않다. 창작 뮤지컬이 많지 않을 때 평론가 두 분과 매달 이야기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공연의 질이 너무 낮아서 접었다. 그렇다고 놓치는 작품이 많았을까? 양질의 작품은 노출되는 몇 작품 안에서 잘 안 빠진다. 그리고 [씬플레이빌]과 소재가 겹칠 때가 많지만 접근 방식은 다르다. 한쪽이 배우를 주목했다면 다른 한쪽은 작품을 주목하는 식이다. 같은 배우를 소개할 때는 코너나 분량에 차이가 있다.


김일송 우리는 다양한 장르를 한정된 지면에서 소개하다 보니 대표적인 작품이나 창작자를 많이 다루게 되는 거고, 그 외에는 전문 분야를 가진 매체에서 주로 다뤄주는 것 같다.


최윤우 [연극in]은 매체 특성상 소극장 작품을 주목하려고 하지만, 프리뷰 작품 선정 시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경우가 있다. 매체는 보통 정보성과 화제성, 전문성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지금 공연되더라도 연말에 회자될 만한 작품이면 중복되더라도 소개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여기저기서 소개할 거니까 다른 작품을 주목할 때도 있다. 개편할 때 [연극in]은 '관객 가이드'니까 문체를 편하게 바꾸고 인터뷰 대상도 넓혀보자는 요구들이 있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게 있다. 1년 내내 공연 잘 되는 상업극을 소개하자고 만든 매체는 아니니까 관객들이 작품을 봤을 때 약간 불편하거나 수고롭고 재미없을 수 있는 연극도 소개하는 것이다. 연극 관계자들만 아는 사람이더라도 인터뷰할 의무가 있는 거고. 이달에 리미니 프로토콜의 <100% 광주>가 서울에서 이틀밖에 공연 안 하는데 다뤄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논의된다는 건 그만큼 화제성이 있다는 거다.



콘텐츠 공유 플랫폼 확장을 위한 시도


황보유미 한정된 인력과 단일한 플랫폼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기획하거나 유통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위해 매체별로 각종 업무 제휴나 콘텐츠 공동 기획, 공유 플랫폼 확장 등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박병성 자료 공유 제안이 많은데, 우리는 콘텐츠가 재산이기 때문에 무료 제공은 안 한다. 그리고 각 사이트에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받기 원하는데, 비용 지급만 확실하다면 기자를 더 고용해서라도 빠르고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양보다 질을, 상대는 질보다 양을 추구한다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황보유미 매체가 아카이브화 되어 찾는 곳이 많아지고, 정보가 곧 자산이 되는 것 같다. 우리는 정식으로 콘텐츠 사용 요청이 들어올 경우 필진 동의하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편이다. 원문 출처는 꼭 명시하도록 한다. 그런데 이를 간혹 악용하는 사람이 있다.


김일송 우리는 기사를 공연 프로그램북 외에 다른 매체에 싣는다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런데 한번 만들어진 텍스트에 대해서 얼마의 가치가 있다고 가격을 산정하는 게 너무 어렵지 않나. 어떻게 팔아야 할지 모르겠고 수고로움과 정성에 대해 보답은 해야겠지만, 글쓴이나 창작자를 보호하는 수단인 저작권으로 인해 정보 공유가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생각이 있다.


최윤우 경험상 [한국연극] 이야기를 하자면, 기사를 다른 매체에서 사용하고 싶다고 할 경우 그쪽에서 필자한테 원고료를 지급하도록 했다. 사진도 계약상 1회 게재가 원칙이다. 다른 데 재사용할 경우 비용이 지급되어야 한다. 그런데 공연계에서 새로운 사이트가 만들어질 때 10년 치 기사 PDF 파일을 무상으로 달라고 해서 난감한 경우가 있었다. 콘텐츠 공동기획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즘 국공립 기관 통합에 대한 이야기가 많으니까 좌담의 형태가 아니라 좀 더 큰 판을 여러 매체가 같이 열어볼 수 있을 것 같다.


김일송 좋은 생각이다. 그리고 방송이라든지 팟캐스트처럼 플랫폼을 달리하는 매체들끼리 동일한 콘텐츠를 형태를 다르게 생산하면 시너지가 날 것 같다.
 

