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습 개인전 - 갤러리 조선 2014 10. 08 ~ 11. 05 - 사람 낚는 '어부들'

글 입력 2014.10.2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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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낚는 ‘어부들’

갤러리 조선

2014 10. 08 ~ 11. 05



조습_뻘_피그먼트 프린트_2014





대상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것은 다양한 매체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많은 풍자는 정작 실행자가 바깥에서 관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작가 조습의 풍자는 조금 다르다. ‘조습’은 사회에 대한 냉철한 비판을 유치하고 해학적인 화면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그는 자기 작품에 항상 존재하려고 한다. 이에 대해서 작가는 자기 자신을 ‘희화화’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작가가 말하는 진짜 풍자는 대상과 자신이 함께 그 속에 포함되는 것이다. 풍자의 실행자가 포함되면서 그는 더이상 알리바이를 가지지 않는다. 또한 더 나아가 자기자신마저도 풍자한다. 조습 작가는 작품 밖에서 객관적인 태도를 취하며 비판하는 이가 아니라 풍자하고자 하는 사회 현실의 구성원으로 작품안에 나타나게 된다. 이런 태도는 찰리 채플린이 당대 사회의 현실을 풍자하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우스꽝스럽고 바보같은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영화속에 등장하는 것과 같이 보인다. 조습 작가의 풍자란 그 대상을 맹렬히 모독하고 풍자하며 조롱하지만 그런 풍자를 실행하는 사람 역시 그 안에서 살고 있는 구성원이라는 것을 잊지않게 한다고 생각한다. 



조습_갈치_피그먼트 프린트_2014


갤러리 조선의 이번 전시인 ‘어부들’의 작품은 ‘이클립스’전시의 작품에서 이어진다. ‘비무장지대’라는 상징적인 공간은 ‘제주도’로 바뀌었고, ‘학’과 ‘피난민’, ‘군인’으로 나타나는 인물들은 ‘어부들’이 되었다.  작가는 낮이라는 밝은 상황에서 모순과 풍자의 화면을 표현해왔다. 그리고 ’이클립스’라는 전시를 이후로 작가는 ‘밤’의 시간에 집중하게 된다. 더 이상 작품안의 공간은 과거와 현재, 사건, 재연을 이어주지 않으며 상징적인 것이 되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우리가 익히 아는 현대적인 의미의 ‘어부’의 도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작가의 사진속에서 어떤 사건이나 단서를 쉽게 찾을 수가 없다. 어두워서 주변이 검게 가려진 화면은 이점을 더욱 부각시킨다. 화면 속 ‘어부’들은 유쾌한 웃음을 지으며 행복한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말 그들이 행복한지는 의문이 든다. 그들의 현실은 연출된 화면안에서의 거짓된 행복으로 보인다. 지난 작품 시리즈의 ‘피난민’, ‘군인’과 마찬가지로 이번 전시의 작품 속 ‘어부들’은 사회의 중심에 있는 인물들이 아니다. 그들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또 사회에서 바깥으로 밀려난 이들이다. 작가는 이런 인물들을 엉뚱한 화면과 사물로 부각시키고 있다. 



조습_검은모래_피그먼트 프린트_2014_부분



조습_검은모래_피그먼트 프린트_2014_부분2



조습_검은모래_피그먼트 프린트_2014


<뻘>이라는 작품은 마치 머드축제를 연상시킨다. 그들은 갯벌의 진흙을 잔뜩 묻힌채 행복한 웃음을 짓고 놀고 있다. 이는 생계를 위한 장소인 갯벌은 놀이의 장소로 작동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일’을 ‘놀이’와 완전히 격리시키는 태도를 풍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소금>이라는 작품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 작품은 소금을 지게에 지고가는 어부들의 상황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들은 소금을 흘리고 쏟으면서 가고 있다. 소금을 흘리는 것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웃고있다. 자본주의체제는 모든 것을 상업화하고 있다. 그런 가치로 보았을때 이들이 흘리고 있는 소금은 너무나도 아까운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웃고있다. 작가는 이런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 자본주의를 꼬집고 비판하고 있다고 보였다. <문어>나 <갈치>, <자리돔>같은 작업들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인다. 어부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잡아내는 것들을 가지고 장난치듯 우스꽝스러운 화면을 보여준다. 문어를 잡아서 뜯고, 갈치를 먹으려고 하는듯한 행동들은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다가왔다.



조습_소금_피그먼트 프린트_2014_부분



조습_소금_피그먼트 프린트_2014



조습_자리돔_피그먼트 프린트_2014


이렇게 장난치고 행복하며 유쾌하게 또는 엉뚱하게 행동하며 아이러니를 일삼는 ‘어부들’은 ‘물고기 잡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의 어부로 보이지 않는다. 조습 작가의 사진 속 어부들을 보면서 나는 그들이 사람을 낚는 어부들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을 낚는다는 표현은 인터넷과 대중매체가 발달함에 따라서 생기게 되었다. ‘낚시’라는 용어가 미끼를 사용해 물고기를 낚는 것 처럼 어떤 매개체를 통해서 사람들을 우매한 행동을 하게하며, 조롱하는 뜻으로 사람을 낚는다는 말이 쓰이게 되었다. 조습 작가의 사진 속 어부들은 행복하고 유쾌하게끔 행동하여 그들이 대변하는 진실을 감추고 사람들을 낚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 속 어부들이 ‘사람 낚는 어부들’로 생각된다. 그런데 사진 속 인물들의 풍자적이고 희화적인 화면과 엉뚱한 구성은 아이러니하게도 감춰진 것들을 재조명하게 한다. 그것은 조습의 작품이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도상에 대한 풍자가 아니라 그 이면에 감춰진 것들에 대한 것이 때문이다. 조습작가의 사진은 연출된 상황을 기반으로 한다. 그것은 절대로 진실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작가는 연출된 화면을 통해서 그가 풍자하고 비판하고자 하는 대상의 감춰진 면모를 드러내려고 한다. 이번 ‘어부들’ 전시를 통해서 작가의 작품이 풍자하는 대상의 표피를 벗겨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우리가 평소에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감춰진 어떤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전시였다.



조습_문어_피그먼트 프린트_2014



조습_물허벅_피그먼트 프린트_2014


사진 출처 : 네오룩






[하재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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