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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모험을 끝마친 인물들의 미소에 클로즈업. 동화 속 마지막 페이지는 대부분 이렇게 마무리된다. 그들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다고.

 

그렇게 해피엔딩을 맞은 친구들의 끝없는 '상승 궤도'를 암시하는 말이 가끔은 의심될 때가 있다. 그럴 땐, 원래 인생이 그런 거라고. 불행이 이상한 게 아니라고. 그러니 고통에 몸을 맡긴 채 함께 뛰어내려 보자는 말이 도리어 위안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손을 내미는 3개의 곡을 소개해 본다.

 

 

 

적재 [나란 놈]


 

 

 

후킹 되는 기타 리프 위로 쌓이는 킥 드럼의 도입이 단숨에 귀를 사로잡는다. 간결한 악기 사운드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면, 담담한 목소리가 독백처럼 흘러나온다.


 

유난히 지친 하루는 또 지나가죠

오늘도 수십 번씩 포기할까 했었죠

엊그제 끊었던 담배는 또 물고 있죠

그래 술은 안 마시니까 이렇게 정신승리죠

 

 

오늘'도' 지나가고 마는 지친 하루. 수십 번씩 포기할까 했지만, 결국 놓지는 못하고 꾸역꾸역 살아내는 나는 끝까지 내몰렸다. 그러다 결국 패배주의적인 가사를 내뱉기도 하는데.


 

나는 능력 없고 모자란

그런 약해빠진 놈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가는 놈

도무지 이뤄지지 않을 꿈만을 좇는 바보 같은 놈

그렇게 어떻게든 살아가는 놈

 

 

잔잔한 템포에 하이햇이 더해지는 순간 전개는 빨라진다. 그리고 나는 도통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고백의 가사가 이어진다. 이룰 수 없는 허상만을 쫓는 바보 같은 놈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두 번이나 반복되는 가사. 그럼에도 나는 '어떻게든 살아갈' 놈이라는 것.

 

[나란 놈]은 사랑할 수 없는 나 자신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노래다. 해피엔딩을 꿈꿀 수도 없이 지치고 힘든 하루가 반복되더라도, 누군가 나를 약해빠진 놈이라 손가락질해도. 그걸 모조리 인정하는 나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말한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말처럼,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갈 거다'라고 중얼거리며 모든 공격을 무력화한다.

 

그래도 어쩌겠나. 내가 이렇게라도 살아갈 거라는데.

 

이 노래를 듣다 보면,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마무리 대신 이렇게 말해 보고 싶다. "그럼에도 그들은 어떻게든 살아갔습니다",라고.

 

 


AKMU(악뮤) [낙하(with 아이유)]


 

 

 

동요처럼 단순하게 반복되는 '빠라밤'의 노랫말을 지나면,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간접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말했잖아 언젠가

이런 날이 온다면

난 널 혼자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까, '어떤 날'? 코앞까지 추락이 다가온 날? 아니면 추락하기 싫어서 아등바등 애쓰는 날?

 

무슨 날이든 간에 나에게 있어 좋지 않은 날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내게 다가온 이들은 손을 꽉 잡아주며 말한다. 난 널 혼자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고. 우리 앞에는 죄다 낭떠러지고 조금 아플지도 모르지만 나를 믿고, 눈을 감고, 딱 셋만 세 보라는 그들의 노래 뒤로 펼쳐지는 장면은.


 

내 눈을 본다면

밤하늘의 별이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야

 

 

딱 셋만 참으면 볼 수 있는 풍경. 우리는 밤하늘의 별이 되기도 하고, 하늘을 가로지르기도 한다. 비록 그게 '추락' 속이라고 해도 말이다.

 

누군가는 우리의 추락을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며 한껏 비웃을 준비를 하고 있었겠지. 하지만 단단히 손이 얽힌 우리는 소리친다. 아무것도 우리를 망가뜨릴 수 없다고. 이 추락은 우리에게 비행이나 다름없다.

 

[낙하]는 추락을 번지점프쯤으로 만들어 버리는 유쾌함을 가졌다. 밑바닥까지 떨어지더라도 딱 3초만 참으면 우린 금방 한 단계를 건너뛴다. 그러니 주어지는 고통을 신나는 번지점프로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나는 이 곡 앞에 두 글자를 더해주고 싶다. '자유'. 그러니까 우린 '자유' 낙하를 통해 진정 자유로워진다고 말이다. 


 

 

Xdinary Heroes [PLUTO]


 

 

 

PLUTO, 즉 추방된 '명왕성'에 대해 노래하는 이 곡은 말한다.

 

 

I'm better off oh

어차피 나는 더 편해졌어

난 괜찮으니까 Get lost oh

고요하게 찾은 그림자가, 난 반가워

 

 

궤도에서 벗어났지만, 차라리 이게 더 낫다고. 어차피 더 편해졌으니까. 비로소 자유로워진 지금, 나는 이제 그 종이 상자에 박혀있지도, 어딘가에 갇혀있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젠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곳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선언한다. 되찾은 반가운 그림자와 함께 나는 우주를 건넌다.


 

I'll still be standing, 여긴 나의 universe

It's getting stronger, 날 가두던 모든 것들을 끊고 shine (ah)

I'm burning like a glowing star

 

 

쫓겨나든, 그게 추방이 됐든. 그곳은 원래 내 자리가 아니었다. 내가 있는 바로 이곳이 나의 우주라고 생각하면 모든 게 다 괜찮아진다. 난 이제 나를 중심에 두고 뜨겁게 불타오를 거라는 희망에 가까운 다짐이 이방인처럼 살아가는 모두에게 위안을 준다.

 

그러니 이제 나를 가두는 것들을 모조리 끊어버리고, 궤도를 벗어나 나만의 우주를 찾자. 이 곡은 말한다. 분명 그 끝엔 빛나는 별처럼 불타오르는 내가 있을 거라고.

 

약해빠진 내가 싫어 죽겠다가도 '그래도 살아야지'라는 말을 예언처럼 반복하는 [나란 놈]의 마음과, 눈 딱 감고 뛰어내려 보자는 [낙하]가 주는 자유의 메시지. 그리고 궤도에서 이탈하고 나서야 나만의 삶을 되찾았다는 [PLUTO]의 용기를 귀로 듣다 보면, 결국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의 말 중, '행복'보단 '살아간다'는 말에 집중해야겠다는 깨달음이 찾아온다.

 

그래도 사는 것, 그럼에도 사는 것. 그 마음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견디다 보면, 언젠가는 뜨겁게 빛날 나를 찾을 수 있다는 가사들을 마음속에 깊이 새긴 채 오늘도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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