공연예술 매체, 누구에게 어떻게 소용되고 있나?


황보유미 공연예술 매체는 작품 및 창작자, 정책 등 공연계 각종 정보 제공과 더불어 공연 리뷰와 각종 담론 생성, 관객 개발 등의 역할과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 공연계에서 발행되는 매체들은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나? 공연예술 매체의 역할과 기능은 과연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윤우 소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잡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10년 동안 잡지를 만들어온 사람들로서 많은 매체가 어떤 형태로 가면 좋을지 조금은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나왔다. 한동안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한국연극]에 대해 신랄하게 말하고 싶은 부분도 있다. 또 찌라시라고 할 만큼 표면적인 현상만 다루는 것들이 매체로 자리하면서 만들어내지 말아야 할 것들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뮤지컬]이나 [플레이빌], [한국연극] 그리고 [연극in]은 지금 누구에게 어떻게 소용되고 있나? 현장에서 폐간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기자들이 연습실을 방문해 작품과 창작자를 취재한다는 건 다른 매체보다 깊이 들어간다는 것이고, 그러면서 관계들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매체들이 힘을 잃는 건 그 관계들이 무너지는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만이나 교만함으로 보일지 몰라도 셋이 모여 우리 매체는 그래도 바른 생각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니 부끄럽지 않다고 얘기할 때가 있는데, 그 이유가 거기 있는 것 같다. 매체의 존재나 매체가 기록하는 역사가 당장 없어져도 된다고 여긴다면, 우리가 지금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바른 말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시스템이 정착되어도 편집진의 생각과 철학을 따라 콘텐츠가 달라질 수 있는데, 누군가 방향을 잘못 틀어버리면 매체가 한방에 무너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거기서 다년간 의식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안타깝다.

 

매체의 존재나 매체가 기록하는 역사가 당장 없어져도 된다고 여긴다면, 우리가 지금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바른 말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또 그런 생각도 든다. 시스템이 정착되어도 편집진의 생각과 철학을 따라 콘텐츠가 달라질 수 있는데, 누군가 잘못 방향을 틀어버리면 한방에 무너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거기서 다년간 의식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한다._최윤우

 

박병성 최윤우 편집장은 [한국연극]이나 [연극in]처럼 진지한 매체를 만들어 와서 그런 생각이 많은 것 같다. [더뮤지컬]은 아까 말했듯이 선진 시스템을 갖고 와서 관객들에게 뮤지컬의 재미를 소개한다는 게 주안점이었다. 그래서 사실 배우보다 창작자들에게 관심이 많고, 우리 기사를 통해 작품을 좀 더 재밌게, 깊게 보거나 작품에서 머물렀던 걸 확장시켜서 논의하자고 기자들에게 얘기한다. 아니면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여줘 작품의 이해를 돕자는 이야기도 한다. 또 일간지에서는 주연급이나 주조연급밖에 조명하지 못하니 우리는 지면도 많고 전문지니까 가능성 있는 신인 배우들과 주목할 만한 스태프들도 소개할 수 있고, 그런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창작 뮤지컬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부분이나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


김일송 가끔은 과연 나무를 없애면서까지 해야 하는 행위인가 고민스러울 때가 있다. 텍스트 자체는 의미 있을지 모르지만, 온라인에만 쌓아도 되는 텍스트가 많은 것 같다. 정보성이 강한 기사라면 굳이 책자로 남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그래서 어떤 사람을 어떤 방식으로 만나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많고, 양질의 기사를 생산하고 있는지 반성하게 된다. [더뮤지컬]이나 [연극in]과 달리 우리는 작품의 깊이를 추구하기보다 작품을 넓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최윤우 매체의 타깃에 대한 혼란은 우리도 있다.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하지만 실제 독자는 연극인이 많다. 인위적으로 콘텐츠의 범위를 넓혀 아이돌 스타를 인터뷰한다고 해도 관객의 확장은 한계가 있다. 전문지는 구독자가 3천명 이상 되는 경우가 흔치 않다고 하는데, 잡지 구독료로 제작비를 충당할 수 없다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나. 그리고 온라인 매체든 오프라인 매체든 희망 수용자와 실제 수용자가 다르다고 방향성을 바꿀 건 아니지 않나.


황보유미 [Weekly@예술경영]은 2만4천 명에게 매주 발송하는데, 그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구독하고 있는지 실제 독자수가 궁금하다. 센터에서 공모를 많이 하니까 그 정보를 받아보기 위해 신청하는 경우도 있고 다양한 구독 신청 사례가 있다. 웹진이 얼마나 발송되느냐보다 각 기사가 얼마나 열리느냐, 즉 '오픈율'이 관건이다.


박병성 우리는 판매율이 표지 모델이 누구냐에 따라 너무 다르다. 독자들마다 원하는 게 다르다는 거다. 판매율이 널뛰기를 하는데,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잡지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힘이라고 믿는다.


황보유미 매체들이 생산성을 추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타겟 독자층이 정해져 있기에 무작정 독자수를 늘릴 수는 없다. 서울문화재단 회원이 6만여 명이라고 했는데, 그 중에는 우리와 겹치는 회원도 많을 거다. 웹진이 일반 매체와 달라서 그런지 기사에 댓글이 잘 안 달리는데 최근 특집에 무기명으로 기사를 비난하는 댓글이 달렸다. 이슈가 되긴 했는데 취지가 흐트러진 경우다. 그럴 때 고민이 된다. 클릭수를 높이는 것만이 과연 답일까?


최윤우 잡지를 사는 이유는 그 안에 가장 중심적인 콘텐츠, 대부분 기획기사나 특집기사로 존재하는 기사들 때문이지 않나? [연극in]에서는 극단 인터뷰를 시도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별로 소용없는 콘텐츠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매체의 정체성을 만든다. 매체들이 특집 기획력을 갖고 있다면 계속 회자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한다는 거다. 웹진에서 댓글이 얼마나 달리느냐, 오픈율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은 현상이다. 매체들이 이야기의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데 대한 반성이 있다.


박병성 우리도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기획기사다. 지면은 제일 많은데, 뮤지컬계에서 달마다 이슈가 생기지는 않는다. 100여 개 이슈를 이미 이야기했으니 새 이슈를 찾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작게 하자니 뭐하고 없애자니 허전하다. 공개오디션이나 무지컬 등 뜨거운 이야기가 많았던 때도 있었다. 2007년에서 2009년에는 이슈 잡는 게 어렵지 않았는데, 그 이슈들은 반복된다. 그래서 정말 새로운 이슈는 일 년에 2~3개다. 그래서 최근에는 작품 자체를 특집으로 잡고 어떻게 다룰까 생각한다. 예전에는 [한국연극]처럼 이슈를 다뤘는데 이제는 [씨네21]의 패턴을 받아들이게 된 거다.


김일송 3~4년 전에 어느 매체에 광고를 많이 하는지 설문조사가 있었는데, [씨네21]이 1등인가 2등이었다. 공연계가 비용 대비 효율을 중시해 공연 잡지가 아니라 영화 잡지로 가는구나 싶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특집이 없다. 테마가 있긴 하지만, 어떤 현상에 대해 이야기한다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공연 마니아나 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독자들이 많은 [더뮤지컬]이나 [연극in]과 달리 우리는 그런 기사가 실리면 지면이 떠버린다.


박병성 기획기사는 글도 많고 업계 얘기가 많으니까 아예 안 읽는 사람들도 많다. 독자 설문을 가끔 해보면 선호도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게 해외와 기획 지면이다. 꼭 읽거나 안 읽는다는 건데, 점점 안 읽는 독자들이 많아져 고민이다.



공연예술 매체의 비평 기능 약화


황보유미 공연예술의 매체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현재 공연계에 왜 이렇게 많은 잡지가 있는가 물으려 했었다. 개인적으로는 기형적인 상황이라고 본다. 그리고 누가 책임편집을 맡느냐에 따라 매체 성격에 영향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오늘 못 다한 이야기를 위해 추후 토론회를 추진해도 좋을 것 같다. 마지막 발언 부탁한다.


박병성 매체의 중요 기능은 비평인데, 그 이야기를 많이 못 했다. 매체의 비평 기능이 너무 약화되지 않았나. 어디서부터 문제인지 모르겠다. 외부 필자들에게 리뷰를 한두 편씩 받고 있는데, 클릭수는 많이 나온다. 독자들이 공연을 보고 나서 전문가들은 어떻게 봤나 궁금해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작품 선택의 기준이 되는 건 리뷰가 아니라 인터파크 공연 후기인 것 같다. 우리는 비평 기능을 활성화하려고 나름대로 비평을 공부하는 집단을 운영한다. 연극계에는 [연극평론]이 있지만 뮤지컬계에는 제대로 된 평론을 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황보유미 [Weekly@예술경영]에는 독자모니터링위원들이 있다. 매주 발행되는 콘텐츠를 모니터해주는 분들인데, 우리가 웹진에 필진으로 데뷔시키기도 한다.


김일송 [씬플레이빌]도 비평이 없었던 건 아닌데, 관객에게 그다지 소용이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창작자들에게도 지원사업에 공모할 때 제출하는 자료 이상의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리뷰가 어떻게 순기능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됐다.


박병성 우리는 리뷰를 기자들이 안 쓴다. 기자들이 쓸 경우 전문적이지 않고, 솔직하지 못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제작사에 가기 불편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평론가들에게 부탁하는데, 그걸 읽다 보면 재미있거나 재미없을 때 왜 그런지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글에 동의할 때도 있고 동의하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작품을 분석하는 걸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연극in] 꽃점 평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참여하고 있지만, 꽃 몇 개와 한두 문장으로 작품을 평가한다는 게 불편하긴 하다.


최윤우 [연극in] 이전에 [한국연극]에서도 그런 고민을 했었다. 탄압을 받을 수도 있지만, 영화는 많이 하는데 연극은 왜 못 할까 싶었다. 애초에 의도했던 것은 일반적인 리뷰가 아니라 공연에 대한 여러 사람의 시각을 보여주고, 그걸 관객들이 봤을 때 왜 이렇게 별점이 차이나지? 나도 한번 볼까? 생각하게 하는 거였다. 그런데 창작자들의 꽃점은 다섯 개 만점인 경우가 많은데다 모두 한두 줄로 공연에 대한 생각을 쓰니까 무슨 내용인지 모호해진다. 그래서 개편이 논의될 것 같기는 한데, 그 기능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리고 비평이 관객에게 소용되지 않고, 창작자도 비평에 동의하지 않거나 비평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고민에 봉착해 있다.


황보유미 비평가들이 제작사나 창작자와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도 문제다. 비평을 건전하게 받아들이는 구조도 안 되어 있는 것 같고, 제대로 된 비평 지면을 찾아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용감하게 이야기하는 게 어려운 것 같다.

 

비평하는 분들 중 제작사와 창작자와의 관계 때문에 비평하는 분은 없지 않나? 비평을 건전하게 받아들이는 구조도 안 되어 있는 것 같고, 제대로 된 비평 지면을 찾아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용감하게 이야기하는 게 어려운 것 같다._황보유미

 

김일송 한 사람의 꽃점은 큰 의미를 생산하지 못한다. 여러 사람의 꽃점이 다 달랐을 때 의미가 있다. 오늘 예상치 않게 많은 반성과 뒤로 미뤄놨던 고민들, 삶의 문제 때문에 내팽개쳐놨던 정체성 탐구를 해보게 된 것 같다. 한때는 왜 우리 잡지가 필요하고 어떤 기능을 해야 하나 많이 고민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잊고 지냈던 걸 상기하게 되어서 좋은 자리였다.


황보유미 각자 자기 영역에서 고민하고 있던 점들, 그리고 여러 매체의 유사성과 상이성을 확인할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아까 말한 토론회를 공식적으로 해보는 것도 좋겠다. 공연계를 둘러싼 매체들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이렇게 중심을 갖고 있는 매체들이 있다는 건 중요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젊은 비평가들을 키운다는 것도 인상 깊은 이야기였다.
 

사진촬영_박창현(Chad Park)

사회자 및 참석자 소개 내용

황보유미 필자소개
김지현은 월간 [한국연극] 기자, 웹진 [Weekly@예술경영] 코디네이터로 일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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